[만물상] 대만도 거부한 '中 운명 공동체'

조선일보
입력 2020.01.14 03:16

2008년 초 대만 대선에서 마잉주 국민당 후보가 '6·3·3 공약'을 내걸었다. 친중(親中) 정책으로 경제성장률 6%, 국민소득 3만달러, 실업률 3% 이하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대만 독립'을 강조하던 반중(反中)파 민진당 후보를 압도했다. 공약대로 마잉주는 2010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맺어 '차이완(Chiwan) 시대'를 열었다. 중국·대만 무역 규모는 2009년 1062억달러에서 2014년 1983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10년 대만 경제성장률은 10.6%를 찍었다.

▶그런데 대만 기업이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몰려가면서 대만 내 '산업 공동화' 조짐이 나타났다. 중국인이 대만 부동산을 쓸어담자 아파트값이 폭등했다. 중국 관광객의 안하무인 태도는 대만인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친중 후폭풍이 거셌다. 대만인이 중국 위협을 다시 절감한 것은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때였다. '중국 통일'을 외치는 시진핑 정권이 홍콩 시민을 짓밟는 것을 보고 '대만의 미래'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해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이 참패했다.

[만물상] 대만도 거부한 '中 운명 공동체'
▶2015년 11월 시진핑과 마잉주가 싱가포르에서 분단 66년 만에 첫 정상회담을 했다. 시진핑은 "뼈가 부러져도 살로 이어진 형제"라며 마잉주에게 '대만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이라는 선물을 줬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친중으로 곤경에 처한 '국민당 구하기'였다. 그러나 반중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몰표를 받았다.

▶작년 초만 해도 차이잉원 총통의 재선은 어려워 보였다. 최저임금 3년 연속 인상, 근로시간 단축, 탈원전 등이 겹치면서 경제가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30%대로 국민당 후보보다 10%포인트 이상 뒤졌다. 차이잉원을 구한 건 이번에도 '홍콩 시위'였다. 대만인은 민주와 자유 가치를 위해 피 흘리며 쓰러지는 홍콩 시민을 보고 '돈보다 중요한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배부른 돼지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중국인이 제일 잘 안다. 베이징이 주변 세력과 평등이란 기반에서 교류한 적이 없었던 역사를 대만·홍콩인이 모를 수가 없다. 시진핑의 '중국몽'에 잘못 엮이면 주종(主從) 관계로 전락할 수 있다고 두려워한다. 같은 중화 민족이면서 중국과 '운명 공동체'가 되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이들이 "한국과 중국은 운명 공동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듣는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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