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례한국당' 명칭 不許, '선거 심판' 선관위도 정권 편

조선일보
입력 2020.01.14 03:18

중앙선관위가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전용 정당에 '비례자유한국당' 명칭을 쓸 수 없다고 결정했다. 정당법 41조 '유사 명칭 사용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범여권이 한국당을 배제한 채 선거 제도를 준(準)연동형제로 강제 변경하자 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자구책으로 '비례자유한국당' 창당을 준비해왔다.

유사 명칭 정당을 금지하는 취지는 유권자들이 혼동해 기존 당이 손해 보는 상황을 막자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과거 '진보당' '신민주당' 명칭이 기존 진보신당, 민주당의 반발로 불허됐다. 하지만 '비례자유한국당'은 한국당이 피해를 보기는커녕 스스로 필요하다며 만든 것이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획일적으로 '유사 명칭 금지' 잣대를 들이댔다.

선관위는 지난해 말 정치권에서 '비례○○당' 논의가 진행될 때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범여권이 '한국당 비례당 금지'를 주장하자 선관위 기류도 바뀌었다. 민주당 대선 백서에 '문재인 캠프 특보'로 이름을 올렸던 선관위 상임위원이 당명(黨名) 허가 여부 결정을 하루 앞두고 언론에 나와 "정당 명칭은 기존 정당과 뚜렷하게 구별돼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고 했다. 다른 위원들에게 '불허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 정권은 '선거 관리 심판에 자기 팀 선수를 꽂는다'는 논란에도 이 위원 임명을 강행했는데, 결국 그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드는 게 정상적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애초 꼼수·편법으로 괴물 같은 선거법을 밀어붙여 선거판을 비정상으로 만든 게 여권이다. 비례정당은 이 야합에 배제당해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된 제1 야당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만든 것이다. 거기에 문제가 있다면 국민이 알아서 심판할 것이다. 그런데 중립을 지켜야 할 선관위가 직접 가로막고 나섰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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