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수사권 조정도 강행, 정권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나

조선일보
입력 2020.01.14 03:20

민주당과 범여권 군소 정당들이 끝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밀어붙였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는 폐지되고 경찰에 자체적으로 무혐의 처분 등을 할 수 있는 수사 종결권까지 주는 내용이다. 경찰이 검찰과 동등한 지위에서 수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질적 수사 주도권이 경찰로 넘어가게 됐다.

경찰은 12만명 넘는 인력에다 10조원 예산을 쓰는 매머드급 조직이다. 범죄 수사뿐 아니라 범죄의 예방과 진압, 집회 대응, 사회 질서 유지 등 국민의 삶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이 폐지되면서 독점적 정보 수집권도 갖게 됐다. 청와대 지시를 받아 '정책 정보'라는 명목으로 매일 수백 건씩 사회 각 분야 동향을 파악하고 법적 근거도 불명확한 공직자 감찰에다 검사들 세평 수집까지 하고 있다. 조만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도 넘겨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내부 비리는 여전히 심각하다. 이번 수사권 조정은 수사 분야에 한정된 검찰의 경찰 통제 장치마저 허물어 경찰을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2만명 넘는 수사 경찰이 저마다 국민 일상사를 건드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더구나 이 정권 들어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는 본연의 임무는 뒷전이다. 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 때는 정권 실세 휴대폰은 압수할 생각도 않고 증거 인멸을 방치했다. 경찰 간부 비리 단서를 잡고서도 수사하지 않고 덮었다. 경찰이 독자적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 이런 일은 수시로 벌어질 수 있다. 울산시장 선거에선 야당 후보가 공천장을 받는 날 그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는 '선거 공작'을 벌였다. 최근엔 시민단체가 대학 구내에 정권 비판 대자보를 붙였다고 주거침입 혐의를 씌우기도 했다.

정부가 당초 만든 수사권 조정과 경찰 개편안에는 자치경찰제 실시와 정보 경찰 축소 등 경찰 권력 분산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쏙 빠진 법안만 국회 본회의에 올라갔다. 그 이유가 뭐겠나. 말 잘 듣는 경찰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이 정권은 수사권 조정과 아울러 반부패부 등 검찰의 인지(認知) 수사 부서들을 대거 폐지·축소하는 직제 개편을 발표했다.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사들을 전원 좌천시킨 '인사 학살'에 이어 다시는 덤비지 못하도록 제도적 대못을 박겠다는 것이다. 검찰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전문성과 노하우를 오로지 정권 안보와 자신들 비리를 덮을 목적으로 물거품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개혁'이라고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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