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추미애·윤석열 “누가 제 무덤을 파는가?”

입력 2020.01.13 18:21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발을 잘라버린’ 지난주 검찰 인사. 언론들이 "대참사"라고 불렀던 검찰 인사. 추미애 법무장관이 청와대의 설계도를 받아서 그대로 진행한 검찰 인사. "검란(檢亂)"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이번 검찰 인사. 아니 검사들이 일으킨 난리가 아니라 법무장관이 일으킨 난리니만큼 "법란(法亂)" 혹은 "추란(추미애란)"이라고 불러야 할까. 지금 누가 자기 무덤을 파고 있을까.

이번 인사는 두 가지 관전 포인트로 바라볼 수 있다. 한쪽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가로막아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현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절제의 미덕을 모르는 무소불위 검찰에 대해 인사권으로 민주적 통제를 하는 것’이라고 볼 것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에 만났던 가족들 중에도 이런 의견이 엇갈렸다. 한쪽은 ‘조국 사태’를 이야기하면서 "일가족 사기단"이라고 했는데, 반대쪽에서는 "검찰이 일가족을 탈탈 털어서 해도 너무한 사건"이라고 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이신가.

여러분은 이번 검찰 인사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조국 사태’를 ‘일가족 사기단’으로 보느냐, 아니면 ‘가족까지 탈탈 턴 과도한 사건’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번 검찰 인사를 보는 관점도 달라질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냐, 아니면 ‘민주적 통제’냐, 이렇게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우리는 복잡해 보이는 사태를 간명하게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이냐 ‘민주적 통제’냐. 윤석열이냐, 추미애냐, 누가 지금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가.

검찰 인사를 전후해서 여당 사람들은 이런 말을 쏟아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검찰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검찰은 항명할 것이 아니라 순명해야 한다"고 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윤 총장은 지금이라도 오만방자한 인식과 행태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총리는 "법무부 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것은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이라고 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윤 총장이 내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사 가지고 말이 많은데 (수사팀을) 날리면 날리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그것을 가지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집권 여당에서는 ‘오만방자한 항명’이라고 했고, 윤석열 총장은 아래 검사들에게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했다. 저쪽에는 이해찬, 이인영, 홍익표, 이낙연, 추미애가 있고, 이쪽에는 일기당천(一騎當千)인 듯 윤석열 총장이 맞서 있다. 윤석열의 뚝심은 여기까지인가. 여기가 끝인가. 아니면 이제 시작인가. 여러분이 보시기에 누가 지금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가.

검찰은 청와대에 대해 울산시장 개입 의혹을 수사하면서 지난 주말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가 막았다. 8시간 대치 끝에 검찰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청와대는 "위법한 압수수색"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법치주의를 흔들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도 우리는 단순 명료하게 물어야 한다. 누가 위법을 저질렀는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들고 청와대를 찾아간 검찰 수사관이 위법을 저질렀는가, 아니면 이러한 공무집행을 가로막은 청와대가 위법을 저질렀는가. 청와대는 울산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왜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물리적으로 수사를 가로막는가. 정당한 절차를 가로막은 곳은 반드시 뒤끝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독자 분은 "검찰 수사관이 강제적으로 물리력을 동원해서 압수수색이라는 공무를 집행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끝까지 공무를 집행하지 않은 검찰도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청와대 경호처와 충돌을 빚더라도 대한민국 사법부가 정당하게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 연구회라는 조직이 있다. 이곳에 소속돼 있는 현직 부장판사가 지난 검찰 인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사람은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행항 검찰 조직에 대한 인사 발령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 한 명의 판사로서 심사숙고 끝에 이른 결론이다." "이와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하여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 자, 이 경우에도 우리는 물을 수 있다. 추미애 장관도 김동진 판사에게 한참 선배가 되는 판사출신인데, 나중에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추미애 장관과 김동진 판사 중 누가 자기 무덤을 팠던 것으로 국민들과 역사는 심판을 내릴 것인가.

한 시민단체는 윤석열 총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한 변호사 단체는 추미애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이신가. 우리는 복잡한 법리 해석의 논쟁에 빠지면 안 된다. 이 역시 간명하게 물어야 한다. 쫓는 자와 도망가는 자가 있다면 대개 도망가는 쪽이 범인이다. 이번에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지금 누가 ‘법치’를 하고 있고, 누가 ‘정치’를 하고 있는가. 오늘 한 신문 칼럼은 "윤석열의 법치(法治), 추미애·이낙연의 정치(政治)"라고 했다. 우리 독자와 유권자들은 법치를 찍어 누르려는 정치가 반드시 단죄 받을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더 분명하게 묻는다. "지금 누가 정치적 보복을 하고 있는가." 그 대답은 간결하다. 보복하고 있는 쪽이 단죄 받을 것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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