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재선 일등공신은 시진핑’…“대만도 홍콩 꼴 난다” 호소 먹혔다

입력 2020.01.12 13:11 | 수정 2020.01.12 13:24

‘대만은 중국이 아니다’라고 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1일 총통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차이 총통 재선의 일등공신이란 평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초 시 주석이 대만을 향해 무력 통일을 불사하겠다고 겁박한 후 차이 총통은 추락한 지지율을 반중(反中) 전략으로 끌어올리며 재집권을 이뤄냈다.

2018년 11월, 차이 총통이 이끌던 민진당은 중간 평가 성격의 지방선거에서 친중 성향 국민당에 참패했다. 차이 총통은 책임을 지라는 당원들의 요구에 민진당 대표에서 물러났고 총통 연임을 포기하라는 요구까지 받았다. 국정 만족도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그가 추진하던 대만 독립 여론도 꺾였다. 정치 생명이 끝날 위기에 몰린 것이다.

그러나 이듬해 1월 2일 시 주석이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하자 민심이 차이 총통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만인 사이에서 시 주석과 중국 정부가 강요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통일론에 거부감이 크게 일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총통 선거일인 11일 타이페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차이잉원 페이스북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총통 선거일인 11일 타이페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차이잉원 페이스북
차이 총통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수위 높은 반중 발언을 이어가며 지지층을 다시 끌어모았다. 차이 총통은 지난해 1월 대만 총통으로서 92공식( 1992년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대만은 중화민국이란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대만 독립 노선을 명확히 밝혔다. 군부대를 찾아가서는 전쟁 준비 발언까지 내놨다. 대만인의 반중 정서를 파고든 전략이 먹혀들었다.

지난해 6월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홍콩의 반중 시위는 차이 총통 재선과 민진당 재집권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이들은 중국 계획대로 대만이 홍콩·마카오처럼 일국양제 방식으로 통일되면 대만도 홍콩 꼴이 날 것이란 프레임을 만들어 대만인의 불안을 키웠다.

중국 정부의 ‘중국인 정체성 강요’도 대만인의 마음을 중국에서 더 멀어지게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홍콩 학교 교육에서 공산당을 향한 충성 등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해 홍콩뿐 아니라 대만의 반중 정서에 불을 붙였다. 중국 정부가 차이 총통의 재선을 막기 위해 중국인 스파이를 동원해 친중 성향 국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선거 공작 의혹까지 불거지자 중국에 대한 거부감은 더 커졌다. 차이 정부는 중국 영향력 아래 중국과 가까이 지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라고 했다. ‘우리는 대만인이지, 중국인이 아니다’란 호소가 통했다.

대만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총통이 11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차이잉원 페이스북
대만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총통이 11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차이잉원 페이스북
중국은 차이 총통이 2016년 총통 취임 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자 대만 정부와 일체 관계를 끊고 대만 고립시키기 전략을 폈다. 차이 총통은 11일 선거 승리 연설에서 중국의 통일 압박을 거부하며 중국 정부를 향해 "평등에 기초해 양안(대만과 중국)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자"고 했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고 ‘국가 대 국가’로 대화하자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차이 정부의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아예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차이 총통 재선 확정 후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과 외교부 담화 등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고 대만 독립 시도에 경고를 보냈다. 특히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고 하며 국제사회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라고 했다. 대만에 군사 지원을 늘리며 중국 심기를 건드리는 미국을 향한 경고 메시지란 해석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차이 총통의 재선을 축하하는 성명을 내며 중국을 겨냥해 "가차없는 압박에 맞서 양안 안정을 유지하는 차이 총통의 노력에 갈채를 보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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