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동에 병력 보내길 희망한다" 美대사가 직접 호르무즈 파병 압박

조선일보
입력 2020.01.08 03:00

[文대통령 신년사] 주재국 대사 발언으론 이례적

해리 해리스

해리 해리스〈사진〉 주한 미국 대사는 7일 남북 관계 진전이 비핵화 진전과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신년사에서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대북 5대 제안'을 밝히며 남북 관계 진전을 강조한 직후였다. 문 대통령이 미·북 협상 진전과 상관없이 남북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자마자 주한 미국 대사가 이에 정면으로 제동을 건 모양새다. 외교 관례로 볼 때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북·미 대화 대신 남북 협력을 앞세우겠다고 했다'는 취지의 질문에 "우리는 남북 관계의 성공이나 진전과 더불어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보기 원한다"고 답했다. 해리스 대사는 문 대통령이 콕 집어 언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답방'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언급한 그런 조치들은 미국과의 협의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동맹으로서 긴밀하게 함께 일해야 한다"고 했다. 주한 미 대사가 대통령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정책들에 대해 '우리와 협의해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응답한 것이다. 외교가에선 "남북 관계에 속도를 내겠다는 문 대통령에 대해 미국이 직접 경고 메시지를 던진 모습"이라는 말이 나왔다.

해리스 대사는 "중요한 점은 아직까지 미·북 간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이라며 대화 자체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미국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엔 "우리는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오늘 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김정은이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로 충격적 실제 행동'을 예고한 것에 대해 군사적으로 맞대응할 수 있다고 역(逆)경고를 한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는 건 원론적인 발언"이라며 "주한 대사가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까지 언급한 걸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한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 저는 한국이 그곳(호르무즈)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진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리스 대사가 직접 나서서 파병을 압박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선 "입장을 절충하고 있다"며 "(미국 측 협상 대표인) 드하트 대표는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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