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우리 학교 문 닫나요… 여명학교 탈북청소년 눈물의 졸업식

조선일보
입력 2020.01.07 03:00

은평구 뉴타운으로 이전 계획… 주민 반대로 사실상 무산
구 관계자 "학교 살리려면 서울시나 교육청이 나서야"

"여명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믿음·소망·사랑. 이 배움을 누군가에게 또 알려주려고 여명학교를 떠납니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양교회에서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의 제16회 졸업식이 열렸다. 1반 대표로 연단에 선 김미나(19)양은 졸업 소감을 읽어내려가다 목이 메었다. 듣고 있던 졸업생 37명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후배의 손을 꼭 잡고 훌쩍이는 졸업생도 있었다. 학교 오케스트라가 팝송 '유 레이즈 미 업(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셨기에·You Raise Me Up)'을 연주하자 식장 곳곳에 흐느낌이 번졌다.

이날 졸업생들의 눈물을 흐르게 한 것은 학교를 떠나는 아쉬움만은 아니었다. 학교가 1년 후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막막한 현실 앞에 터진 눈물이었다. 학교가 세들어 있는 중구 남산동 현 교사(校舍)의 임대계약은 내년 2월 만료된다. 이곳엔 카페가 입주하려고 협의 중이다. 여명학교는 재학생 중 부모가 없는 학생이 30% 이상이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릎 꿇어 줄 어머니마저 없는 탈북 청소년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학교 측은 은평구 진관동 뉴타운으로 이전하려 했으나 주민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은평구는 지난달 17일 여명학교 이전안을 뺀 은평뉴타운 재정비촉진계획안을 시 도시재정비위원회에 올려 그대로 통과됐다. 구 관계자는 "주민 동의 없이 여명학교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교를 살리려면 서울시나 서울시교육청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2010년 서울시교육청에서 학력인정 대안학교로 인가받은 여명학교는 서울을 떠나면 인가도 사라진다. 청소년 교육기관을 관리하는 서울시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입지나 땅값 등을 고려했을 때 여명학교 이전지로는 은평뉴타운이 가장 적합하다"며 "반대하는 주민들과 토론회 등을 다시 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이전 문제는 교육청에서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조명숙 여명학교 교감은 "매일같이 은평구를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만나 설득하고 있다"며 "제발 아이들의 꿈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