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찌르자, 도쿄 도심 살아났고… 90m 고도 제한에, 서울은 시들어간다

조선일보
  • 도쿄=김서현 탐험대원
  • 취재 동행=이동휘 기자
  • 최은경 기자
    입력 2020.01.06 03:00 | 수정 2020.01.09 13:57

    [청년 미래탐험대 100] [66] 도쿄 부활의 현장, 비결 셋 - 도시재생에 관심 많은 김서현씨

    - 파격적 규제 완화
    '백척 규제'로 초고층 빌딩 불가, 2001년 취임 고이즈미 규제 풀어

    - 日王 궁전보다 높으면 어때?
    공중권 도입, 용적률도 구매 가능… 공원 등 지으면 용적률 상향 혜택

    김서현 탐험대원
    김서현 탐험대원

    [일본의 광화문, 마루노우치… 일본의 명동, 긴자의 변신]

    도쿄가 변했다. 쇠락했던 도심 얼굴이 확 달라지고 있다. 1964년 도쿄올림픽 전후 대규모로 개발됐던 도쿄 도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낡고 시들었다. 1991년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이 폭락하며 시작된 장기 불황은 도심 주변 모든 개발을 중단시켰다. 칼을 빼든 이는 2001년 취임한 고이즈미 총리였다. 그는 '도쿄 일극집중(一極集中)' 논리를 내세워 도시재생특별촉진법 등 파격적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놨다. 죽어가던 도쿄 도심은 딴 세상이 됐다. 그의 집권 후 도쿄에 들어선 100m 이상 고층 건물만 320개가 넘는다. 디자인을 전공한 내게 도쿄란 도시는 거대한 설계 그 자체였다. 상전벽해가 된 도쿄를 방문해 도쿄를 바꾼 힘을 찾아봤다.

    1. 공중권 도입으로 용적률 확대

    마루노우치 일대는 청와대 인근에 있는 한국의 광화문·종로 일대와 비슷한 공간이다. 일왕 궁전 건너편에 있는 이 공간에는 미쓰비시중공업, 히타치그룹, 미쓰비시상사, 메이지생명 등 일본 대기업·금융회사 본사와 국책연구소 등이 밀집해 있다. 이곳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십년 된 우중충한 모습의 4~5층 규모 건물만 즐비했다. 건물 높이가 이른바 '백척(百尺) 규제'에 묶여 고도 제한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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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공사 끝에 재탄생한 도쿄역 광장 - 일본 도쿄역 앞 광장에 고인 빗물에 환하게 불을 밝힌 도쿄역사(驛舍)가 비쳐 만들어낸 풍경.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2차 세계대전 때 폭격 맞아 부서진 역사만 덩그러니 서 있던 도쿄역 광장은 10년간의 공사 끝에 2014년 현재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관광 명소가 됐다. 도쿄역 뒤로는 도쿄의 중심 업무 지구인 마루노우치에 들어선 40~50층 높이 초고층 빌딩들이 보인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마루노우치와 그 인근이 재개발되면서 35~40층에 달하는 마천루들이 도쿄 스카이라인을 바꿨다. 이 일대는 곳곳이 빌딩 공사로 분주했다. 빌딩 네다섯개를 지날 때마다 타워크레인이 들어선 공사 현장이 나타났다. 2018년에만 높이 200m 안팎,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축 연면적 비율) 2000% 안팎의 초대형 건물 4동이 문을 열었다. 남북으로 1.3㎞, 동서로 900m 빼곡하게 들어선 건물 사이사이 정비된 도로 위로 쇼핑백을 든 관광객들이 오갔다.

    도쿄 대규모 복합 도시개발 프로젝트의 입안을 담당했던 안 마사토시 MA파트너스 회장은 마루노우치의 성공 비결로 '공중권 도입'을 꼽았다. 공중권은 쉽게 말하면 미사용 용적률이다. 30층까지 지을 수 있는 지역에 15층짜리 건물이 들어서면 남은 15층만큼의 용적률을 내다 팔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사들인 건물주는 자기 건물에 그만큼 높이를 더해 건물을 올릴 수 있다. 2007년 4월 문 연 도쿄역 서쪽 신마루노우치 빌딩은 도쿄역의 남은 용적률을 사들였다. 건물주 입장에선 비좁은 도심에서 추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도쿄역 주인인 정부는 도심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도쿄의 마천루들 그래픽

    용적률을 늘려준 대신 일본 정부는 공원과 공공 기반시설 용지 마련을 조건으로 걸었다. 용적률이 필요한 기업에 역사와 문화시설을 보존할 수 있는 설계안을 내놓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도쿄 내 민간 재개발 사업 31개를 분석했더니 추가 용적률을 평균 490% 받았다. 용적률이 2030%에 달하는 건물도 곧 도쿄역 인근에 들어선다. 공중권 도입 후 마루노우치는 도쿄역 인근의 랜드마크가 됐다. 일본 정부는 지금도 공공시설 유지 보수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공중권을 활용하고 있다.

    2. 긴자가 변했어요 '입체도로법'

    도쿄 긴자(銀座)는 서울 명동에 해당하는 도심 핵심 상권이다. 긴자를 찾아 대형 쇼핑몰 '긴자 식스'에 도착하자 1층 중앙부에 뚫려 있는 폭 4m짜리 일방통행 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도로에 진입한 차들은 건물을 가로질러 빠져나가거나 도로 중간에 있는 지하 주차장 출입구로 내려갔다. 직사각형 건물 1층 중앙에 터널이 뚫려 있는 모양이었다. 지나가는 차량 위 쇼핑몰 2층에서는 방문객들이 쇼핑 중이었다.

    도로 품은 긴자 식스 - 서울 명동에 해당하는 일본 도쿄 긴자(銀座)의 대형 복합 쇼핑몰 ‘긴자 식스’ 빌딩 1층 중앙부에 뚫린 도로로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도로 품은 긴자 식스 - 서울 명동에 해당하는 일본 도쿄 긴자(銀座)의 대형 복합 쇼핑몰 ‘긴자 식스’ 빌딩 1층 중앙부에 뚫린 도로로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고운호 기자

    이 도로는 긴자 식스라는 초대형 쇼핑몰을 만들기 위해 마쓰자카야 백화점 등 기업 4곳과 도쿄도가 머리를 맞대 탄생했다. 죽어가던 긴자 상권을 살리기 위해 인근 4필지를 통합하고 부지 중간에 있던 도로는 건물 1층에 두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한 층 면적이 6100㎡(약 1845평)에 달하는 지하 6층, 지상 13층짜리 초대형 쇼핑몰이 2017년 긴자 한복판에 태어났다. 이는 일본 도쿄의 도로 혼잡 등으로 인한 교통 상황 해결에도 도움이 됐다. 건물과 도로가 동시에 건설돼 도시에 사람이 집중하면서도 교통은 분산되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은 한 해 2000만명, 이들은 600억엔(약 6500억원)을 쓰고 간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1989년 만들어진 입체도로법이다. 주변 공간의 사용 제한을 풀어 도로 상하부에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해줬다. 도쿄도가 관리하는 도로와 개발업체들이 짓는 초고층 빌딩의 전략적 동거가 가능해졌고 도쿄 도심 곳곳에 '도로 품은 고층 빌딩'이 등장했다. 도쿄 최대 복합상업시설 중 하나인 롯폰기힐스 저층에는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인근 상업 지역인 시부야까지 가는 버스 등을 탈 수 있었다. 지난 2014년 완공된 도라노몬힐스에는 도쿄의 간선도로가 지하와 지상 일부 층에 들어섰다. 1년 만에 유동 인구가 7% 이상 증가했고, 지역 부동산 가격도 34.4% 상승했다. 도쿄역 인근 니혼바시 야에스잇초 45층, 36층짜리 복합빌딩 지하 3~5층에는 고속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자들이 공공기여 차원에서 도로를 낼 수 있도록 공간을 비우는 대신 도쿄도는 용적률을 높여주는 배려를 한 것이다. 서로 윈윈인 셈이다.

    3. 똘똘 뭉친 民官

    일본 정부는 '수도의 외관은 국가 활력을 보여준다'며 도쿄 재개발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자민당의 고이즈미 정권이 첫 삽을 떴지만 2009년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뒤에도 정책은 계속됐고 현재의 아베 정권에 와서 완성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헤이세이(平成) 시대였던 1989년 도쿄도 내에 높이 100m를 넘는 빌딩은 50채 정도였지만, 레이와(令和) 시대인 2019년 500채 이상으로 10배가량으로 늘었다. 죽어가던 상권 긴자와 낙후된 도쿄역 등이 프로젝트를 통해 되살아났다. 고이즈미 정부는 2002년 도쿄 역사 부근을 '도시재생특별지구'로 지정해 용적률과 고도 제한, 건폐율 등 규제를 완화했다. 그전까지 이 일대에 건물을 지으려면 31m 높이 제한을 받아야 했다. 일왕 궁전보다 높은 건물이 들어설 수 없다는 규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아베 정부가 '국가전략특구법'을 만들어 특구로 지정된 도쿄 등 건물 용적률 상한선, 고도 제한 등을 아예 없앴다.

    규제 완화에 부작용 우려도 제기됐다. 일본 정부는 추가 용적률을 허락하면서 사업자가 공원과 녹지를 조성하거나 문화재를 보존하는 건설안을 내놓는 조건을 달았다. 마루노우치 중심부 오테마치 타워 주변에는 3600㎡(약 1100평) 규모의 숲이 조성돼 있다. 일본 건설업체들은 숲을 만들어 시민들이 이용하게 해주고 추가 용적률을 받았다. 빌딩 1층을 없애는 대신 곧장 지하 3층의 보행자 통로와 출입문을 연결해 도쿄역까지 갈 수 있게 만든 것도 추가 용적률 탓에 가능해진 구조다. 도쿄역 광장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정비하고, 도쿄역 역사 보존에 적합하도록 건물 한쪽 면을 예전 도쿄중앙우체국 모습으로 보존한 것도 추가 용적률 330%가 역할을 했다. 민승현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관이 재개발을 최우선 목표로 합의한 게 성공의 원인"이라고 했다.

    "정치에 흔들렸다면 지금의 도쿄는 없었다"
    '도쿄 미드타운' 개발 총괄, 안 마사토시 MA파트너스 회장

    안 마사토시 회장

    "관(官)의 규제 완화와 일관된 정책, 민(民)의 지역 활성화 참여가 현재 도쿄의 입체적인 얼굴을 만들어냈습니다."

    일본 MA파트너스의 안 마사토시(安昌寿·사진)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이뤄져 온 도쿄 도심 재개발의 성공 요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안 회장은 지난 2002~2007년 도쿄에서 진행된 대형 복합상업시설 '도쿄 미드타운'의 도시 계획을 짜고 이를 총괄해 진행한 인물이다.

    안 회장은 "도심 재개발이 정치적 계산에 따라 흔들리지 않은 덕분에 지금의 도쿄 도심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했다. 2009년 일본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지만, 전(前) 자민당이 추진해온 도쿄 도심의 도시재생 정책은 그대로 유지됐다. 안 회장은 "경기 침체를 돌파하는 수단이자, 시민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사업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의 강력한 재개발 의지엔 규제 완화가 뒤따랐다. 안 회장은 "정부가 건축 고도 제한을 완화하고 용적률을 늘려주는 한편, 민간 기업에는 재개발된 지역의 활성화 임무를 부여했다"며 "용적률 등 짜인 도시 계획 틀 안에서 개발 계획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것은 옛날 방식이라 지금은 지지받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교통·도로 등 인프라가 충분히 정비된 지역에 한해서는 용적률 최대한도를 탄력적으로 높이는 게 효율적이고, 고(高)용적률을 적용해 시설의 매력을 높이는 게 최근 세계 도심 재개발의 트렌드"라고 했다. 안 회장은 "교토나 후지산도 인기 관광지이지만, 이를 압도하는 게 도쿄다. 깨끗한 긴자와 마루노우치 거리, 늘씬한 스카이라인을 보러 사람들이 사방에서 몰려오고 있다"고 했다.

    긴자 상권 살아나고, 日 관광객 급증
    도쿄의 인사동 아사쿠사 잇초메… 전년대비 땅값 34.5%나 상승

    일본은 도쿄 도심이 활력을 되찾으면서 땅값도 장기 불황 터널을 탈출했다. 도쿄도청의 2019년 도쿄도 내 기준지가(7월 1일 기준)에 따르면, 도쿄 지역 평균 지가 상승률은 4.1%로 7년 연속 상승했다.

    상승률이 두드러지는 곳은 상업지역이다. 도쿄도 전체 상업지역 지가 상승률은 6.8%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올랐다. 도쿄 중심지인 23구 지역으로 한정하면 상승률은 8.4%로 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거나 역세권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의 지가가 크게 뛰었다. 도쿄의 인사동 격인 아사쿠사 잇초메(一丁目) 지가는 전년 대비 34.5% 올랐다. 도심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도라노몬(虎ノ門) 일대 지가 상승률도 18.1%였다.

    한때 '부동산 버블 붕괴'의 대명사처럼 통했던 긴자(銀座)의 땅값도 고공행진 중이다. 일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긴자 메이지야긴자빌딩은 1㎡당 가격이 전년보다 3.1% 오른 4320만엔(4억 6670만원)을 기록했다. 긴자 일대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사실상 완료되면서 버블 시절 최고가 기록(1991년 3800만엔)을 3년 연속 넘었다.

    도쿄 땅값은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된 2013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도쿄 도심부 역세권에 대한 재개발 사업과 함께 금융 완화 정책, 방일(訪日)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실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관광입국(觀光立國) 정책 아래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숫자는 2011년 600만명대에서 2018년 3100만명대로 늘었다. 덕분에 2018년엔 전국 기준지가가 1991년 버블 붕괴 이후 처음으로 0.1% 오르기도 했다.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 이후 도쿄 지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올림픽 이후를 목표로 한 도쿄 도심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다수 계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쿄역 북쪽의 니혼바시(日本橋), 시나가와(品川), 시부야 등지에선 이미 2020년대 후반 완공될 대형 빌딩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왜 우리의 서울은 도쿄처럼 안될까]

    도쿄역 아래엔 레스토랑 1300개… 초고층 빌딩으로 곧장 올라가
    서울역 개발 10년째 표류중… 사대문 안에선 고도 90m 제한
    상업지역은 용적률 800% 규제

    깨끗하게 정비된 지상의 도쿄역 일대 아래로는 빌딩과 지하철역, 지하상가와 촘촘히 연결된 '지하 도시'가 생겼다. 도쿄역 동서남북 지하에만 레스토랑이 1300여개 자리 잡고 있다. 시민들은 오테마치 타워, 그랑도쿄 등 초고층 빌딩 연결 통로로 곧장 사무실에 올라갔다. 신호등 한 번 걸리지 않은 덕에 도쿄역에서 800m 거리 니혼바시역까지 9분이 채 안 걸렸다.

    서울역의 야경. 하늘로 솟은 마천루들이 사방을 둘러싼 도쿄역과 달리, 서울역 인근 개발 사업은 10년째 표류 중이다.
    서울역의 야경. 하늘로 솟은 마천루들이 사방을 둘러싼 도쿄역과 달리, 서울역 인근 개발 사업은 10년째 표류 중이다. /남강호 기자

    서울은 어떨까. 서울역 앞 광장은 각종 천막과 노숙인들로 여행객이 여행용 가방을 끌고 가기가 버거울 지경이었다. 서울역을 찾은 마키타 고이치로씨는 "걸어서 이동하기가 불편하고 깜짝 놀랄 정도로 노숙인이 많다"고 했다. 광화문 인근까지 도보로 이동하려면 건널목을 7~8번 건너야 했다. 서울역 앞에서 반복되는 여러 집회도 불편 요소다.

    서울도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을 만들어 도시 재생 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2010년대 들어 서울 도심 재개발 논의가 시작되는 등 한국은 이제야 초보적 도심 재개발 논의를 하는 상태"라고 했다.

    부동산 가격 폭락,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를 벌여온 도쿄와 서울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내 상업지역 용적률을 최대 800%로 묶어 놓은 서울시 조례 등 각종 규제로 중심업무지구로 꼽히는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는 고층 빌딩이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서울 사대문 안은 90m 고도 제한이 있다. 도심 지역 내 신축 건물이 내사산(內四山, 낙산·인왕산·남산·북악산) 경관을 가로막지 않도록 한다는 게 이유다. 도쿄의 긴자 식스처럼 도로 위에 초고층 빌딩을 올리는 절충안이 실현되기도 어렵다. 일본의 입체도로법과 비슷한 '도로 공간의 입체개발에 관한 법률안'은 작년 국회에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도쿄역처럼 서울역 역시 역세권 개발을 통해 탈바꿈할 수 있지만, 주변 개발 사업은 10여년째 표류하고 있다. 코레일은 서울역 북쪽 부지에 총 5만㎡ 규모 컨벤션센터와 부대시설인 호텔·오피스텔·쇼핑몰로 구성된 강북판 코엑스를 만들려고 했지만, 첫 삽도 못 떴다.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과 교수는 "도시 재개발에 대한 과감한 규제 완화와 지원이 10년 뒤 서울의 얼굴을 결정할 것"이라며 "일관성 있는 도시 재개발 정책을 긴 호흡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다.

    "용적률 제한이 서울의 경쟁력 떨어뜨려" 이광환 국가건축정책위원

    이광환 국가건축정책위원

    "서울의 도시 재개발 정책은 너무 경직돼 있습니다. 용적률을 탄력적으로 산정하는 등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광환(해안건축 소장·사진)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은 글로벌 도시로 주목받고 있는 서울이 건축 용적률 제한으로 인해 도시 경쟁력이 제약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적률은 대지 면적 대비 건축 연면적 비율을 뜻한다. 용적률 1200%라면, 100평 땅에 연면적 1200평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광환 위원은 "도심 재개발을 위해 파격적인 용적률을 허용한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엔 40층 넘는 초고층 빌딩이 줄줄이 들어섰고, 그곳엔 내·외국인이 북적인다"고 했다. 현재 서울시는 상업시설의 최대 용적률을 800%로 묶어놓고 있다. 이 위원은 "서울도 일괄 적용되는 용적률 상한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적어도 도심 중앙부와 외곽만이라도 차이를 둬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무분별한 용적률 완화를 경계했다. 그는 "빌딩이 과밀해지면 인근 교통이 혼잡해지는 등 도시 환경에 부정적일 수 있으니 교통 인프라 확보와 시민 편익 제공 등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개발 주체가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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