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보수대통합 꺼내든 황교안·유승민… "시간이 없다"

입력 2020.01.01 15:38 | 수정 2020.01.01 17:46

'보수통합추진위 구성→설 前 통합 원칙 합의→2월초 통합 마무리' 시나리오 거론
지분·노선 합의가 관건⋯당명 변경, 비례 전문 자매정당 창당도 해결해야
黃, 劉 거론하며 "유 아무개"라 지칭⋯ 劉 "한국당 지금 모습으로 보수 재건 어려워" 신경전도

4·15 총선을 3개월여 남겨둔 새해 첫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이 보수대통합 추진 의지를 밝히고 나왔다. 황 대표는 "시간이 많지 않다. 통합 열차를 출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유 위원장은 "아무리 늦어도 2월초까지는 중도보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군소정당이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며 전열을 정비한 만큼 보수통합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황·유 두 사람을 필두로 한 보수 야권이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얼마나 조정해낼 수 있느냐가 통합 성사의 관건이라 보고 있다. 총선 공천이란 '지분(持分)' 문제가 걸려있어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황 대표는 이날 보수통합과 관련해 유 위원장을 "유아무개"라고 불렀다. 유 위원장은 이날 "한국당이 제일 큰 보수정당으로서 지금까지 국민에게 보여준 모습으로는 건전한 보수를 재건하기 어렵다"고 했다. 본격적인 보수통합 협상을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도 가열되는 분위기다.

◇황교안·유승민 "통합해야" 총론에 동의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연합뉴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연합뉴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일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무도하고 불의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며 "우리는 하나된 힘으로 저들의 거대한 음모를 봉쇄해야 하고 (그를 위해) 무기를 담금질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그러면서 "통합과 혁신이 우리의 가장 큰 무기"라며 "첫걸음은 통합"이라고 했다. 그는 "통합은 정의(正義)고 분열은 부정(不正)"이라고 했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위원장도 이날 신년인사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 안에서는 숫자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다음(총선)에는 중도보수 세력이 어떻게든 국회 과반을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늦어도 2월 초까지는 중도보수세력이 힘을 합쳐 통합이든 연대든 총선에서 이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현 보수 야권의 대주주격인 두 사람이 새해 첫날 '보수통합'을 화두로 들고 나온 것이다. 실제로 보수 야권이 4월 총선에서 범여권에 맞서 유의미한 승부를 벌이기 위해서는 보수통합이 필수적이란 데 보수 야권 정치인들의 의견이 대체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연말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범여권의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강행 처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숫적 열세를 절감한 이들로서는 보수 통합 없이는 4월 총선에서도 국회 다수 세력을 범여권에 내줄 공산이 크다.

특히 보수 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면 헌정 사상 초유의 4연속 전국 선거 패배라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한국당의 전신인 옛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 때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민주당에 원내 1당 자리를 내줬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았고 2017년 5·9 대선에서 정권을 민주당에 내줬다. 작년 6·13 지방선거에서는 기록적 참패를 당했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현재 분열된 보수 야권으로는 총선 승리는 난망하다"며 "선거법까지 범여권에 유리하게 개정된 마당에 분열한 채로 총선을 치를 경우 정권에 이어 원내 압도적 다수 세력까지 범여권에 내줄 공산이 크다"고 했다.

◇황·유, 통합추진위 띄우며 본격 협상 들어갈 듯

황 대표는 이미 지난해 11월6일 유 위원장에게 보수대통합 추진을 공개 제안했다. 유 대표도 '탄핵의 강을 건너자' 등 보수 재건의 3원칙을 받아들인다면 통합 논의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양측 간에 공식 논의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보수 야권 재편의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으면서 인재 영입이나 새로운 노선 정립에도 속도가 붙지 않았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통합 과정을 통해 노선과 인물 혁신을 이뤄내는 게 통합 효과인데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보수 진영의 혁신도 멈춰선 상태"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선거법·공수처법 강행 처리에 보수 야권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역으로 보수통합 필요성은 한층 커졌다. 황·유 두 사람 모두 신년 메시지로 보수통합을 언급한 것도 통합 없이는 4월 총선에서 보수 야권이 승리하기 어렵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양측 일각에서는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모두 총선에 후보를 내되, 수도권 등 접전지에서 연합 공천을 하는 '느슨한 연대'도 거론됐지만 현실성이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 차원에서 양측의 통합 논의는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통합추진을 위한 제3기구 출범을 위한 양측의 협상이 시작될 공산이 크다. 황 대표는 이날 "자유시장경제 민주주의 세력의 대통합을 실현하기 위해 통합추진위원회를 조속히 출범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위원장과 통합 논의를 하고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필요한 얘기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유 위원장은 이날 '늦어도 2월초'라는 통합 시한도 제시했다. 보수통합 논의 과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지역구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시한(1월16일)까지 보수통합 협상 개시를 이뤄내고 늦어도 설 이전에 보수통합의 원칙에 양측이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2월초에는 통합 마무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의 한 인사도 "총선 공천 스케줄을 감안하면 2월초가 통합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한국당과 새보수당 주변에서는 한국당 3인, 새보수당 3인, 외부 3인 등 9인 통추위 구성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두 진영 간에는 통추위원장 후보를 놓고도 물밑에서 비공식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박관용 상임고문 등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0년 신년인사회에서 떡을 자르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박관용 상임고문 등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0년 신년인사회에서 떡을 자르고 있다./연합뉴스
◇보수신당 창당, 지분 협상 고비 넘느냐가 관건

한국당 진영은 1991년 민정·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 이후 사실상 당대당(黨對黨) 통합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 대선을 겨냥해 일부 군소정당과 합당한 적은 있지만 흡수통합 형식이었다. 그런 만큼 한국당 일각에서는 새로운보수당과의 대등한 통합에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았다. 현재 한국당 의석은 108석, 새보수당은 8석이다.

그러나 한국당에 새보수당이 흡수되는 형식의 통합은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새보수'를 내걸고 2년 가까이 '죽음의 계곡'을 건너왔다는 유 위원장이 이런 식의 통합에 응할 가능성이 없다. 과거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에서 보듯 흡수합당은 통합의 시너지 측면에서도 크지 않다.

이 때문에 거론되는 게 '제3신당'에서 양측이 헤쳐모이는 방식이다. 보수통합 신당을 창당하자는 것이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현 여권 진영이 열린우리당을 해산하고 범여 시민사회 세력까지 참여하는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해쳐모인 적이 있다. 다만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한국당을 해산할 경우 잔여 재산를 처리해야 하고, 처분하지 못한 재산은 국고(國庫)에 귀속된다"며 "세부 협상 과정에서 실질적 통합 신당 창당에 해당하는 당대당 통합이 모색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새보수당 관계자도 "기존 정당 해산을 통한 신당 창당이 아니더라도 인적 구성, 정강·정책 변경 등을 통해 신당 창당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수통합을 두고 제3신당 창당이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각 정파 간 지분(持分)과 노선 문제도 얽혀있다. 어느 한 정당이 주도권을 쥔 합당의 경우 지분 배분이나 노선 정립에서도 이같은 세력 구도가 그대로 반영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분 협상과 노선에서 합의점을 찾는다면 통합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했다.

현재 양측 사이에서 지분이나 노선 문제와 관련해서는 강경론과 온건론이 맞서고 있다. 한국당과 새보수당 일각에서는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고 상대의 노선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협상에서 좀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황 대표와 유 위원장 모두 초반에는 강경한 입장에서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두 사람의 이런 전략 때문에 협상 초반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날도 황 대표와 유 위원장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황 대표는 이날 유 위원장과 통합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제가 이런 얘기 할 때마다 꼭 유아무개를 거명하면서 질문하더라"며 "제가 생각하는 통합은 큰 통합"이라고 했다. 유 위원장은 통합 대상 중 하나란 뜻으로 압박 성격이 있어 보인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 심판 위해서 모든 자유세력이 통합 열차에 승차해줄 것을 당부한다"면서 "저는 어떤 기득권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현 정권 심판을 위해 단일 대열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반면 유 위원장은 이날 "한국당이 제일 큰 보수정당으로서 지금까지 국민에게 보여준 모습으로는 건전한 보수를 재건하기 어렵다"며 "새보수당이 앞장서서 치고 나가면서 '보수재건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새보수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규모를 앞세워 협상 초반 새보수당을 향해 압박 시도를 할 공산이 있다"며 "유 위원장도 황 대표가 보수 재건의 비전에 동의하고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한 호락호락 응하지는 않을 것"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당이 영남과 60대 이상 보수층, 새보수당이 수도권 20~40대 중도층을 중심으로 득표력이 있는 만큼 양측이 대원칙에만 동의하면 협상이 의외로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유 위원장은 "수도권과 중부권을 중심으로 새보수당에 대한 20~40대 젊은 유권자들의 기대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새보수당이) 보수 재건을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명 변경, 비례전문 자매정당 창당도 논의할 듯

보수통합당 창당을 위해 당명(黨名) 변경이나 비례 전문 정당 창당 문제를 놓고도 양측이 합의만 하면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잖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당명은 보수통합 정당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담는 당명으로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할 것"이라며 "한국당과 새보수당이란 복수 정당이 존재하는 만큼 통합 후 비례전문 자매정당(Schwesterpartei) 창당 문제도 이와 연계해 해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과 유승민 의원, 지상욱 의원 등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신년하례식'에서 '2020 새로운 시작'이라고 적힌 떡을 자르고 있다./연합뉴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과 유승민 의원, 지상욱 의원 등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신년하례식'에서 '2020 새로운 시작'이라고 적힌 떡을 자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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