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춘문예] 오르내리는 바이킹의 공포와 인내, 우리 삶 비춰

조선일보
  • 문정희·시인
  • 정호승·시인
입력 2020.01.01 03:01

詩 부문 심사평

[2020 신춘문예]
문정희·시인.
언어는 소통의 본질을 지니고 있다. 시의 언어 또한 마찬가지다. 시를 쓴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성찰의 한 단면을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그것을 독자와 함께 나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에 본심 심사 대상이 된 시의 경우, 소통하기 어려운 시가 많았다. 인간의 삶은 존재하지 않고 언어만 존재해서 그 언어의 유기적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시의 그릇에 제각기 놓인 추상적 관념적 언어를 통해 언어의 난무(亂舞)를 보았다. 삶의 내용이 내포되지 않은 시의 언어는 그 의미를 잃는다. 의미를 잃고 형식만 남음으로써 소통이 불가능한 시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 한국 시의 위기다. 그러나 최종심까지 논의된 몇몇 작품은 그런 위기감을 다소 진정시켜 주었다.

정호승·시인
정호승·시인
'폭우가 지나간 자리에서'는 소통 가능한 언어로 쓰였으나 폭우에 떨어진 사과의 의미에 보다 깊은 사색의 비유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초행'은 화장한 유해를 들고 산을 오르는 과정을 대화체로 쓴 작품이다. 그러나 과정에 치우친 나머지 그 과정에서 추구해야 할 죽음의 의미에 대한 독자성이 부족했다. "다시는 안 볼랍니다 소리를 버럭 지르는데 차 한 대가 쌩하니 지나가는 겁니다" 등에서는 유해를 모시는 진정성에 의구심이 일었고, "검은 봉투에 흰 가루를 품에 꼭 안고"에서는 응축되지 못하고 풀어진 점이 있었다.

'진심으로'는 진심에 대한 양의성이 있었다. '진심'을 진심(眞心)으로 이해했을 때는 시에 생명력이 있었으나 사람 이름으로 파악했을 때는 평범한 일기 같은 산문성이 두드러졌다.

당선작 '바이킹'은 한 남녀가 놀이기구 바이킹을 타면서 한순간 겪게 되는 고통과 공포를 통해 우리 삶의 절망과 희망이 교직되는 순간순간을 절실하게 잘 드러내었다. 대한민국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의 현재적 삶이 바이킹을 타는 행위로도 재해석되었다.

바이킹이라는 배를 타는 안식과 기쁨보다는 배가 좌우의 방향으로 높이 오르내릴 때 경험하게 되는 위험과 불안, 고통과 인내 등이 바로 오늘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현실과 같다는 의미가 암유돼 있다. 당선을 축하한다. 당선자는 한국 현대시의 미래를 이끌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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