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춘문예] 자살이라는 냉혹한 현실 해부한 블랙 코미디

조선일보
  • 임선옥·평론가
  • 오경택·연출가
입력 2020.01.01 03:01

희곡 부문 심사평

임선옥·평론가
임선옥·평론가
응모작의 전반적 경향은 대한민국의 사회 병리적 현상에 집중되어 있었다. 작품 소재와 관심사는 다양했지만, 거대담론이나 정치 이데올로기보다는 일상담론의 비중이 컸다.

청년 실업, 자살, 경제적 고통, 세대 갈등, 가족 붕괴, 학교폭력, 요양원, 타인에 대한 혐오, 차별 등 현재 대한민국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소재로 삼았다. 가끔 독립운동, 위안부, 디스토피아적 미래 사회 이야기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다수의 작품이 언론에서 자주 접하는 사회적 이슈에 극적 구성을 얹어 표면적 현상을 나열하거나 한탄하는 것에 그치고 있어 아쉬웠다.

오경택·연출가
오경택·연출가
많은 응모작 가운데 '절벽 끝에 선 사람들', 이예진의 '자리 없습니다', 윤미희의 '오후 2시', 이수민의 '이류'가 최종심에 올랐다. 심사위원들은 '절벽 끝에 선 사람들'을 이견 없이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절벽 끝에 선 사람들'은 자살을 소재로 대한민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해부해 블랙 코미디 형식에 담아낸다. 제목, 등장인물, 장소, 오브제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절벽 끝에서 자살하려는 사람들과 자살을 도와 돈 버는 사람과 그 장면을 기록해 취업하려는 사람 이야기를 통해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기존의 자살 소재 작품들이 보여주었던 전개방식과는 다른 독창적 관점에서 자살과 관련된 등장인물을 다루고, 연극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시공간과 오브제를 운용한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작품의 밀도 있는 전개, 단계적 긴장감 고조, 반전 결말의 극적 구성 또한 다른 작품들보다 흡인력 있었다. 블랙 코미디 분야에 출현한 샛별 작가의 별빛이 예사롭지 않게 빛난다. 김준현 작가의 당선을 축하하며, 더욱 빛나는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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