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춘문예] 종이로 집짓는 행위를 치유의 상징으로 끌어올려

조선일보
  • 김인숙·소설가
  • 최수철·소설가
입력 2020.01.01 03:01

단편소설 부문 심사평

김인숙·소설가(위쪽). 최수철·소설가
김인숙·소설가(위쪽). 최수철·소설가(아래쪽)
예심을 거쳐 올라온 14편의 작품 중에, 본심의 대상이 된 것은 황화주의 '잠자리엽서 그리기', 하인선의 '하트비트' 그리고 김수영의 '종이집' 세 편이었다. 그중 앞의 두 편은 나름대로 탄탄하게 틀을 짰지만, 스토리텔링이 명료하지 못하여 주제의식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느낌과 함께 '소설'로 나아가지 못하고 세태적인 이야기에 그쳤다는 아쉬움을 가지게 했다.

거기에 비해 '종이집'은 소설을 쓸 때 무엇보다도 '상징'을 잘 다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서, 우리 주변의 상징적 사물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더욱이 '집'을 중심 소재로 삼고서 거기에 초점을 맞추어 세부를 꾸려나감으로써, 작품 전체가 강한 일관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높이 살 만했다.

소설 속에서는 실제의 집을 짓고 팔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종이로 집을 짓고 팔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인공의 섬세한 의식 속에서 서로 맞물린다.

그리하여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의 '집'을 가지지 못한 채 살아가는 주인공은 '종이로 집을 짓는 행위'를 이를테면 치유의 상징으로 끌어올려서 자신을 반성하고 세상과 대면한다.

요컨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면밀히 들여다보면, 어디든 의미로 가득 차 있고, 그 각각의 의미는 구체적인 상징을 통해 가시적으로 드러나며, 따라서 소설 혹은 예술은 그 상징의 가치를 우리에게 일깨워 삶의 의미를 되살려내는 것임을,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 신인 작가의 앞날에 충분히 신뢰를 가져도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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