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춘문예] 소리 없는 말에도 귀 기울이겠습니다

조선일보
  • 김수영
입력 2020.01.01 03:01

단편소설 당선소감

김수영
김수영
새벽에 눈을 뜨면 창밖부터 내다봅니다. 산을 향해 있는 창은 어둠이었다가 어스름으로, 이어 나무들의 실루엣으로 가득 찹니다. 날이 밝으면서 덩어리는 와해되고 나무줄기와 나뭇잎이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치 소설처럼. 새벽 안개가 자욱한 날은 오래도록 밖을 보아도 덩어리뿐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그럴 땐 마음속의 길을 봅니다. 아무도 없던 길에 누구라도 나타나면 눈이 저절로 크게 떠졌습니다. 저 혼자 지나가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습니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하면서.

내가 바라본 누군가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습니다. 지워지고 버려지다 남은 한 단어, 한 문장이 쌓여갔습니다. 내 문장이 턱없이 허술해 무너져 내리면 기꺼이 다시 쌓았습니다. 그것이 향기로운 집이 될지, 비뚤어진 집이 될지, 어둡거나 환한 집이 될지 미처 알지 못했으나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안온한 집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함과 다짐으로 온 마음과 정성을 쏟았습니다. 내가 만든 집이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이제야 어렴풋이 느낍니다.

종이집이 있는 골목길 사람들과 오래오래 같이 걸어가고 싶습니다. 길섶의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고, 소리 없는 말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미끄러지고 삐끗거려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 길을 걷게 해주신 심사위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소설과 인생이 다르지 않다고 가르쳐주신 박상우 선생님 감사합니다. 소행성 문우들과도 기쁨을 나눕니다. 소식을 듣고 함박웃음을 지은 엄마. 촘촘한 그물망 같은 엄마의 주름살이 저의 힘입니다. 마음 다해 응원해준 알피네, 해나, 해늘, 효근, 진옥 고맙고 사랑해.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1957년 서울 출생

―충남대 영어영문학과 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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