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학이 망가지면 나라의 미래도 무너진다

조선일보
  • 배영찬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입력 2019.12.24 03:14

배영찬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배영찬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2018년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읽기, 수학, 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순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학 성취 수준의 추락은 국내 이공계 관련 학계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그동안 우리 수학 교육을 '성취도는 높고 흥미도는 낮다'로 표현했는데 이제는 '성취도도 낮고 흥미도도 낮다'로 요약되는 최악 상황에 이르렀다. 현대사회에서 수학의 추락은 단지 교육적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추락·퇴보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단히 심각하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사회는 훨씬 복잡해졌고, 생성되는 데이터양은 가히 폭발적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많은 자료를 수학적으로 계량해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분석해 내는 능력은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은 절대적으로 기초 수학에 기반을 두고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최초 컴퓨터 에니악 등장 이후 수퍼컴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이제는 대표적 양자역학 현상인 중첩과 얽힘에 기반을 둔 독특한 논리 연산법을 도입한 양자 컴퓨터까지 등장, 수학의 응용 범위는 자연과학은 물론 인문과학·사회과학·생산기술이나 일상생활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수학은 학문적으로도 중요하지만 현대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도구이다. 학생들에게 주제의 딱딱한 정의부터 가르치기보다 그 주제가 탄생한 역사적 배경을 먼저 설명하면 쉽게 이해한다. 예를 들면 뉴턴은 행성이 타원운동을 한다는 천체 운동 이해를 돕고자 미적분을 만들었다. 물체의 위치, 속도, 가속도, 물체에 작용하는 힘 등을 미분방정식에 대입해 행성의 궤도가 타원임을 증명했다. 물리학을 표현하는 도구로 수학을 사용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기반의 첨단 기술 국가이다. 과학기술 또한 자연현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학문이다.

PISA에서 수학 학업 성취도가 급격히 하락한 데는 2016년 3월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전면 시행한 자유학기제의 직접적 영향이 크다. 시행 초기부터 우려됐던 학력 저하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한 학기' 동안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지 않는다. 내년에는 '1년 동안 운영하는' 자유학년제를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와 같은 교육으로는 '2024년 PISA'에서 우리 청소년들의 수학 성취도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 자명하다. 학생은 평가를 통해 부족함을 보완하여 성장하며, 교사는 교수 방법 개선점을 찾는다. 학생의 학업 성장 정도를 결정할 과목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시행하는 자유학기제에서도 특정 교과 평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데 특히 수학만이라도 지필 고사는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또한 현재 고교 수학 교육과정은 대학의 공학 계열보다 더 세분돼 있다. 세분될수록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고교에서는 수학의 전반적 내용을 폭넓게 이해하고 대학에 진학하여 전공 특성에 따라 깊이 있게 배우면 된다. 고교 시절부터 수학에 질리게 할 필요는 없다. 2019년 현재 일반계 고교 대학 진학률은 76.5%로 학생 대부분이 대학에 간다. 이 중 70%는 수학과 관련된 학과에 진학한다. 이 학생들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수학은 문·이과 구분 없이 교양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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