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걸어도 욱신… 척추관협착증, 방치하면 마비 올 수도

입력 2019.12.23 03:00

수술 두려움에 치료 미루면 증상 심해져
엉덩이·종아리까지 극심한 통증 동반

작은 구멍 2개 뚫는 '양방향 척추내시경'
엄진화 병원장이 국내에 처음 들여와
수천건 집도하며 안전성·치료 효과 확인
매년 美·中·日서 배우러 찾아 오기도

엄진화 서울바른병원 원장은 “척추관협착증·허리디스크 등 척추 질환이 발병했을 때 약물 치료나 물리 치료 등으로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충분한 보존 치료를 받고도 상태가 심각하다면 수술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게티이미지뱅크
엄진화 서울바른병원 원장은 “척추관협착증·허리디스크 등 척추 질환이 발병했을 때 약물 치료나 물리 치료 등으로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충분한 보존 치료를 받고도 상태가 심각하다면 수술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게티이미지뱅크

“엉덩이와 다리, 발이 욱신욱신 저리고 아프다.” “늦은 밤이면 종아리 통증이 몰려와 잠을 못 이룬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터질 듯해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 극심한 통증을 동반해 노년기 삶의 질(質)을 떨어뜨리는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늘고 있다.

척추관협착증 증상이 심해지면 배변 장애나 마비까지 나타나지만, 수술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료를 미루다가 증상이 악화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환자도 부지기수다. 최근에는 수술 부담이 적은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을 시행하는 병원이 느는 추세다.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은 기존 수술보다 정밀한 시술로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였다. 전신 마취가 아닌 부분 마취로도 가능하고, 부작용도 적다.

엄진화<위 사진> 서울바른병원 척추센터 원장은 우리나라에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을 도입한 척추 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매년 미국·일본·중국 등 각국 의료진이 의술을 배우러 엄 원장을 찾아온다.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은 수술을 두려워하는 척추관협착증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2일 서울바른병원에서 엄 원장을 만났다.

◇'구멍 두 개'로 빠르고 안전하게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은 기존 수술과 어떤 점이 다른가.

"일반적인 척추내시경 수술은 구멍 한 개에 내시경과 수술 기구를 동시에 넣는다. 내시경으로 볼 수 있는 시야가 좁고, 기구가 움직이는 범위 역시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시술하기가 까다로워 수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은 구멍을 두 개 뚫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허리에 약 5㎜의 구멍을 만들어 내시경을 삽입하고, 또 다른 구멍으로는 수술 기구를 넣어 병변의 원인을 제거한다. 넓은 시야각을 확보해 환부를 정밀하게 볼 수 있고 수술 기구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치료 성공률이 높다. 수술 다음 날이면 일상에 복귀할 정도로 회복도 빠르다."

―효과는 어떤가.

"척추관협착증은 젊은 층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한 구멍만 이용한 기존 수술은 최근까지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에만 시술할 수 있었다. 나이가 많거나 심장 질환이 있는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전신 마취의 위험을 감수하고 절개 수술을 받아야 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수술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이다. 이 수술은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뿐 아니라 경추(목뼈)·흉추(등뼈) 질환에도 시술할 수 있다. 부분 마취로도 가능하고 고령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국내 내시경 기술로 의료 한류 이끈다

엄 원장은 척추내시경 감압술 치료부터 중증 척추관협착증 치료까지 척추 질환 전 분야를 아우르는 대가로 꼽힌다. 그는 2003년 국내 최초로 한일척추신경외과학회에서 양방향 척추내시경 감압술에 대해 발표한 이후 성공적인 임상 사례 3500여 건을 확인했다. 2016년에는 세계적 척추 학회지인 '뉴로서지컬 포커스'에 논문이 실렸다.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을 국내에 들여왔다.

"2000년 미국정형외과학회(AAOS)에서 이 수술법을 접하면서 시행했다. 2003년 국내에 처음 발표한 당시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후 수술을 수천 건 집도하며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10년 동안 모은 임상 자료를 바탕으로 2013년 일본 세계미세척추수술학회에서 다시 발표하자 학계에 큰 반향이 일어났다. 주류이던 한 구멍 척추내시경의 부족한 점을 양방향 척추내시경이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다. 이후 세계신경외과학회(15thWFNS), 미국신경외과학회(AANS) 등 다수 학회에서 발표 했고, 지난 9월에는 헝가리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강연자로 초청돼 세계 척추 전문의들에게 수술법을 지도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척추 내시경 수술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선도하는 분야다. 그중에서도 서울바른병원은 중국 3대 척추·관절 치료 병원과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첨단에 있다. 전 세계 환자를 상대로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을 넓게 펼치고 싶어 지난 7월 서울바른병원에 왔다. 우리가 의료 선진국으로 가 척추 치료술을 배워오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한국이 의료 선진국으로 발전한 만큼 전 세계 의료 기관과 교류하고 기술을 전수해야 한다. 우리 의료 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의료 한류'가 확산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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