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에 노끈 두고…" 원내대표 당락 가른 김재원의 한마디

입력 2019.12.09 14:54 | 수정 2019.12.09 15:24

"딸 수능치는 날 중앙지검에서 조사받아…영혼 털리는 기분"

9일 치러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5선의 심재철 의원과 3선의 김재원 의원이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처리를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강한 대여 투쟁력을 앞세운 심 원내대표와 협상통으로 알려진 김 정책위의장 조합이 의원 다수의 표심을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런데 4파전으로 치러진 이날 원내대표 경선 현장에서는 김 정책위의장의 정견 발표가 누구에게 투표할 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의원들의 표심을 잡았다는 말도 나왔다. 그는 이날 현 정권의 전(前) 정권에 대한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받을 때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새 정책위의장으로 당선된 김재원 의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새 정책위의장으로 당선된 김재원 의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는 원내대표 후보 4명이 8분씩 정견발표를 하고, 이어 각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 4명이 6분씩 정견을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정책위의장 후보 중 가장 먼저 정견 발표에 나선 김 의장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대치 국면에서 형사 고발된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하면서 20대 총선 여론조사 비용 명목으로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이야기를 꺼냈다.

김 의장은 "2년 전 이맘 때 제 딸이 수능시험을 치르는 날 저는 서울중앙지검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 수없이 이어지는 조사·재판을 받으며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며 "너무 힘들고 괴로워 혼절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끈을 욕실에 놓아 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는) 망설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투명인간처럼 살면서 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낙서를 발견했다. '내가 내 편이 돼 주지 않는데 누가 내 편이 돼 주겠는가'라는 낙서를 보고 깨달았다"며 "내가 내 편이 돼 주지 않으니 아무도 내 편이 돼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쇄신하고 반성한다면서, 우리가 우리에게 회초리만 드니 국민은 우리 스스로 서로에게 매질하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하고 쇄신하더라도 우리는 스스로를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우리말을 존중한다"며 "결국 국민들 신뢰를 얻어야 하는 일 아니냐"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또 "우리 의원들 한 분 한 분 뵐 때마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경탄한다"며 "한국당 위기라고 하지만 의원 모두가 역량과 힘을 발휘해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야당 중에서 유일하게 총선 5개월 전에 여당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야당"이라며 "의원들을 아끼고 이해하고 함께가는 원내지도부가 되어야 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장은 국정원 자금을 선거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행정고시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검사 출신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지난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에 트라우마가 있는 상당수 의원들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다는 김 의장의 연설에 감정 이입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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