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캠핑장서 만나→친구 통해 ② 문자로 보내와→먼저 요구 ③ 취재해봐라... 의문 키우는 靑의 '울산 해명'

입력 2019.12.05 10:20 | 수정 2019.12.05 15:42

지난해 지방선거 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 비위 의혹을 처음 제보한 인물이 송철호 현 울산시장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청와대의 지난 4일 관련 브리핑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김 전 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의혹과 관련한 자체 조사 결과라며 첩보 입수 경위를 밝히면서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다른 공직자'에게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언론 취재를 통해 제보자는 김 전 시장의 경쟁 후보인 송철호 현 시장의 측근인 송 부시장인 것으로, 그의 제보를 접수한 사람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친구인 청와대 문모 행정관(지금은 국무총리실 근무)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선거를 약 8개월 정도 앞두고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 관련 비위 첩보를 여당 후보 측 인사에게 제보받아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이 정말 캠핑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이가 맞는지, 또 제보자가 청와대 행정관과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제보를 보내온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 첩보를 제공한 공직자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3월 7일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울산광역시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 위촉식에 참석한 송철호 시장(왼쪽)과 송병기 경제부시장/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 첩보를 제공한 공직자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3월 7일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울산광역시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 위촉식에 참석한 송철호 시장(왼쪽)과 송병기 경제부시장/연합뉴스
① 靑은 "제보자와 행정관, 캠핑장서 우연히 만났다" 했는데 송 부시장은 "친구 통해 소개받아"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보자의 신원에 대해 "공직자"라면서도 구체적인 신상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 관계자는 "제보자 신원은 파악해 알고 있다"면서 "본인 동의가 없어 공개하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제보자가 누구인지는) 상당 부분 소문이 돌고 있는 것 같은데 취재해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제보자와 제보를 접수한 청와대 행정관이 알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캠핑장에 가서 우연히 알게 된 사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 설명의 전반적인 뉘앙스는 두 사람 중 누군가가 상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건 아니란 취지였다.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에 선을 그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 관계자의 설명 몇 시간 뒤 실제로 그의 말처럼 언론 취재를 통해 제보자와 제보를 접수한 청와대 행정관 신원이 드러났다. 그런데 제보자는 다름 아닌 지난해 지방선거 전 경찰 수사를 받은 김기현 전 시장 측의 경쟁 후보인 송철호 현 시장의 핵심 측근인 송병기 현 부시장이었다. 또 제보를 접수한 인물은 현재 국무총리실에 근무 중인 문모 사무관으로 알려졌다.

문 사무관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다. 한 관계자는 "문씨는 당시 민정비서관실 내근 데스크 역할을 했다"고 했다. 두 사람의 이런 위치로 미뤄볼 때 주요 광역단체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제보하고 제보받은 게 우연히 만난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란 청와대 설명에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송 부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2016년 12월쯤 사업하는 친구를 통해 문 행정관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의 이 말은 "캠핑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이라고 한다"는 청와대 관계자 설명과는 배치된다.

② 靑 "제보자가 SNS 통해 제보 보내왔다" 했는데...송 부시장 "靑 행정관이 먼저 물어"

김 전 부시장 측 비위 첩보를 입수하게 된 경위와 관련한 청와대 설명도 의문을 낳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보 입수 경위에 대해 "2017년 10월쯤 당시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문 행정관)이 제보자로부터 스마트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김 전 시장 및 그 측근 등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보받았다"고 했다. 제보자가 먼저 제보를 보내온 것인지, 청와대 행정관이 제보를 요구한 것인지는 고 대변인이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고 대변인 브리핑은 문 행정관과 캠핑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송 부시장이 김 전 시장 측 비위 첩보를 먼저 보내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낳았다.

그러나 송 부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2017년 9~10월쯤 (문 행정관이) '울산 지역 특이 동향이 있느냐'고 물어 김 전 시장 건을 문자로 보내줬고, 그 뒤에도 2, 3차례 문자를 보내준 기억이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부시장이 된 뒤에도 주 52시간 제도가 지역 사회에 미칠 영향, 현대중공업 사태 등 3, 4건을 물어봐서 직원들에게 (문건을) 작성시켜 관련 내용을 보내줬다"고 했다. 송 부시장 말이 맞다면 문 행정관이 먼저 관련 정보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③ 靑, 제보자 신원 공개 않으면서도 "소문 도니 취재해보면 알게 될 것"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자체 조사를 통해 제보자와 제보를 받은 인물을 확인했다면서도 이들의 신원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이 관계자는 제보자에 대해서는 "본인 입장이 있고 본인 동의 없이 공개하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면서도 "(제보자가 누구인지) 상당 부분 소문이 돌고 있는 것 같은데 취재해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의도와 울산 지역 정가에서는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첩보를 제보한 사람이 송 부시장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관계자의 "취재해보면 알게 될 것"이란 언급은 사실상 제보자가 송 부시장이란 힌트를 준 셈이었다. 실제로 이 관계자 언급 몇 시간 후 언론을 통해 제보자가 송 부시장이란 보도가 터져나왔다.

청와대 관계자가 제보자를 궁금해하는 언론에 힌트를 주듯 언급한 것은 사건의 파장을 감안할 때 선뜻 이해가 안 간다는 말도 나온다. 제보자가 송철호 현 시장의 측근인 송 부시장이고, 이 제보를 접수한 사람이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란 점에서 청와대의 부인에도 실질적으로 청와대가 관련 경찰 수사를 기획·지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대한 의혹을 키우는 설명을 청와대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한 셈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자체 조사 결과를 가감 없이 설명한 것"이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번 자체 조사를 지휘한 사람은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다. 최 비서관은 작년 9월 청와대에 들어와 이번 사건과는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에 서 있다. 그렇다 해도 그 청와대의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설명을 먼저 내놓은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