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잡은 아버지, 농구공 잡은 아들

  • 뉴시스
입력 2019.12.05 09:40


                김유택-김진영 부자
김유택-김진영 부자
"항상 중립적인 해설을 하겠지만 아들에 한해선 칭찬은 인색하고, 지적과 질책은 더 매서워지지 않을까요."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신인 김진영(21·삼성)이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4일 경기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만난 아버지 김유택(56) SPOTV 해설위원은 "아직 멀었다. 더 많이 배워야 한다"며 냉정하게 평가했다.

올해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김진영은 지난 3일 부산 KT와의 경기에서 인상적인 프로 신고식을 가졌다.

3점슛 3개를 꽂는 등 16점 6리바운드 2스틸로 합격점을 받았다. 193㎝의 가드로는 큰 키에 현란한 스텝과 스피드, 개인 기술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시즌부터 해설 마이크를 잡은 김 위원의 아들로 어려서부터 출중한 기량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 위원은 "그날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이라이트를 찾아서 봤는데 (아들의 활약이) 다 나오는 것은 아니더라"며 "걱정이 많았는데 그래도 첫 경기 치곤 생각보다 괜찮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학과 프로는 정말 많이 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해줬다. 몸싸움, 수비 모든 게 다르다. 부족하다. 계속 배우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영은 "주위에서 16점 넣은 것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몇 점보다는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점수보다 팀이 이겼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수비 등 놓친 부분에 대해서 반성하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 위원은 과거 실업농구 시절 허재, 강동희와 함께 '허동택 트리오'로 불리며 기아자동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레전드다. 붙박이 국가대표로 '센터의 교과서'였다. 프로팀과 국가대표팀에서 지도자도 했다.

김진영은 "대단한 선수라고 많이 들었지만 직접 본 적은 없다. 영상으로 본 적이 있는데 거의 다 화질이 안 좋다. 말랐는데 잘 하시더라. 마른 체형이랑 순발력, 점프 같은 것은 물려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김진영은 평소 체중이 68~69㎏지만 최근 66㎏까지 빠졌다. 김 위원은 중앙대 입학 당시 몸무게가 69㎏, 첫 국가대표 선발로 태릉선수촌에 입촌 했을 때의 몸무게가 72㎏였다고 했다. 피는 못 속였다.

부자가 갑자기 몸무게로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김 위원이 "너는 맥도웰 모르잖아. 나는 말랐어도 맥도웰같은 선수랑 몸싸움을 많이 했다"며 체중과 몸싸움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자 김진영은 "아빠가 그때 늙어서 힘들어했던 거 아니냐. 지금도 힘 좋은 선수들은 많다"라고 재치 있게 받아쳤다. 김 위원은 지지 않고 "하여튼 너는 예전에 맥도웰한테 걸렸으면 죽었어"라고 했다. 몸이 단단하고, 힘이 좋았던 맥도웰은 프로 출범 초기 최고 외국인선수였다.

둘의 몸무게 논쟁은 향후 김진영의 방향성으로 이어졌다. 김 위원은 "아들과 농구 이야기를 하면 자꾸 잔소리를 하게 돼 가능하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도 "분명한 건 아직 더 성장해야 할 시기다.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프로에서 많이 배우고 경험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합이든 훈련이든 항상 준비돼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진영은 "감독님께서 우선 속공에 대해서 많이 강조하셨다. 빨리 달리는 것과 운동 능력에선 자신감이 있다. 감독님께서 원하는 부분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진영의 등번호는 아버지가 현역 때, 달았던 14번이다. 김 위원의 등번호는 현대모비스(전신 기아)의 영구결번이다.

목표는 좋은 팀 성적이다. 일생에 한 번뿐인 신인상에 대한 마음은 어떨까. 농구인 2세 중에서 신인상을 받은 건 2008~2009시즌 하승진(은퇴), 2014~2015시즌 이승현(오리온) 둘뿐이다.

김진영은 "신인상보다 빨리 삼성이라는 팀에 녹아들어 목표를 달성하는데 힘을 보태는 게 중요하다. 신인상은 그 다음이다.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김 위원은 흐뭇하게 바라보며 커피를 들었다. 김 위원이 아들 김진영의 경기를 해설한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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