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로켓맨 발언' 하루만에, 김정은 '백두산 백마 쇼'

입력 2019.12.05 03:40

부인 리설주·軍간부와 백두산행 "제국주의자 압박에 굴함 없이"
北 이달말 노동당 전원회의 소집, 美北 경색 속 비상회의 성격
9·19 남북군사합의 백지화 하는 군사 메시지 나올 가능성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백마 등정'을 통해 '항일 빨치산 정신'을 강조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4일 보도했다. 김정은의 백두산 백마 등정 보도는 지난 10월 16일 보도 이후 두 번째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북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고 김정은을 가리켜 '로켓맨'이라고 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이날 박정천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만약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그 어떤 무력을 사용한다면 우리 역시 임의의 수준에서 신속한 상응 행동을 가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하는 일은 미국에 있어서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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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탄 채 부인 리설주(왼쪽), 군 간부들과 함께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것은 지난 10월 중순 이후 7주 만이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이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미·북이 연일 강 대 강으로 맞불을 놓는 모습이다. 북한은 이달 하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도 소집했다. 김정은의 '새로운 길' 구상이 이 자리에서 정리·결정될 전망인데, 군사적 옵션을 동반한 대미·대남 강경 노선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軍 간부들 대동하고 '빨치산 정신' 강조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최고영도자 동지(김정은)께서는 동행한 (군) 지휘성원들과 함께 군마를 타시고 백두대지를 힘차게 달리시며 빨치산의 피 어린 역사를 뜨겁게 안아보셨다"고 보도했다. 부인 리설주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외에 박정천 총참모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와 일선 군단장 등 군부 인사들이 대거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오른쪽)가 백두산에 올라 북한군 주요 간부들과 함께 모닥불을 쬐고 있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오른쪽)가 백두산에 올라 북한군 주요 간부들과 함께 모닥불을 쬐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은 백두산 등정에 앞서 "제국주의자들의 전대미문의 봉쇄·압박 책동 속에서 자력부강·자력번영의 노선을 생명으로 틀어쥐고, 백두의 굴함 없는 혁명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이번 시찰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행보는 '항일 빨치산' 콘셉트로 기획됐다"며 "대외적으로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는 강경 메시지를 보내면서 내부적으로는 경제난으로 인한 민심의 동요를 '빨치산 정신'으로 극복하자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과 리설주가 군 간부들과 둘러앉아 모닥불을 쬐는 모습, 리설주가 김정은의 어깨를 짚고 선 모습도 공개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리설주를 김정숙(김일성 부인)급으로 우상화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비상' 당중앙위 전원회의 소집

북한은 이달 하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소집한다고 이날 밝혔다. 소집 목적은 "조선혁명 발전과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당중앙위 전원회의는 노동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하는 최고 기구다. 통상 1년에 한 번씩 열리며 북의 주요 노선과 방침이 결정된다.

2017년 말까지 이어진 핵·미사일 폭주의 사상적 근거가 된 '핵·경제 병진' 노선이 2013년 3월 당중앙위 전원회의(6기 23차)에서 채택됐다. 작년 파상적 평화공세로 돌아선 북한이 한·미와 정상회담에 나선 것도 작년 4월 전원회의(7기 3차)에서 '경제건설 총력 집중' 노선을 채택한 뒤였다. '하노이 노딜' 후 소집된 지난 4월 전원회의(7기 4차)에선 '자력갱생' 노선을 채택했다.

이례적으로 한 해 두 번째로 소집되는 이번 전원회의는 최근 미·북 관계를 감안한 '비상회의' 성격이 짙다. 김정은 신년사에 담을 '새로운 길'이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트럼프의 이번 임기 내 미·북 대화는 끝났다고 보는 것 같다"며 "한·미에 모든 책임을 돌리면서 내년은 '도발의 해'로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미국에 군사적 행동에 대한 책임을 돌리면서 9·19 군사합의를 완전히 백지화하는 군사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을 관통하는 중거리 미사일 발사, 동·서해안에서 해안포 발사 도발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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