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대사때 늘 죽음의 공포… 목회자의 길 결심"

입력 2019.12.05 03:00

강남엘림교회 장기호 목사 3년째 탈북민 초청, 위로 음악회
노숙인과 재소자 위한 활동도 "더 낮은 이들 섬기려 애쓸 겁니다"

"탈북 청소년 장학금 심사 때 만났던 여중생을 잊지 못합니다. 가족 관계를 물었더니 북에 남은 할머니 이야기를 하면서 펑펑 울더군요. 저도 속으로 울었습니다."

장기호 목사는 '제가 이 나이에 성자(聖者)가 될 순 없을 것 같고, 목회자로서 또 기독교인으로서 바르게 사는 모습은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장기호 목사는 "제가 이 나이에 성자(聖者)가 될 순 없을 것 같고, 목회자로서 또 기독교인으로서 바르게 사는 모습은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조인원 기자
오는 7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사랑아트채플에서 탈북민 200여명을 초청해 위로하는 '하나로 음악제'를 여는 강남엘림교회 장기호(74)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올해로 3회째인 음악회엔 바리톤 권오철, 소프라노 채은희, 테너 신동원씨와 '더 블레싱' '블레싱어즈' 그리고 탈북 음악인 정요한·김예나 부부 등이 공연한다. 공연에 앞서 1부엔 이태섭 장로(전 과기처 장관), 문창극 장로, 김숙 전 유엔대사 등이 격려사와 강연을 맡는다. 이러한 명사들이 강연을 맡게 된 계기는 장 목사가 아일랜드, 캐나다, 이라크 대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이기 때문이다.

장 목사가 신앙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4~2007년 이라크 대사를 지내면서부터다. 당시는 김선일씨 피살 사건과 국군의 이라크 파병 직후였다. 부임 첫날부터 그는 '죽음의 그림자'를 느꼈다. 공항에서 대사관까지 가는 자동차 안에서도 방탄복을 입고 차창에서 얼굴이 안 보이도록 고개를 숙여야 했다. 부임 다음 날 새벽엔 대사관에서 500m 떨어진 곳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대사관 유리창이 다 깨졌다. 외출하려면 경호차량을 포함해 차량 6대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엄혹한 상황이었다. 자연히 하나님을 찾게 됐고 기도도 열심히 하게 됐고, 하나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그는 "항상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 당시 오히려 마음은 평화로웠다. 주님에게 의지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주님 안에서 평안'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절감했다"고 말했다.

귀국 후 장신대 평신도 대학원 2년을 거쳐 총신대 신학대학원 3년 과정을 마치고 목사 안수를 받았고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을 일요일에만 빌려 예배 드리는 교회도 개척했다. 목사까지 된 이유는 '더 낮은 자를 섬기기 위해서'였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누가 낮은 자일까'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우울증 환자, 재소자, 노숙인 그리고 탈북민을 떠올렸죠." 우울증 환자 위로를 시작으로 노숙인, 탈북민을 차례로 찾았다. 구치소는 매달 한 번씩 찾는다. 인터뷰가 있었던 지난 3일 오전에도 그는 서울구치소를 찾아 사형수 3명과 함께 예배 드리고 상담했다. 탈북민과의 만남은 한국기독교탈북민정착지원협의회(한정협)를 통해 꾸준히 이어왔다. 교회에서 사례비(월급)를 받지 않고 교인 20여 명 헌금을 모아 매년 음악회 비용으로 쓰고 있다.

그는 전직 외교관이자 목회자로서 세 가지 목표가 있다고 했다. "첫째는 탈북민을 위로하는 음악회 같은 행사이고, 둘째는 탈북민 출신 목회자를 기르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교회를 중심으로 전 국민이 우리 안보 정세에 관해 외교관 같은 소양을 갖추도록 돕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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