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가랑잎의 몸무게

조선일보
  • 박두순 동시작가
입력 2019.12.05 03:11

가랑잎의 몸무게

가랑잎의 몸무게를 저울에 달면
'따스함'이라고 씌어진 눈금에
바늘이 머무를 것 같다.
그 따스한 몸무게 아래엔
잠자는 풀벌레 풀벌레 풀벌레…
꿈꾸는 풀씨 풀씨 풀씨…
제 몸을 갉아먹던 벌레까지도
포근히 감싸 주는
가랑잎의 몸무게를 저울에 달면
이번엔
'너그러움' 이라고 씌어진 눈금에
바늘이 머무를 것 같다.

ㅡ신형건(1965~ )

[가슴으로 읽는 동시] 가랑잎의 몸무게
가랑잎이 수북한 숲길을 걸어가면,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수북하다. 귓속에는 가랑잎 소리가 수북이 쌓이고. 가랑잎은 어딘가 쓸쓸하고 허전해 보이는데, '따스함'과 '너그러움'이란다.

가랑잎은 너무 가벼워 달기도 어렵지만, 몸무게를 달면 '따스함' 눈금에 바늘이 머물 거란다. 무슨 뜻일까? 겨울잠 자는 풀벌레들과 봄꿈 꾸는 풀씨들을 품고 있으므로. 한 번 더 몸무게를 달아보면 이번엔 '너그러움'이라 쓰인 눈금에 바늘이 멈출 거란다. 제 몸을 갉아먹던 벌레까지도 포근히 감싸 주니까. 가랑잎 마음은 넓고 푸근하구나.

가랑잎 무게를 달았던 체중계로 사람 맘 무게를 잰다면 바늘이 어떤 눈금 앞에 설까. 아마 '가랑잎처럼 살자'에 멈출 것 같다. 따스함과 너그러움의 무게를 지니라고. 나이가 들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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