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그게 왜 중요하십니까?"

입력 2019.12.05 03:13

강다은 사회부 기자
강다은 사회부 기자
형사사건에서 피의 사실과 수사 상황 공개를 금지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제도'가 지난 1일 시행됐다. 쉽게 말해, 범죄 혐의가 있어 수사받더라도 재판에 부치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법무부가 내놓은 이른바 '검찰 개혁' 방안이다.

예외는 있다. 알릴 필요가 있는 사건에 대해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심의위)를 열어 공개 범위와 내용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로부터 비호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이 제도의 첫 수혜자가 됐다. 2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사건에 대한 심의위가 열렸다. 위원회가 열린 날 기자들이 "공개 기준을 정하는 심의위원은 누구냐" "심의위원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선발되느냐"고 물었다. 정규영 전문공보관이 대답했다.

"그게 왜 중요하십니까?"

전문공보관은 '깜깜이 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법무부가 신설한 자리다. 검사와 기자 간 대화를 차단하는 대신 대답하라고 만든 자리였지만, 이날 정 공보관은 "모른다"는 말만 서른 번 이상 반복했다. 때로는 두꺼운 규정집을 펼쳐, '질문에 대답할 수 없는 이유'와 관련한 항목을 줄줄 읽어내리기도 했다.

기자들이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지자, 그는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전문공보관 시킨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날 심의가 끝나자 공보관은 "심의 결과도 비공개"라고 했다. 수사 결과를 얼마만큼 공개할지, 그 기준 자체도 알려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유 전 부시장 사건은 권력형 게이트다. 이전 같으면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누가 소환 조사를 받았는지, 검찰은 어떤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는지 낱낱이 공개했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만 하는데, 이것도 뒤죽박죽이다. 3일 오후 동부지검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A 수사관이 청와대에서 검찰로 복귀한 뒤 서울동부지검 유 전 부시장 수사팀에 배치됐다"는 한 방송사의 보도에 대해 '오보'라고 신속하게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전날인 2일 다른 언론사에서 이미 보도된 내용이다. 정 공보관은 본지에 "2일엔 수사팀에서 자료가 오지 않았고, 3일엔 와서 배포한 것"이라며 "수사팀에서 자료를 보내지 않으면, 저는 오보인지 모른다"고 했다.

물론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의 취지대로 '피의 사실 흘리기'를 통해 사건 관계인의 인권이 침해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하지만 '피의 사실 흘리기'를 막으려다 검찰의 '유리한 정보만 흘리기'를 용인하게 됐다. 이제 우리는 비위를 저지른 고위 공직자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무엇에 가로막혔는지, 배후는 누구인지, 심지어 수사를 하긴 하는지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모든 게 깜깜인 세상에서 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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