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2015년과 2019년의 문재인

입력 2019.12.05 03:14

2015년 前 정부 경제 失政에는… 文 "경제 실패로 민생 파탄났다"
2019년 심각한 징후 나타났지만 "우리 경제는 올바른 방향" 자찬

최규민 경제부 차장
최규민 경제부 차장
20대 총선을 1년 앞둔 2015년 경제 상황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당초 성장률 목표를 3.8%로 내걸었으나 수출 감소와 메르스 사태로 2.8% 성장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이 0%에 근접하면서 디플레이션과 일본식 장기 불황 우려도 높아졌다. 이해 물가상승률은 0.7%로 역대 최저였다. 대외 여건이 악화되며 수출은 2015년 1월부터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쳤고, 한국은행은 차갑게 얼어붙은 경기를 되살려보겠다며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때 경제 상황을 놓고 많은 전문가는 '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이 시기를 놓치면 한국이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였다. 최근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중국과 반도체 경기만 바라보는 천수답 신세가 된 것은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신호다.

당시 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경제 실정(失政)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혼용무도(昏庸無道·어리석고 무능한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히고 도리를 무너뜨린다는 뜻)'를 인용하며 "역대 정부 최악의 경제 실패로 민생이 파탄 났다"고 했다. 정부가 제출한 새해 예산안을 두고선 "국가 채무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40%가 깨졌다"며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났다"고 했다. 이때 정부가 제출한 지출 증가율은 3%였다.

21대 총선을 앞둔 올해 경제 상황은 공교롭게도 2015년과 매우 흡사하다. 정부는 2.6~2.7% 성장을 목표로 했으나 3분기까지 성적을 보면 2% 성장도 어렵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4년 만에 되풀이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0.4%로 역대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수출은 최근 12개월 연속 감소하며 2015~2016년 기록을 경신할 태세다. 고용은 정부가 만드는 노인 일자리로 분식(粉飾)하고 있지만 질적 하락까지는 감추지 못한다. 지난 3년간 세수 호황이 막을 내리며 재정 여건은 급속히 악화 중이고, 한국은행은 2015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올해가 2015년과 다른 점이라곤 미친 듯 날뛰는 서울 집값뿐이다.

경제 상황은 별로 다를 것이 없는데, 문 대통령의 언행은 4년 전과 180도 바뀌었다. 내년 60조원 적자 국채를 찍어 지출을 9.3%나 늘리면서도 "40%가 재정 건전성의 마지노선이라는 근거가 뭐냐"고 하고, 빈부 격차가 4년 전보다 더 심화됐는데도 "우리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4년 전엔 기회가 될 때마다 "경제가 위기"라고 걱정하더니 이제는 "경제는 심리"라며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은 불순분자 취급한다.

이런 극적인 입장 변화는 전 정권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무조건 선거에서 이기고 보겠다'는 일념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위기를 호소하며 이른바 '4대 개혁'을 추진하다 민심을 잃었고,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 채무 우려에 재정 지출도 크게 늘리지 못했다. 그 이후 총선 패배와 탄핵, 투옥,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눈앞의 선거에서 이기는 데는 문재인 정부처럼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미래보다 현재에 '올인'하는 전략이 확실히 유리할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인정하기보다 "잘하고 있다"고 우기는 게 지지층 결집에 낫고, 개혁한답시고 이익 단체를 들쑤시기보다 적당히 묻어두고 타협하는 게 안전하다. 다음 세대를 위해 재정을 아끼기보단 선심 쓰듯 현금을 쥐여주는 게 한 표라도 더 얻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게 과연 이 나라를 위한 것인지는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안다. 요즘 들어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보다 잘한 게 뭐냐"고 묻는 사람이 부쩍 많아진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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