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문재인 청와대’ 이기는 ‘윤석열 검찰’

입력 2019.12.04 17:59


‘조국 사태’ 때도 비슷했다. 청와대와 검찰의 한판 승부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서 대통령에게 "조국만은 안 된다, 조국을 장관 시키면 내가 옷 벗겠다", 이렇게 했는데도 대통령은 조국 씨를 장관에 임명했다. 그러나 결국 대통령이 졌다. 조국 씨는 한 달 만에 낙마했다. 조국 씨는 본인 빼고 가족들이 대부분 구속 수감돼 있고, 본인도 수사가 마무리되면 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 ‘조국 2 라운드’가 펼쳐지고 있다. ‘울산 시장 하명 수사 사건’이다. 정치적 폭발력으로 본다면 ‘조국 사태’는 ‘울산 사태’에 비할 때 조족지혈이다.

시계 바늘을 잠시 뒤로 돌려보자. 지금부터 15년 전인 2004년3월12일 국회는 노무현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193표, 반대 2표였다. 노 대통령이 딱 두 곳에서 한 발언 때문이었다. 그해 2월18일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 합동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개헌 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 일주일 뒤 2월24일 방송기자클럽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두 곳에서의 발언이 선거중립을 위반했다고 해서 탄핵소추가 된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 발언이 ‘선거 개입’이었다면,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울산 사건’은 ‘선거 개입’ 정도가 아니라 ‘선거 공작(工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 일부러 선거를 앞둔 야당 후보에 대한 ‘비리 첩보’를 생성하고, 청와대가 이것을 접수한 뒤 ‘첩보 이첩’이라는 명분하에 사실상 지방경찰청에 ‘하명 수사’가 이뤄지고, 그 결과로 15% 포인트 앞서 가던 야당 후보가 낙마했다면, 그리고 이런 일을 총괄적으로 지휘한 곳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었다는 게 수사와 재판으로 드러난다면, 이것이야말로 초대형 선거 개입이요, 국정 농단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와 여당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검찰의 한판 승부가 재연되고 있고, 청와대·집권여당·경찰, 이렇게 셋이 한 통속이 되어서 검찰을 두들겨 패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2월 1일부터 피의 사실 공표를 금지하는 법안이 시행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에 대한 노골적인 협박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법무부가 검찰을 특별 감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법무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민주당의 감찰 요구에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우리도 숨진 수사관 A씨가 왜 죽었는지 그 진실을 꼭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A수사관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자,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 그 수사관이 입을 열면 매우 곤란했을 사람들을 알아내야 하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번 주 외부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수사 지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숨진 A수사관이 쓰던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푸는데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오늘 유재수 감찰 무마 수사와 관련,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검찰의 칼이 드디어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크다.

울산 사태로 돌아가 보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측근을 수사했던 경찰 수사팀장은 김기현 시장을 고발한 고발인 건설업자에게 수사 보고서를 보여주는 등 모두 535번이나 통화를 했다는 게 새로 밝혀졌다. 황운하 당시 경찰청장이 그 자리에 앉힌 이 사람은 특히 고발인 건설업자에게 수사 기밀이 담긴 압수수색 영장 기각 결정서, 녹취록, 수사 착수 보고서 등을 유출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은 15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가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었다는 것도, 그리고 그것이 문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됐다는 것도 잊은 모양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조직에 의한 댓글 여론 조작을 사주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2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오늘 아침 이런 칼럼을 썼다. ‘한 번 하고 마는 정치 공작은 없다.’ 칼럼 한 대목이 이렇다. "한 번 하고 마는 정치공작은 없다. 정치공작은 한번 맛보면 그 유혹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공작을 정치로 알고 살아온 운동권 정치인 집단은 더 그렇다. 적폐청산, 역사전쟁, 정치공작, 이 셋은 긴밀해 연결돼 있다."

자, 우리는 끝내 대통령을 이기는 검찰총장을 볼 수 있을까. 검찰총장은 잃을 게 없다. 대통령과 싸움에서 져도 자리를 잃는 대신 명예가 남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전부를 걸어야 한다. ‘조국 사태’ 때 대통령에 맞서는 검찰총장을 보면서 다들 걱정했다. "그가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까?" 지금은 이런 질문들을 한다. "‘울산 정치 공작’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지금 정권도 이런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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