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가는 학교, 희망이 되어 줘 고맙다" 1인 시위 인헌고 학생을 지켜준 선생님들

조선일보
입력 2019.12.04 03:33

전·현직 교사 교육청 앞에서 시위… 학부모·他학교 학생도 응원 나와

3일 오후 전·현직 교사 10여 명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 모였다. '정치 편향 교육 논란'을 제기한 서울 관악구 인헌고 학생들을 응원하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무너져 가는 학교, 희망이 되어 주어서 고맙다'는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한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의 '특별 장학' 결과에 반발하며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인헌고 김화랑(18)군에게 다가가 "우리가 미안하다"고 말하며 김군을 안았다. 전직 초등학교 교사 박모(55)씨는 "우리 교사들, 어른들이 먼저 희망이 돼 줘야 하는데 학생들이 용기 있게 먼저 나서줬다"며 "학생들이 교육 현장에서 인헌고 학생들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고 했다.

3일 오후 전·현직 교사들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인헌고 학생들을 격려하는 글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조희연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3일 오후 전·현직 교사들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인헌고 학생들을 격려하는 글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조희연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학생수호연합을 지지하는 교사모임

이날 집회는 '전국학생수호연합을 지지하는 교사 모임'이 주도했다. 인헌고 논란 이후 전국 중고등학교 16곳 학생들이 전교조 교사들의 정치 편향에 반기를 들며 결성한 전국학생수호연합을 지지하는 단체다. 지난달 말 서울 관악구에서 근무하는 교사 육진경(54)씨가 '학생들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지키자며 만들었다. 뜻을 같이하는 동료 교사 50여 명이 합류했다. 육씨는 "학교의 정치 편향 교육에 맞서는 학생들을 응원하는 교사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 나온 전·현직 교사들은 "정치적, 사상적으로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를 존중하고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직 교사 장한나(36)씨는 "교사, 교육청, 교육감이라는 어른들 무리 사이에서 학생들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며 "인권과 노동,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전교조 선생들이 오히려 학생들을 탄압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전·현직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들도 인헌고 학생들을 응원했다. 송혜정(54·마포구)씨는 "아이 가진 엄마로서, 교과서에 '국민' 대신 '인민' 표현을 쓴다는 이야기에 염려돼 나왔다"며 "아이들이 무너진다면 이런 교육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고양시 서정고 원호준(18)군은 "지금이 아니면 학생들이 교육 현장에서 겪는 억울함을 세상에 알릴 수 없을 것 같아 나왔다"고 했다.

인헌고 학생들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학부모이자 교육자들로 교육 행정의 주인"이라며 "이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조희연 교육감은 교육자가 아닌 정치인일 것"이라고 했다.

이날 업무차 교육청을 찾았다가 집회 주최 측과 만난 인헌고 나모 교감은 그간 나온 학생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나 교감은 "마라톤 대회에서 '나라 사랑' 관련 문구를 적는 띠에 '대북 송금 종북 좌파'라 적은 학생에게 한 교사가 '다시 써 오라'고 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학생들이 1인 시위를 하며 주장하는 내용은 전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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