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야 최고? 제일 중요한 건 오디오와 공간의 궁합"

조선일보
입력 2019.12.04 03:01

오디오 20년간 연구한 한지훈
"람보르기니급 제품이 있어도 감상공간과 안맞으면 무용지물… 음악 취향에 맞는 제품 찾아야"

한지훈(49)씨는 20여년 전부터 오디오만 연구해 온 '오디오 덕후'다. 이제까지 사고판 스피커나 앰프(amplifier·음량과 음색 등을 조절하는 증폭기)가 수천 족은 거뜬히 넘는다. 기대했던 소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하루에 앰프를 두 번 바꾼 적도 있다. 이런 내용을 블로그 '스테레오 마인드'에 연재하자 숨어있던 오디오 팬들이 집결했다. 이 블로그가 계기가 돼 음악 사이트에 '하이파이 가이드'를 수년째 연재하고 있다.

그는 블로그 내용을 바탕으로 2017년 냈던 책 '오디오는 미신이 아니다'의 속편을 최근 출간했다. 한씨는 "첫 번째 책이 소리에 관한 개론서였다면 이번 책은 앰프와 앰프의 조합, 스피커와 공간의 조합 등을 구체적으로 다룬 실용서"라고 했다. 886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을 한 달 만에 써내려갔다. 책값이 8만9000원이나 되는데도 출간 직후 알라딘 서점 오디오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서울 서래마을 와인바 ‘그루빙하이’의 오디오 세트 앞에 선 한지훈씨는 “동그란 뿔처럼 생긴 스피커는 1억원이 넘는 아방가르드 혼 트리오인데 그 옆의 네모난 스피커가 더 비싸다”면서도 “고가라는 것보다 오디오와 공간의 궁합이 좋은 음질을 구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 서래마을 와인바 ‘그루빙하이’의 오디오 세트 앞에 선 한지훈씨는 “동그란 뿔처럼 생긴 스피커는 1억원이 넘는 아방가르드 혼 트리오인데 그 옆의 네모난 스피커가 더 비싸다”면서도 “고가라는 것보다 오디오와 공간의 궁합이 좋은 음질을 구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최근 서울 서래마을 와인바 '그루빙하이'에서 만난 그는 스피커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의 책에도 등장하는 이곳은 빈티지 오디오를 갖추고 있어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귀호강'하기에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가운데 스피커가 아방가르드 혼 트리오예요. 멋있죠? 그런데 그 옆에 있는 네모난 스피커가 더 고가(高價)예요. 오디오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운데 스피커가 더 비싼 줄 알 거예요. 하하하!"

책을 쓴 이유도 대중이 갖고 있는 오디오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다. 그는 "람보르기니가 있어봤자 교통 체증 있는 서울 도로를 실컷 달릴 수 있겠어요? 오디오도 마찬가지예요. 무조건 비싸고 좋은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앰프와 스피커, 둘을 잇는 케이블 궁합이 맞아야 해요. 가장 중요한 건 오디오 세트가 들어갈 공간의 크기와 상태지요." 녹음 스튜디오를 방음재로 채우는 이유부터 어느 LP바가 가장 음악을 즐기기에 좋은지까지 모두 책에 담았다.

10년 전 서울을 떠나 충남 태안에 집을 지은 이유도 최적의 '음악 감상실'을 만들기 위해서다. 실평수 17평짜리 감상실에는 오디오가 두 세트 있다. 하나는 옛날 극장에서 썼던 빈티지 알텍(Altec) 스피커이고 다른 하나는 녹음 스튜디오에서 쓰는 현대식 스피커다. 그는 "빈티지 스피커는 옛날 LP를 들을 때, 다른 스피커는 요즘 노래용으로 사용한다"며 "베이스가 강한 노래인지, 고음이 강조된 노래인지에 따라 궁합이 맞는 오디오가 다르다"고 했다. 무조건 고가 오디오가 아니라 자기 음악 취향에 맞는 오디오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10억원쯤 하는 하이파이 오디오 세트가 우리나라에서만 1년에 20족 팔린다"며 "클래식은 좋은 오디오로 들으면 확실히 차이가 나지만 아이돌 음악이나 가요 같은 가벼운 음악을 듣는 건 굳이 고가 제품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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