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민 듯 안 꾸민 듯… 멋 좀 안다는 '패피'들의 맛집

조선일보
입력 2019.12.03 03:00

서울리안·고잉 메리·라 꾸쁘 등 '패피'들이 운영하는 술집이 대세
"김치 대신 루콜라, 생선에 대파… 집밥처럼 편안한 음식 많지만 디테일에 조금씩 재미 더했죠"

멋 좀 부려본 사람들은 먹을 줄도 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태윤은 본래 '요리 좀 하는 남자'로 알려졌다. 양념을 많이 쓰는 복잡한 맛의 요리보단 제철 식재료를 시장에서 잘 골라와 간단하지만 맛깔나고 근사하게 내놓는 걸 꽤 잘했다. 가령 생선구이를 내놓을 땐, 도다리나 가자미 같은 생선을 오븐이나 팬에 올리브 오일을 살짝 뿌려 굽고, 그 곁에 시금치를 수북이 쌓아서 버터 몇 조각 올려 볶아 맛을 더하고 마지막으로 레몬즙을 살짝 뿌려주는 식이었다. 손님상에 올리면 다들 "얘 너 식당 해야겠다"고 했다. 고민과 자잘한 시행착오 끝에 그가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 한식과 와인을 함께 파는 작은 식당 '서울리안(@seoulian_dining)'을 냈다. 평소 그가 집에서 친구들과 한잔하거나 '혼술' 할 때 간단히 해 먹던 느낌 그대로의 안주가 식탁에 오른다. 제철 가리비와 석화, 꼬막 등을 조금씩 담아낸 해산물 플래터, 쌀밥에 올려 김에 싸 먹는 알찜, 나주 한우를 살짝 훈연해 만든 쇠고기 편채 같은 것이다. 박태윤은 "특이한 메뉴를 내려고 하기보단 집밥처럼 편안한 음식을 주로 하되, 디테일에 조금씩 재미를 주려고 했다"고 했다. 생선 옆엔 구운 대파와 레몬을, 고기 옆엔 김치 대신 루콜라를 올리는 식. 다진 마늘에 생강즙과 소금을 뿌린 것을 살짝 말렸다가 이것을 절구로 찧은 것을 고기에 뿌려 '향긋한 짠맛'을 내는 정성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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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태윤이 서울 성수동에 낸 '서울리안'. 제철 해산물을 조금씩 담아낸 안주를 판다. 간단한 안주와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성수동 카페 '새촌 131', 전직 기자·와인 마케터·플로리스트 등 세 여성이 문을 연 서울 종로 '라 꾸쁘'. /서울리안·새촌131·라 꾸쁘
패션에 민감한 이들을 일컫는 이른바 '패션 피플', 줄여서 '패피'라고 불리는 이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술집이 속속 생기고 있다. 서울 종로 '라 꾸쁘(@coupeseoul)'는 전직 기자·와인 마케터·플로리스트 등 세 여성이 의기투합해 문을 연 곳. 주정강화 와인 같은 전문적인 술과 간단한 안주를 주문할 수도 있고, 아예 입장료를 내고 원하는 술과 음식을 들고 와서 직접 조리도 하고 바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일·월요일엔 쉬고, 매일 문을 여는 시간이 다르니 인스타그램 등을 확인해야 한다.

서울 종각과 인사동에 있는 편의점 '고잉 메리'는 '앤디앤뎁' 디자이너 김석원, SG다인힐 박영식 대표, 미 대사관 출신의 박리안 부대표 등이 뭉친 '옥토끼 프로젝트'가 운영하는 곳이다. '감성 편의점'이란 이름답게 편의점이지만 간단하고도 독특한 요리도 판다. 진한 조개 육수맛 라면(3900원), 소고기 스테이크(1만5000원) 등을 반짝 상품처럼 만들어서 파는 식. 몇 달 전엔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대로 한우 고기를 얹어 만든 '기생충짜장라면'이나 '바싹불고기' 같은 메뉴도 재미삼아 깜짝 만들어 팔았다. 유명한 음식 블로거 '비밀이야'가 선정한 와인 등도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다.주얼리 디자이너 박혜라도 성수동에 '새촌 131'이라는 카페 겸 바를 열었다. 치즈와 견과류 등을 얹은 치즈 플레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 등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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