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군사력 美軍의 변화..."스타트업과 손잡아라"

입력 2019.12.01 07:00

인공지능(AI)이 미래 군사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세계 최대 군사력을 가진 미군(美軍)도 변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올 2월 군사 분야에서 AI 시스템의 활용을 가속화 할 것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냈고, 같은 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활용 확대를 위한 국가계획을 수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의 AI 기업 제재에 나서는 배경으로 미래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있다.

박종원 스타버스트(Starburst) 아시아 지부장(부사장)은 지난 달 29일 경기도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열린 '2019 미래도전기술사업 성과발표회'에서 "지난 3~4년동안 미국 국방부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며 "스타트업의 빠르고 혁신적인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박 부사장은 "복잡한 규제와 계약과정을 모두 스타트업에 맞춰서 진행하고 있다"며 "'뉴디펜스' 시대에서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방과학연구소 국방첨단기술원이 주관한 행사의 초청 강연자로 나선 박 부사장은 최근 우주항공 분야를 비롯해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등 최첨단 기술을 흡수하기 위해 스타트업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 국방부의 사례와 국내 시사점 등을 소개했다.

박종원 스타버스트 아시아지부장(부사장). /황민규 기자
박종원 스타버스트 아시아지부장(부사장). /황민규 기자
스타버스트는 지난 2013년 설립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세계 6개국에 거점을 두고 우주항공 분야의 스타트업을 전문으로 투자 및 컨설팅을 하는 기업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우주공간을 무대로 하는 신사업 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가운데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우주항공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이날 박 부사장은 최근 3~4년간 미국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의 신기술을 받아들이며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미국 국방부는 21세기 군사전력의 핵심은 사람과 로봇이 함께 싸우는 전쟁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AI와 로보틱스를 가장 잘하는 건 록히드마틴같은 방산기업이 아니라 구글과 같은 ICT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구글이나 아마존 등의 기업과 프로젝트를 하는 건 제아무리 미국 국방부라고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구글의 경우 자사의 기술이 인명살상 무기로 사용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일체의 협력을 거부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미국 국방부가 눈을 돌린 건 바로 스타트업이다.

소프트뱅크가 2017년 구글로부터 인수한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장애물을 뛰어넘는 로봇/보스턴다이나믹스


박 부사장은 "스타트업 역시 국방부와 일하는 걸 꺼려왔다"며 "미국 역시 한국 못지 않게 규정이 복잡하고 규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국방부 내부적으로도 이같은 환경이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반성이 있었고 스타트업에 최대한 맞춰주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박 부사장은 전했다. 이어 "이는 기존과 전혀 다른 기술 획득의 체계를 가지고 훨씬 빠르게 혁신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1회 '우주 피치데이(Space Pitch Day)’는 스타트업을 끌어는 미군의 행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신설된 우주사령부 산하 우주미사일시스템센터와 스타버스트가 공동 개최했다.

특히 우주공간을 활용한 항공우주 기술 개발을 위해 스타트업과의 협력이 활발하다. 박 부사장은 "스페이스X 이후 우주공간으로 물건을 보내는데 드는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우주에 어떤 자원(인공위성 등)을 올려도 킬로그램당 15달러 수준으로 내려간다. 이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택배를 보내는 것보다도 싼 비용"이라고 말했다. 우주 공간을 학술, 산업뿐 아니라 전략적인 군사영역으로 이용하는 것이 쉬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인공위성이 적국의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수단 뿐 아니라 통신·네트워크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위성을 보호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박 부사장은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중국 등도 우주의 군사적 이용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며 "가령 중국이 대만을 침략한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의 대응을 2~3일이라도 늦추기 위해 가장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전략은 위성들을 무력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이를 보호하기 위한 우주 방위 전략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부사장은 국내 스타트업의 기술 수준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줬다. 그는 "스타버스트에서 발굴하고 심사해서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항공우주 관련 스타트업만 5000여개에 달한다"며 "한국에 위치한 스타트업 중에도 세계적인 기술을 갖춘 곳이 많지만 중요한 건 국방부나 스타트업 모두 우주항공 시장의 가능성을 아직 잘 모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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