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비서 경쟁 가열...감정 실린 목소리로 대화하고 스피커⋅이어폰에도 적용

입력 2019.12.01 08:00

아마존⋅구글⋅애플⋅삼성⋅알리바바⋅바이두 등 미래 IoT 기기 유저인터페이스 경쟁 격화

사람 말을 더 정확히 알아듣도록 발전하면서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등 적용 영역을 확대해오던 인공지능(AI) 비서가 이제는 사람 감정까지 읽고 분위기까지 맞춰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가 앞으로 감정이 실린 목소리를 내게 된다고 IT 전문지 ‘더 버지’ 등이 지난 달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용자가 평소 응원하는 팀이 패배하면 실망스럽다는 듯 낮은 톤으로 경기 결과를 알리고, 반대로 이겼을 때는 빠르고 큰 목소리로 말하는 등 상황에 따라 알맞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AI비서가 점점 사람에 가까운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는 단적인 사례다.

 /아마존 홈페이지
/아마존 홈페이지
음성인식 기술을 기반으로한 AI 비서 경쟁의 포문은 2011년 10월 애플이 AI 비서 ‘시리’를 선보이면서 처음 열렸다. 핸드폰에 말을 걸어 알람을 설정하고, 메시지 답장도 하는 등 당시 시리의 기술 수준은 IT업계를 깜짝 놀래켰다. 경쟁이 본격화된 것은 2014년 아마존이 AI 스피커 ‘에코’를 출시하면서다. 에코에는 AI ‘알렉사’가 탑재됐다. 구글도 이에 질세라 2016년 AI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한 AI스피커 ‘구글 홈’을 내놓았다.

현재 이들 AI 비서의 수준은 어디까지 올라왔을까. 지난 8월 벤처캐피털 루프벤처스는 세 회사의 AI 음성 서비스를 상대로 한 IQ(지능지수)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가까운 카페를 묻거나 상품을 주문하는 등 800개 질문을 통해 이해력과 답변 정확도를 측정했다고 한다.

결과는 800개 질문 모두 이해하고 93%의 올바른 답변을 제시한 구글 어시스턴트가 가장 똑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798개 질문을 이해하고 83%의 답변 정확도를 보인 애플의 시리, 799개의 질문을 이해하고 80%에 답변 정확도를 기록한 아마존의 알렉사 순이었다. 작년 7월 실험 때 정답률이 어시스턴트 86%, 시리 79%, 알렉사 61%였던 것을 감안하면 모든 플랫폼이 큰 개선을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그래픽=김종규
그래픽=김종규
가장 다양한 영역에서 제휴를 맺고 있는 AI 비서는 알렉사다. 올 초 기준 3500개 기업, 2만 종 이상의 제품에 알렉사가 탑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알렉사는 부엌, 옷장, 화장실 등 집안 곳곳에 발을 들였고, 이제는 건설사들과 손을 잡고 아파트, 호텔을 지을 때 처음부터 탑재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또 2년 전부터 자동차를 겨냥한 ‘알렉사 오토’를 개발하고 있는데, 알렉사가 가정 용품에 활발히 진출했다는 강점을 내세워 집-자동차 연동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어시스턴트는 1600개 기업 제품에 탑재 돼 제휴기업 수로는 알렉스에 못 미치지만 판매량으로 치면 압도적이다. 구글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를 앞두고 "구글의 인공지능이 탑재된 기기 판매량이 이달 말 10억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누적 판매량 1억대 수준인 알렉사보다 10배 많은 판매를 한 것이다. 어시스턴트는 구글이 보유하고 있는 강력한 검색엔진과 오랫동안 축적된 각종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한 정보 처리가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애플은 아이폰같은 단말기 등 주력 제품 시리즈를 기반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작년 미국 내 AI 스피커 점유율이 스마트폰까지 포함하면 시리가 45.6%, 어시스턴트가 28.7%, 알렉사가 13.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리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알렉사나 어시스턴트와는 달리 기기 내부에서 딥러닝과 AI 기능이 이뤄진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인터넷 연결 없이도 자체적으로 비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음성비서 역할을 하는 AI 플랫폼 빅스비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포함해 스마트워치, 태블릿PC, 냉장고 등 약 1억 6000만대의 디바이스에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세종대에서 빅스비 개발자회의를 갖고 "베타테스트를 마치고 출시 준비 중인 AI 스피커 ‘갤럭시 홈 미니’로 집 안의 모든 가전과 연결될 것"이라며 "갤럭시 홈 미니는 모든 삼성전자 가전 뿐 아니라 인터넷 연결이 안된 타사 가전제품까지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의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개발자회의 기조연설에서 "빅스비가 전 세계 사용자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인텔리전스 플랫폼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AI 비서 경쟁은 사물인터넷(IoT)이 가능하도록 하는 미래 시대 모든 기기의 유저 인터페이스를 장악하기 위한 전쟁으로 격화될 전망이다. 스피커에 이어 무선이어폰에서도 이같은 경쟁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 10월 시리 기능을 전작보다 강화시켜 탑재한 3세대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를 공개했다. 지난 9월에는 아마존이 알렉사를 넣어 ‘에코 버즈’를 내놓았고, 구글은 내년에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한 ‘픽셀 버즈2’를 출시할 예정이다. 에코 버즈로는 각종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픽셀 버즈2로는 실시간 번역이 지원된다는 게 특징이다.

또 AI 비서에 셀럽 목소리를 구현하는 것도 세계적인 추세다. 아마존은 지난 9월 유명 배우 사무엘 L. 잭슨의 목소리를 AI 스피커에 탑재, 알렉사의 목소리로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국내 IT 기업들이 내놓은 AI 비서에도 유명 연예인 목소리가 담긴 버전들이 출시됐다. SK텔레콤은 AI 스피커 ‘누구’에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 목소리를 담았고, 내년부터 태연, 엑소(EXO), 샤이니 등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탑재할 예정이다. KT의 ‘기가지니’에는 개그맨 박명수 목소리가 탑재된 바 있고, 네이버 ‘클로바’에는 배우 유인나의 목소리를 구현했다.


삼성전자는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미래 유저인터페이스 경쟁에 임한다는 전략이다. 빅스비 지원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단위인 ‘빅스비 캡슐’ 개발을 유도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지수 삼성전자 AI 전략그룹 상무는 "수원 삼성전자에만 앉아 있었으면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외부 기업과 개발자들의 도움으로 빅스비 생태계를 구축 중"이라며 "빅스비 캡슐 개방이 시작된지 반년도 안됐지만 삼성이 상상하지 못했던 서비스들이 나와 빅스비에 탑재되고 있다"고 했다. 빅스비 캡슐 개발자들이 최근 6개월새 3배 늘어났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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