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개발원조의 명암... 글로벌 패권 수단으로 전락했다

입력 2019.12.04 10:00

[이코노미조선]
지정학적 영향력, 이념 유지 수단
중국, 해외 원조국·금액 베일에
미국서 커지는 중국 경계 목소리

ODA 분야에서 세계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 블룸버그
ODA 분야에서 세계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 블룸버그
7월 30일(현지시각) 사상 최초로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횡단하는 철도가 개통됐다. 대륙의 동쪽 인도양에 접한 탄자니아에서 출발한 여객열차가 서쪽 대서양 연안의 앙골라에 도착한 것이다.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과 앙골라 로비토를 연결하는 이 철도의 길이는 4000㎞가 넘는다. 1970년대에 완성된 탄자니아와 잠비아 간 철도가 최근 복구된 앙골라와 콩고민주공화국을 연결하는 철도와 접속한 결과다. 이 공사는 중국의 공적개발원조(ODA)를 받아 이뤄졌다. 중국은 케냐와 에티오피아에서도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서양 문명의 충돌’로 표현되는 미국과 중국의 세계 패권 전쟁이 한창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대표적이다. 양국은 ODA를 지정학적 영향력과 이데올로기(이념)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은 공산권 국가를 중심으로 원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양국 모두 아프리카 원조를 늘리고 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ODA 규모가 중국을 앞지르고 있다. 미국은 명실상부 세계 제1의 원조 국가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의 ODA 규모는 347억3200만달러(약 40조8000억원)로 세계 1위다. 주요 지원 국가는 아프가니스탄·에티오피아·요르단·케냐 순이다.

중국은 OECD DAC 비가입 국가다. 이 때문에 원조 국가와 지원 금액 등 관련 통계가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많은 원조를 진행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에이드데이터 연구소와 하버드대,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연구팀이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2014년 중국은 140개국에 3544억달러(약 415조원)를 지원했다. 중국은 공산 국가인 러시아와 쿠바를 비롯해 에티오피아·코트디부아르·앙골라·파키스탄·라오스·베네수엘라·캄보디아 등을 지원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지원 규모는 3964억달러(약 464조원)였다.

미국에서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매트 포천 박사는 "안일한 생각으로 미국이 중국에 개발 원조 분야의 주도권을 내준다면 결과적으로 무역·투자·금융 등 사실상 세계 경제의 모든 분야와 기회를 중국에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원조를 빌미로 개발도상국에 차관으로 빚더미를 안기고, 미국도 중동 등지에서 자국의 이익만 앞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빈곤 퇴치 등 원조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캄보디아의 경우 중국이 2010년부터 일본을 제치고 최대 원조국으로 부상했지만,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무상원조보다 유상원조에 초점을 둔 중국의 원조 방식이 캄보디아의 외채 부담만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캄보디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서방 국가들이 ODA를 줄이기 시작하자 중국 자본에 손을 벌렸다. 2016년 기준 외국인 직접투자(FDI) 총액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7억5100만달러(약 8828억원)가 중국계 자본이었다.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중국이 철도 등 SOC 건설을 위해 차관을 내준 국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케냐의 경우 국가 부채의 70%가 중국에 몰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곤 해소보다 자국 이익 추구 공통점

미국과 중국은 모두 OECD DAC에서 최우선 원조 목적으로 삼는 빈곤 해소가 목표는 아니다. 1961년 제정된 미국의 대외원조법(foreign assistance act)을 보면 이는 분명하다. 미국 원조의 목표는 이른바 ‘3D 정책’이라고 불린다. 외교(diplomacy), 국방(defence), 개발(development)로 법 제정 목적부터 정치적 신념이 강조됐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대외원조법을 통해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글로벌 안보 질서를 주도해 왔다. 냉전 시대에는 ODA를 이용해 제3세계 국가를 자유민주주의 진영으로 끌어들였다. 경제 측면에서는 원조받는 국가에 진출 가능한 시장을 조성하고, 현지 자원을 손쉽게 확보하는 기반으로도 활용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ODA를 미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더욱 강력하게 연계시켰다. 미국 국무부와 국제개발처(USAID)가 발표한 ‘2018~2022 ODA 전략 계획’에 따르면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미국의 경쟁력 우위 갱신 △미국의 핵심 이익 보호 등이 명시됐다.

중국의 원조 확대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결이 닿아 있다. 중국은 스스로를 ‘원조 공여국’이 아닌 ‘개발도상국 파트너’로 설정하고 있다. 개발도상국과 동등한 상호협력을 통한 발전을 강조함으로써 남북협력(North-South Cooperation)에 기반한 전통적인 대외원조 개념보다는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 차원의 더 호혜적이고 포괄적인 원조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은 일종의 ‘블랙박스’다. 중국의 주요 투자국은 공산권 국가다. 러시아와 쿠바 그리고 북한에 대한 지원이 대표적이다. 원조를 이데올로기 유지 수단으로 쓰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프리카로 자금을 대거 투입하고 있으며 과도한 경제적 이익 추구 탓에 현지에서 비판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원동욱 동아대 국제학부 교수는 ‘중국 대외원조의 특성과 메커니즘 연구’ 보고서에서 "내정불간섭을 특성으로 하는 중국의 대외원조 행태는 과도한 중상주의적 이익 추구와 ‘불량 국가’ 지원이라는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국제적 규범과의 조화, 투명성 제고, 원조 공여국 간 협력 및 조정 기능 강화 등 대외원조의 질적 수준을 대폭 향상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plus point

미·중 무역전쟁 결전지 된 아프리카

중국이 아프리카 케냐에 건설한 기찻길. /블룸버그
중국이 아프리카 케냐에 건설한 기찻길. /블룸버그
아프리카는 미·중 무역전쟁의 주요 결전지가 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올해 ‘죄 없는 행인, 아프리카는 왜 미·중 무역전쟁 피해를 보고 있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CSIS는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파가 가장 심한 곳을 아프리카로 꼽았다.

보고서에서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2021년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콩고민주공화국 등 주요 광물 자원 수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5%, 나이지리아·적도기니 등 석유 수출국의 GDP는 1.9%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을 이유로 올해 아프리카 GDP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1%로 낮췄다.

CSIS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촉발된 세계 물가 하락과 중국의 수입 감소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의 경제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아프리카의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752억6000만달러(약 88조4000억원) 수준으로, 원유와 광석 등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다. 아프리카 국가는 제조업에서 활로를 모색하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미비한 제조업 인프라와 불안정한 국내 상황 탓이다.

CSIS는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협상 적극 참여 △미국과 아프리카 간 무역협정보호 등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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