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헌법재판소는 '잊힐 권리'를, 트위터는 '잊히지 않을 권리' 인정

조선일보
입력 2019.11.29 03:01

獨 헌재 "살인범이 요청하면 기사에서 이름 삭제해줘야"
트위터, 장기 휴면계정 없애려다 사망자 유족들 반발에 없던일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27일(현지 시각) 살인자의 '잊힐 권리'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같은 날 소셜미디어 기업 트위터는 정반대로 '잊히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는 계정 운용 방침을 밝혔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이날 38년 전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A씨가 인터넷 검색 결과로 나오는 기사 등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워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1981년 카리브해를 항해하던 요트 선상에서 두 사람을 살해한 혐의로 복역하다 2002년 석방됐다. A씨 사건은 언론 기사와 책, TV 다큐멘터리로 다뤄졌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A씨 관련 기사를 온라인 아카이브에 저장해 서비스했다. 2009년 A씨는 자신의 이름, 특히 가족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성(姓)을 삭제해 달라고 언론사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법원은 2012년 대중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가 A씨 개인 정보 보호보다 중요하다는 취지로 소(訴)를 기각했으나, 헌법재판소가 이를 뒤집은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범행으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러 A씨를 식별할 수 있는 보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트위터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6개월 이상 로그인하지 않은 계정들을 내달 11일부터 삭제하겠다고 지난 26일 밝혔다가 이용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 경우 사망한 이용자의 계정도 삭제되는데, 고인(故人)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트위터에 남은 망자의 기록을 영영 잃는 것에 반발한 것이다.

2016년 테러로 숨진 조 콕스 영국 하원의원의 아내는 "아이들에게 아버지를 기억할 기회를 잃게 하는 끔찍한 일"이라고 했고, 4년 전 아버지를 잃은 미국의 테크펀드기업 스케일웍스의 드루 올랜도프 CEO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며 "트위터는 아버지를 기억하는 나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트위터는 27일 "우리 측 실수였다"며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어떤 계정도 지우지 않을 것"이라며 새 정책 시행을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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