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핵심 이름 거론되는 '우리들병원 사건'…野도 국정조사 요구, 도대체 무슨 내막 있기에

입력 2019.11.27 13:46 | 수정 2019.11.28 14:16

서울 청담동 우리들병원/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청담동 우리들병원/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7일 '유재수 감찰 농단, 황운하 농단'과 함께 우리들병원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왔다. 나 원내대표가 '우리들병원 금융 농단' 사건이라고 명명한 이 사건은 우리들병원을 경영하던 이상호·김수경 부부(지금은 이혼)가 지난 2012년 산업은행에서 1400억원을 대출받은 게 발단이 됐다. 이 대출과 관련한 채무 처리 과정에서 동업자였던 신모(여)씨와 불거진 분쟁 해결에 현 여권(與圈) 인사들이 얽히고 설켰다는 의혹이다. 신경외과 의사인 이상호씨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허리 디스크 수술을 담당한 인연으로 현 여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親盧' 이상호 원장 부부 대출 의혹과 신한은행 문서 위조 의혹이 발단

사건의 발단은 청담 우리들병원이 2012년 9월 산업은행으로부터 1400억원을 대출받으면서 불거졌다. 당시 이 원장은 개인회생 신청 전력 때문에 다른 은행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이 원장에게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신한은행과 맺었던 연대보증계약 해지부터 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 연대보증계약은 이 원장의 전처(前妻)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이 동업자 신씨와 함께 고급 레스토랑 사업을 추진할 때 이뤄졌다. 김 회장과 신씨는 2009년 서울 청담동 신씨 소유의 빌딩에서 웨딩과 레스토랑, 화장품 판매 등을 위한 A사를 설립하고, 신한은행에서 사업자금 26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때 연대보증인으로 신씨와 이 원장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A사 대표는 김 회장이 맡았다.

이 때문에 이 원장이 연대보증인에서 이름을 빼려면 신씨의 동의가 필수적이었다. 신씨는 20억원을 주면 A사 법인과 채무를 인수하고, 이 원장을 공동연대보증인에서 빼주겠다고 했고, 이 원장 측도 합의했다. 이에 이 원장은 신한은행에서 15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은 뒤 개인 돈을 보태 신씨에게 돈을 갚으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신한은행이 신씨에게 전해져야 할 돈 중 7억2400만원을 신씨 동의 없이 이 원장의 개인대출 이자로 인출하자 신씨가 "은행이 마음대로 썼다"며 이자 납부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자 신한은행은 신씨가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기로 했고, 신씨는 신한은행 직원들을 상대로 사문서위조와 사금융알선 혐의로 고소했다. 신한은행이 이 원장에게 대출해 준 15억원은 사금융알선이고, 이 원장의 연대보증계약 해지를 위해 미리 계획을 알려주고, 자신의 서명까지 위조한 것은 사문서위조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2017년 법원에서 사금융알선 등이 일부 유죄로 인정됐다.

◇現 여권 핵심 인사들 이상호 부부-신씨 분쟁에 개입 의혹

그런데 신씨와 알고 지내던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과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 문재인 대선 캠프 소속이었던 변호사 등이 이 사건과 관련해 신씨와 신한은행 양측 간 중재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근무했던 친노(親盧) 인사인 정 의원은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당선된 직후부터 2017년까지 당시 신한은행장을 수차례 만났다. 정 의원은 은행을 감독하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피감기관으로 둔 정무위원회 소속이다. 정 의원은 신씨와 관계된 사건의 해결을 위해 신한은행장과 최소 3차례 논의했고, 그 결과를 가지고 신씨를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신씨가 정 의원의 제안을 거절하자 현행법상 불법인 선이자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시 정 의원과 신씨 사이에서 법적인 문제를 조율했던 사람은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 캠프에 몸담았던 모 변호사였다.

정 의원 외에 양정철 민주당 민주연구원장도 분쟁 중재에 관심을 가졌다고 신씨는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중재에도 신씨와 신한은행은 합의하지 못했고 소송은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경찰총장' 윤 총경은 왜 등장?

지난 2017년 경찰도 우리들병원의 대출과 관련한 내사까지 나섰지만 본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경찰청과 서울 서초경찰서 두 곳에서 내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근무했던 윤규근 총경도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정재호 의원이 윤 총경을 데려와 ‘신한은행 대출문제 해결을 위해선 윤 총경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며 윤 총경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근무 당시 신한은행과의 송사와 관련해 신씨에게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로 통화한 녹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신씨는 정 의원과의 인연에 대해서는 "정 의원이 정계 입문 전 ‘정치에 입문하도록 도와주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열어 신한은행 대출사건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또 정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다음날 당선증 사진과 함께 보낸 ‘회장님께 바칩니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신씨는 양 원장과 관련해서도 "양 원장이 나한테 세배 온 자리에서 정 의원이 신한은행에서 받아온 (대출전환 조건) 메모를 보고 ‘이걸 합의라고 해왔나. 금감원장이랑 경찰청장 인선이 되면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한은행이 문서를 위조하면서까지 이 원장의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한 배경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 문제로 피소를 당하자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인물을 변호인으로 선임해 검찰 수사에 대응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이 20대 총선 다음날인 2016년 4월 14일 오전 7시 18분 신모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선관위에서 받은 당선증 사진을 신씨에게 보내면서 ‘회장님께 바칩니다!’라고 적었다./한국일보 제공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이 20대 총선 다음날인 2016년 4월 14일 오전 7시 18분 신모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선관위에서 받은 당선증 사진을 신씨에게 보내면서 ‘회장님께 바칩니다!’라고 적었다./한국일보 제공
◇野 "은행 대출, 이상호 부부-신씨 분쟁에 현 정권 인사 부당 개입 여부가 의혹의 핵심"

나경원 원내대표가 '우리들병원 금융 농단' 사건이라고 이름붙인 데서도 알 수 있듯 야당에서는 이번 사건이 이상호 원장 내외가 이명박 정권 때인 2012년 국책 산업은행에서 1400억원을 대출받게 된 배경, 또 이 대출 이후 불거진 이 원장 내외와 신씨 간 불거진 분쟁 와중에 이뤄진 신한은행 대출이 이뤄진 배경을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 당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 원장이 거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배경에 그의 인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이 원장 내외와 신씨 간 분쟁에 현 여권 핵심으로 꼽히는 인사 다수가 개입한 정황도 야권에서는 의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정재호 의원이 현직 국회 정무위원 신분으로 신씨의 개인 '민원'을 알아봐주기 위해 시중 은행장을 직접 만나 양측간 분쟁 조정에 개입한 것도 석연치 않게 보고 있다. 윤 총경이 신씨 주장처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면서 신씨를 만나 분쟁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 역시도 논란거리다. 이 원장 내외와 신씨가 이들에게 어떤 존재기에 여권 실력자들이 직접 나섰는지 의문이란 것이다.

이 원장 내외는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현 여권 인사들과 친분을 이어왔다. 신씨도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선거 운동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언론 통화에서 "신씨는 2017년 선거 때 굉장히 도움을 주셨다"고 했다. 신씨 역시 현 여권 인사들과 친분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언론에 신씨 주장에 대해 "신씨와는 교인으로 친해졌으며 신씨의 애로사항을 알아봤을 뿐"이라면서 "신한은행에서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해 은행이 신씨에게 제시하는 마지막 가이드라인을 메모 형태로 받아와 신씨에게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양 원장도 언론에 "지난 대선 한참 후 뉴질랜드에 있을 때 (신씨) 전화를 받았는데 '신한은행 대출 관련해 경찰과 금융기관에 얘기를 해줄 수 있냐'고 하길래 야멸차게 할 수가 없어서 그쪽에 아는 사람은 별로 없고, 밖에 나와있기도 하니 혹시 국내에 도울 수 있는 분이 있으면 얘기 한번 들어보라고 제가 부탁은 하겠다고 한 것뿐"이라고 했다.

윤 총경이 왜 이 원장 부부와 신씨 간 분쟁에 끼게 됐는지는 불명확하다. 다만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한 법조계 인사는 "윤 총경이 민정수석실에 근무할 때 이 사건을 알아봤다면 이 원장 부부와 신씨를 일종의 현 정권 특수관계인으로 보고 파악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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