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수업 매진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에듀테크 기술로 혁신 앞장"

입력 2019.11.18 03:00

[ 교육 리더, 미래를 말한다 ] 에듀테크 스타트업 클래스팅 조현구 대표

조현구(34) 클래스팅 대표는 전직 초등학교 교사다. 2009년 인천에서 처음 교편을 잡았다. 학생, 학부모와 마땅한 소통 수단이 없다는 데 실망한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교육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따로 서버를 구입한 뒤 스스로 학급용 소셜미디어(SNS)를 만들어 썼다. 이게 클래스팅의 전신이 됐다. 동료 교사들은 조 대표가 만든 서비스에 큰 호응을 보냈다. 조 대표는 사비를 털어 서버를 운영했다. 운영 비용이 월급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1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커진 2013년, 그는 사업의 확장 가능성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조현구 클래스팅 대표는 “클래스팅으로 교사들의 수업 외적인 부담을 덜고 나면, 공교육에서 모델로 삼을 만한 혁신적인 학교를 직접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조현구 클래스팅 대표는 “클래스팅으로 교사들의 수업 외적인 부담을 덜고 나면, 공교육에서 모델로 삼을 만한 혁신적인 학교를 직접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김종연 기자
◇교사들 "변화 원하지만 수업 준비할 시간이 없다"

조 대표에 따르면 교사들은 수업 혁신에 대한 마음은 크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토론·프로젝트 중심 수업을 하거나 IT 기술을 활용하는 수업을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학교 행정 업무나 학부모와의 소통 등 수업 외적인 부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다 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수업 준비에 쓸 시간이 부족해진다"고 했다.

우리나라 교사가 수업에 쏟는 시간은 선진국 평균보다 적은 편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교수학습국제조사 2018'을 한국교육개발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사가 자신의 전체 업무 중 교수 학습에 소요하는 시간 비율은 OECD 평균(78.1%)보다 낮은 76%다.

이런 교육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길러주기 어렵다는 게 조 대표 생각이었다. 수업 외적으로 쏟는 시간을 줄이고, 교사가 온전히 수업에 매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으로 클래스팅이 선보인 것은 가정통신문을 자동화하는 서비스였다. 설문조사를 위한 종이 가정통신문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배부한 뒤 교사가 일일이 응답률 통계를 내던 과정을 클릭 몇 번으로 가능하게 했다. 교사가 가정통신문 응답 주소를 학부모의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안내하면, 학부모는 해당 주소로 접속해 답변하는 서비스다. 통계는 자동으로 산출한다.

클래스팅이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가정통신문 업무 자동화 기능을 통해 일주일에 1시간 이상 아낀다. 이후에도 클래스팅은 교사를 지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금은 학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에듀테크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전국 학교의 90%, 교사의 절반가량이 클래스팅 서비스를 사용한다.

조 대표는 교육 혁신 아이디어는 교사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무언가를 개발해 달라는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와 우선순위를 정하기 바쁘다"고 했다. 클래스팅 서비스를 자문하는 교사단만 약 1500명이다. 최근엔 학부모의 잦은 연락으로 인한 교권 침해를 호소하는 교사들이 늘자, 개인번호가 공개되지 않도록 안심번호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다.

◇"시장 형성되는 분야에선 정부가 손 떼야"

안타까운 것은 이런 변화가 미풍에 그친다는 점이다. 조 대표는 지금도 교사의 고민을 중심으로 공교육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공교육이 화답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에듀테크 등 새로운 교육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에도 국내 학교는 여전히 교문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공교육 시장이 문을 걸어 잠근 사이, 클래스팅은 대만, 말레이시아로 진출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대만에선 1년 만에 학교의 약 35%가 쓰는 대표 에듀테크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이런 성과에 따라 벤처캐피털 미슬토와 옐로우독으로부터 약 6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에듀테크 도입에 적극적인 영국은 정부가 에듀테크 서비스를 구매할 바우처를 학교에 발행해 새로운 교육을 도입하도록 장려하고 있어요. 학교가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내수시장이 형성되고, 이를 통해 에듀테크 서비스 경쟁을 반복하면서 교육의 질(質)이 높아진다는 생각 때문이죠. 우리나라도 이런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조 대표는 공교육 시장의 빗장을 열기 위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클래스팅은 학교에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판매할 계획이다.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클래스팅 AI'다. AI가 학생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 실력에 맞는 문제와 해법을 제공한다.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AI 맞춤 학습을 하면서 학업 역량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교사들은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문제해결력이나 협업력 등을 키우는 수업을 할 수 있다.

다른 에듀테크 기업들의 주 고객이 학부모인 것과 다른 모습이다. 현재 클래스팅 AI를 구입해 사용하는 학교는 전국 100여 곳. 예산을 새로 집행하는 내년 상반기에는 더 많은 학교가 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조 대표는 "여러 출판사의 교과서를 학교가 골라서 쓰듯, 에듀테크 서비스도 학교가 선택해 쓸 수 있도록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분야에선 정부가 손을 떼야 발전이 있다"고 말했다.

"공교육 혁신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모델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클래스팅이 앞장서 공교육 에듀테크 시장을 넓히기 위해 노력할 테니, 공교육을 혁신할 수 있는 다른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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