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진웅 "론스타 사건 알고 나니, 국민 우롱 화가 난다"

  • 뉴시스
입력 2019.11.11 13:58


                조진웅
조진웅
"철저하게 '그쪽'으로 치우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멜로도 있고 코미디도 있고 에로영화도 있고, 이런 영화가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저는 (정치적인)색깔을 가지고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조진웅은 "이런 영화를 찍는 게 겁이 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뒤로 갈 데가 없다. 조진웅이라는 악기를 통해서 이 메시지가 잘 전달되면 좋겠다"고 했다.

색깔론적으로 보여질 것에 염려가 되지 않냐는 질문이었지만, 영화 '블랙머니'에 대한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못 먹는 감 찍러 본다는 식으로 되서는 안 된다"며 사회참여적인 영화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이다. 계속 건들면 홈은 파지지 않을까. 어떤 감독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데 광속을 견딜 수 있는 계란을 개발하면 광속으로 바위를 뚫을 수 있다'라는 말을 했다. 그런 말을 하고 시도를 하는 자체로도 견고한 권력에 흠집은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부숴뜨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야 한다. '너희들이 아무리 그런다한들 이렇게 고발하는 사람은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계속 한다'라는 식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 이번 영화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운동이 일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겠다"면서 "민노총, 촛불시위 등 쟁의가 계속 있다. (영화가 다루는 주제가) 많은 사람들이 토론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나는 영화를 통해 (해당 사건을) 인식시키는 화자의 역할을 했다. 아무런 목적없이 이런 걸 찍을 수는 없다. 누가 그러더라. 조진웅은 그런 영화만 찍는다고. 제가 성질이 아주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조진웅이 언급한대로 영화는 조진웅이 맡은 검사 '양민혁'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사건 앞에서는 위아래도 없고, 수사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비는 서울 지검의 '막프로' 검사 양민혁은 문제적 검사로 이름을 날린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한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내막을 파헤치던 찰나 피의자가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의 주요 증인임을 알게 된다.

근거는 의문의 팩스 5장. 자산가치 70조 은행이 1조7천억원에 넘어간 희대의 금융 사건을 마주한 양 검사는 금융감독원, 대형 로펌, 해외펀드 회사가 뒤엉킨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를 맞닥뜨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희대의 먹튀' 론스타 사건이 배경이다.

영화에서 소재가 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됐다. 당시 "해외 사모펀드가 헐값에 국내 대형은행을 삼켰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후 론스타는 2012년 1월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팔고 한국을 떠났다.

영화를 촬영하기 전 조진웅 또한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는 "론스타 사건이 일어날 당시 제가 먹고 살기가 바빴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게 내 세금이 나갈 정도의 큰 일이라는 인식은 하지 못했다. 사건의 내막을 알고 나니 눈 뜨고 코 베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다. 우리가 얼마나 잘난 사람들인데… 국민들을 우롱했다는 게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론스타는 같은 해 11월 ISDS(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를 제기하면서 한국 정부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과세와 매각 시점 지연, 가격 인하 압박 등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론스타가 제기한 ISD의 소송액은 46억7950만달러, 우리 돈으로 5조원이 넘는다. 소송 결과는 올 하반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조진웅은 "국민 한 사람당 짊어져야 할 몫이 18만원 정도 된다. 그 돈이면 불우한 이웃을 돕는 게 낮지 않은가. 5조8000억이면 훨씬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돈이다. 자연재해에가 일어나면 도울 수 있는 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영화의 연출을 맡은 정지영 감독에 대해서는 '영원한 청년 감독', '완성형 감독', '등대'라고 표현했다.

"정지영 감독님은 완성형 감독인 것 같다. 감독님은 아쉬운 신을 딱 짚어내고 나와 상의하고 개선해 다시 찍고는 했다. 사고가 굉장히 캐주얼하다. 많은 감독을 만나 봤지만 정 감독님은 완성형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은 등대 같다. 작품에 대한 확실한 지향점을 갖고, 많은 사람들과 교감을 하는 데 불편해하지 않는다. 그게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영원한 청년 감독'이라는 별명을 갖고 계시다. 연세가 있는 감독님이지만, 배우들이 동료로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해준다."
조진웅은 극 중에서 이하늬 뿐만 아니라 허성태와도 '티키타카'하며 찰떡 호흡을 선보인다. 조진웅은 허성태를 '미스테리하고, 재미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성태는 호흡이 너무 좋다. 미스테리한 애들이 몇 명 있다. 최귀화나 허성태는 나보다 후배다. 근데 나한테 선배님이라고 할 때는 징그럽다. 일상에서 성태는 엄청 사랑쟁이다. 와이프하고 엄청 알콩달콩한다. 술 마실 때 보면 엄청 귀엽다. 장면을 쉽게 하는 친구가 아니다. 매 신을 한땀한땀 연기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친구다. 재미난 친구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만큼 다작 배우로 유명한 그도 현장이 두려울 때가 있다. 그는 매 영화를 찍은 작업을 '전학의 공포'에 비유했다. 조진웅은 "저는 부산에서 살다 서울로 전학을 왔고, 서울에서도 여러번 전학을 다녔다. 전학의 공포라는 게 있다. 처음에 친해지는 게 쉽지가 않다. 그것에 대한 공포가 있다. 영화 작업이 그렇다. 현장에 가면 이 사람들끼리는 오래해서 다 안다. 근데 저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친숙해질 때 즘에 영화가 끝난다. 그래서 저는 연극도 부산에서 하는 제 동지들과 하고 싶다. 물론 지금은 서울에 협연을 한 배우들이 많아 졌다. 그래서 불편한 건 없다. 매니저가 필용없을 정도로 현장가면 다 아는 애들이다"라고 말했다.
'블랙머니'는 금융범죄실화극이라는 홍보문구처럼 경제 문제를 다룬다. 하지만 조진웅은 '블랙머니'가 오락영화로서도 충분히 재밌다고 강조한다. 그는 "부제가 '금융범죄실화극'이다. 딱 (관객이) 보기 싫은 영화다. 근데 실은 극장 안에서 봤을 때 오락성이 짙은 영화로써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국가부도의 날'이 350만 들었다. 우리 영화가 훨씬 재밌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바둑('신의 한수: 귀수편')도 오고, 82년 개띠('82년생 김지영)도 있고, 엘사('겨울왕국2')도 온다. 12세 관람가다. 많이 도와달라"고 말해 웃겼다.

13일 개봉,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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