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빚 갚으려다…임신한 아내·아기 두고서…英 냉동 컨테이너의 비극

입력 2019.11.11 10:32

지난달 23일 영국 트럭 냉동 컨테이너에서 발견된 시신 39구의 신원이 모두 베트남 국적으로 확인된 가운데 희생자들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부모 빚을 갚으려 영국행을 택하거나 심지어 영국에 미리 가 있는 부모와 함께 살기 위해 트럭에 몸을 실었던 15세 소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다 희생된 한 남성의 어머니가 베트남에서 손주들을 껴안고 오열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다 희생된 한 남성의 어머니가 베트남에서 손주들을 껴안고 오열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8일(현지 시각) 영국 BBC, AFP통신 등은 베트남 희생자 지인의 증언을 인용해 그들의 사연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부이 티 느헝(19)은 베트남 북부 응에안성의 옷 가게에서 일하다 영국행 밀입국을 시도해 변을 당했다. 그는 자녀 4명을 두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남긴 빚을 갚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건 발생 이틀 전인 지난달 21일까지도 친언니에게 "창고 안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르 반 하(30)는 응에안성에 집을 짓느라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영국행을 택했다. 집에 임신한 아내와 어린 아들이 남겨두고서다. 그의 아버지는 "영국행 비용 2만 파운드(한화 약 3000만원)를 마련하려고 토지담보 대출을 받았다"며 "나는 이미 늙고 건강도 안 좋은데 손주들도 돌봐야 해 대출을 언제 갚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BBC에 말했다.

또 다른 응에안성 출신인 응우옌 딘 투(26)도 군 제대 후 결혼하고 집을 마련하기 위해 빌린 거액을 갚기 위해 영국행을 결심했다. 그 역시 아내와 18개월 난 아이가 있었지만 영국 밀입국 비용으로 4960파운드(약 740만원)가량을 지불하며 의지를 다졌다.

호양 반 티엡(18) 사진을 보고 있는 그의 어머니 / AP 연합뉴스
호양 반 티엡(18) 사진을 보고 있는 그의 어머니 / AP 연합뉴스
호양 반 티엡(18)은 프랑스에서 머물던 중 영국으로 가려고 시도하다 변을 당했다. 호양 반 티엡은 지난 2017년 고향을 떠나 프랑스에 들어가 레스토랑에서 불법으로 일했다. 프랑스행 자금은 어머니가 은행과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서 댔다. 하지만 프랑스에서의 불법 노동이 수차례 적발돼 추방 위기에 놓이자 영국 밀입국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희생자 중 가장 어린 15살 소년 응우옌 후이 헝은 이미 영국에 살고 있는 부모와 합류하려 했다고 그의 형이 현지 언론에 말했다. 그는 지난 8월 하노이에서 러시아로 간 후 10월 초 프랑스로 들어갔다. 이후 영국으로 가겠다고 자신의 누나와 연락을 주고받은 후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냉동 컨테이너가 발견된 후 이 누나가 동생을 찾아달라는 사연을 자신의 SNS(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영국 밀입국을 위해 3만파운드(한화 약 4450만원)를 지불한 26살 여성 팜 띠 트라 마이는 앞서 실패했던 영국행을 재차 시도하다 희생됐다. 그는 어머니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숨을 쉴 수 없다"며 "아빠 엄마 정말 미안해요. 외국으로 가려던 시도는 실패했어요. 저는 죽어가고 있어요. 엄마 아빠 많이 사랑합니다"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인으로 신원이 확인된 39구의 신원이 확인된 냉동 컨테이너 트럭 / AP 연합뉴스
베트남인으로 신원이 확인된 39구의 신원이 확인된 냉동 컨테이너 트럭 / AP 연합뉴스
영국 경찰은 지금까지 냉동 컨테이너 트럭을 운전하고 실어나른 일당을 인신매매·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베트남 경찰은 밀입국 알선과 관련한 10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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