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AI 시대, 수학 실력이 최고의 경쟁력이다

조선일보
  •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입력 2019.11.11 03:10

행렬·벡터, AI시대 가장 핵심적… 개인과 국가, 기업 경쟁력 좌우
우린 작년부터 교육과정서 빼, 미국·영국·싱가포르는 다 배워
AI 전문가 "15년내 現 직업의 40%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2018년 고교 입학생부터 적용된 10차 고교 수학 교과 개편안에 따라 '행렬' 단원이 완전히 빠졌다. 기존 수학II 에 포함됐던 '행렬과 그래프' 단원 전체가 완전히 삭제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벡터' 단원은 대부분의 학생이 수강하지 않는 '진로선택 과목'으로 편성됐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고등학생은 행렬과 벡터를 배울 기회를 잃었다. 행렬과 벡터는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수학이다. 특히 행렬은 인공지능에서 데이터의 공간 변환, 인공지능망 최적 설계, 확률의 추출 과정에서 필수적 도구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는 고교 교육과정에서 행렬 단원을 모두 배운다. 각 국가의 고교 수학 교과과정의 구성과 난이도의 차이는 결국 인공지능 경쟁력의 국가별 수준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기초 과학 강국인 이웃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교 수학 교과에서 행렬은 빼고, 벡터는 선택으로 편성했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 일류에서 한발 뒤처져 있다.

◇수학 없는 인공지능은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의 핵심 알고리즘인 '심층기계학습(Deep Machine Learning)'이 인간의 두뇌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심층기계학습을 설계할 때 인간은 컴퓨터가 아닌 '수학의 힘'을 빌리고 있다. 아직은 컴퓨터가 스스로 인공지능을 설계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성능과 상상력, 그리고 창의력이 인간이 만든 수학을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수학의 역사는 2000년이 넘는다. 심층기계학습의 역사는 채 10년 안팎이다.

특히 인공지능의 학습에 쓰이는 데이터 자체가 수학의 벡터로 표현된다. 벡터는 다차원 공간에서 디지털 숫자의 묶음이다. 인공지능의 계산 결과도 벡터로 출력한다. 여기서 행렬은 벡터의 공간 변환과 학습 계산을 가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인공지능을 똑똑하게 만드는 수학적 도구가 행렬이라는 뜻이다. 인공지능 내부에서 일어나는 데이터 변환 과정은 아직도 인간이 이해하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블랙박스(Black Box)다. 어쩌면 인공지능 내부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은하에서 온 외계인의 언어일 수 있다. 벡터와 행렬로 대표되는 선형대수 수학이 바로 인간이 외계인과 만나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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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한편 심층기계학습 인공지능은 학습 과정에서 내부 연결망과 그 변수들을 최적화한다. 이 과정을 거쳐 결국 인공지능의 지적 능력이 신의 영역까지 넘보게 된다. 인공지능의 최적화 과정에서 수학의 '미분' 개념이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의 최종적 결과물은 확률로 표시된다. 인공지능은 정답(正答)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정답 확률이 높은 답을 제시한다. 인공지능의 불완전성을 수학의 확률이 보완한다. 그래서 인공지능에는 확률이론, 통계이론, 정보이론, 게임이론, 이산수학 등 고급 수학도 필요하다. 수학 없는 인공지능은 없다.

◇수학 교육, 개념·토론·협력 방식으로

'AI Super Powers'라는 책을 쓴 인공지능 전문가 카이푸 리(Kai-Fu Lee) 박사는 미국 CBS방송에서 방영된 '60분' 프로그램에서 "앞으로 15년 내에 현재 직업의 40%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인공지능이 2022년까지 1억33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7500만개의 기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국 앞으로는 누구든 인공지능 지식과 관련 수학의 기초 없이는 취업이 어렵다는 전망이다. 인문계열, 자연계열, 예체능계열 등 분야와 상관없이 우리나라 모든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인공지능에 필요한 수학 기초 개념을 배워야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에는 영어 점수나 학점 또는 봉사활동과 인턴 등의 경력보다도 수학 실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수학 교육의 내용과 방식'도 이젠 변해야 한다. 수업 진행도 개념 위주, 토론 위주, 문제 자체를 스스로 만드는 연습, 컴퓨터를 이용한 문제풀이, 즐거운 협력의 수업 방식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수학 실력은 개념 정립과 논리의 확립에 있다. 인공지능에 필요한 수학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 고교 수학 교육 문제의 뿌리는 모든 교육의 관점이 대학 입시의 공정성과 변별력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정시와 수시 비중의 논란은 영원히 결론이 나지 않는 소모적 논쟁일 뿐이다. 현행 대학입시 수학 시험은 짧은 시간에 틀리지 않고, 많은 문제를 푸는 기능 테스트에 불과하다. 의미 없는 퇴행적 시험 방식이다. 이러한 기능은 고성능 반도체와 컴퓨터, 그리고 네트워크로 무장한 인공지능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인공지능 시대의 수학 교육은 더 이상 문제 풀이가 될 수 없다.

언어는 사람과 사람의 소통 수단이다. 마찬가지로 수학은 인간과 자연과의 대화 방법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수학은 인간과 인공지능을 관통(貫通)하는 가교(架橋)가 되고 있다. 수학은 인공지능 시대의 혁신 방법이면서 동시에 개인과 국가 경쟁력의 원천(源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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