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액도 몰라 허둥지둥, 총선만 보는 '돌발' 교육정책

조선일보
입력 2019.11.11 03:17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등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는 124개 학교 가운데 국·공립 제외 59곳에 추가 지원해야 할 예산이 1조500억원이라고 답변했다. 처음엔 "1조5억원"이라고 했다가 뒷자리 교육부 국장 설명을 듣고 "그게 아니라 1조5000억원"이라고 수정하더니 다시 "1조500억원이 맞는다"고 말을 바꿨다. 유 장관은 하루 전 일반고 전환 방침을 발표할 당시엔 "5년간 총 7700억원"이라고 했었다. 충분한 검토도 없이 덜컥 발표한 것이다.

지난달 국회 국감에선 유 장관이 "수능은 '오지선다'여서 창의 교육과 배치된다"면서 대입 정시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지만 그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 비율 상향' 방침을 밝힌 일도 있었다. 청와대가 조국 사태에 따른 '불공정 정권' 이미지를 벗겨내기 위해 교육부와 협의 없이 정시 확대를 발표했을 것이다. 자사고·특목고의 일반고 전환도 원래는 평가를 거쳐 단계적으로 하겠다더니 갑자기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일괄전환으로 바뀌었다. 이 역시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돌발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가 교육부는 제쳐놓고 정파적 계산만 갖고 교육정책을 정하고 있다. 장관이 허둥댈 수밖에 없다.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은 설사 하더라도 국회가 초당파적 합의로 법률을 만들어 추진해야 할 중대 사안이다. 그걸 이 정권은 부처 수준에서 시행령 몇 개 고쳐 추진하겠다면서 정작 시행 시기는 다음 정권으로 미뤄놨다. 성사 여부엔 관심 없고 내년 총선에서 표 얻는 방안으로 써먹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고교 무상교육 역시 당초는 내년 봄학기 고1부터 시행하려던 것을 올 2학기로 시행 시기를 앞당겼고 그것도 내년에 유권자가 되는 고3부터 먼저 적용하기로 했다. 교육 정책을 정치 수단으로 써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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