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삼국지 시대 본격 개막…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입력 2019.11.10 12:00

SK텔레콤, 케이블TV 2위 티브로드 품고...LG유플러스, 케이블TV 1위 CJ헬로 인수
KT, IPTV를 개인 맞춤형으로 키워 대응...넷플릭스⋅애플⋅디즈니 맞설 경쟁력 제고 과제

유료방송 시장에 삼국지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케이블TV M&A(인수합병)를 통한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에 성공하며 ‘KT 천하(天下)’가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미디어 분야는 통신 3사가 가장 공들이고 있는 신(新)성장 동력이다. 덩치 키우기에 성공한 통신업계가 앞으로 유튜브·넷플릭스·디즈니·애플 등 거대한 외세(外勢)에 맞서 어떤 묘책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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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시대 열었던 케이블TV...통신업계 품 안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SK텔레콤 IPTV 서비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케이블TV 2위)의 합병과 LG유플러스의 CJ헬로(케이블TV 1위) 주식 취득 건을 승인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M&A 과정의 최대 고비를 넘긴 것이다. 공정위가 유료 방송시장에서 경쟁 제한 우려를 차단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몇 가지 시정 조치를 내렸지만, 기한은 오는 2022년까지다.

앞으로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종 승인만 끝나면 케이블TV 사업자 1, 2위가 모두 통신사에게 흡수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분인수 형태인만큼 방통위의 승인 절차는 생략된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모두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을 고려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심사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유료방송 시장은 IPTV ‘올레 tv’를 앞세운 KT가 31.1%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IPTV 기반이 되는 유선 인프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까지 보유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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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14.3%, 11.9%에 불과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M&A 허가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각각 23.9%, 24.5%로 올라서 KT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앞으로 세 기업 간 시장 경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감을 느낀 KT도 케이블TV 업계 3위 업체인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으나, 합산규제란 발에 묶이며 경쟁사들의 약진을 손 놓고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 이상을 확보할 수 없는 법안이다.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할 시 시장 점유율은 37%가 된다.

이 법은 현재 일몰 된 상태지만, 국회에서 아직 후속 대책이 안 나오며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기에 불확실성이 크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이견을 보이며 국회가 후속 법안을 진행하지 못한 것이다.

국회의사당 전경. /조선DB
국회의사당 전경. /조선DB
하지만 최근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양 부처간 차관급 정책협의체를 구성, 합산규제 일몰에 따른 후속대책인 유료방송 규제개선 방안과 관련한 주요 이견을 정리했다. KT가 만약 다시 딜라이브 인수에 속도를 낸다면 케이블TV 업계 1위, 2위, 3위 기업 모두 통신업계 품으로 안기게된다.

통신 사업자들은 케이블TV의 망 인프라, 가입자 등을 확보하며 미디어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 사업자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신 사업이 미디어 분야인데, 이를 강화하기 위해 남아있는 선택지 중 남은 것이 케이블TV 업체 인수 밖에 없었다"며 "케이블 TV 인수 후 당장 어떤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정할지는 미지수지만, 향후 미디어 빅뱅에서 안전자산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강력한 규제와 방송법이 있어 케이블TV 서비스가 쉽사리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OTT 등장으로 급변한 미디어 생태계...글로벌 기업 공세 버틸까

당장 통신업계가 국내 방송 시장을 주도하게 되지만, 기업 규모와 시장점유율만 키웠다고 계속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급성장하며 기존 미디어 생태계를 빠르게 붕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OTT는 기존 방송법 규제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다.

특히 글로벌 OTT 절대 강자인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이에 대응하고자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와 힘을 합쳐 통합 OTT ‘웨이브’를 최근 출범시켰고, KT도 새로운 OTT를 계획 중이다. 아예 홈 미디어에 최적화됐던 IPTV 서비스에 개인화 기능을 강화하며 OTT처럼 변모시키고 있다.

KT 홍보 모델들이 올레tv 3대 혁신 서비스로 공개한 ‘슈퍼 VR tv’, ‘UHD 4’, ‘AI 큐레이션’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KT 제공
KT 홍보 모델들이 올레tv 3대 혁신 서비스로 공개한 ‘슈퍼 VR tv’, ‘UHD 4’, ‘AI 큐레이션’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KT 제공
그러나 넷플릭스에 이어 애플,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이 OTT를 통해 국내 미디어 시장에 발을 들이면 국내 모든 미디어 사업자들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앞으로 자체 미디어 플랫폼을 꾸준히 키워 버티든지, 외국계 서비스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이미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독점계약을 맺고 IPTV 시장에서 재미를 봤다. 업계에선 SK텔레콤과 디즈니와의 협력 가능성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미디어 생태계가 장기적으로 외국계 서비스에 종속될 가능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와 시장에서는 앞으로 유료방송업계를 이끌 통신사들이 국내 콘텐츠 투자 강화 등 자체 서비스로 경쟁력을 강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이제 유료방송 시장이 재편된 이후를 고민할 시점으로, 앞으로 콘텐츠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만이 시장에서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통신업계에서 콘텐츠 기업에 대한 M&A 시도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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