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적자 사상 최대인데 세금 아껴 쓰면 불이익 주겠다니

조선일보
입력 2019.11.09 03:08

정부의 관리 재정수지가 올 들어 9월까지 57조원 적자로, 통계를 작성한 2011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4대 보장성 기금 등을 포함한 통합 재정수지도 26조원 적자로, 역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이었다. 세수는 줄어드는데 정부 세금 지출은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 속에서도 정부·여당은 지자체 예산의 연내 집행률을 예년 평균 84%에서 올해는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지방예산은 사업 지연이나 사정 변경 등으로 그 해에 다 못 쓰고 넘기는 불용·이월 비중이 통상 16%에 달하는데, 예산을 빨리 쓰도록 독려해 미사용 비율을 10% 밑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연내 예산 집행률도 97% 이상으로 끌어올려 예년보다 3조~4조원 이상 돈을 더 쓰기로 했다. 올해 성장률이 10년 만에 2%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자 세금 풀기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쓸 곳이 마땅치 않은데 무리하게 지출을 앞당기면 낭비와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민 세금을 아끼는 것이 정부의 기본 책무인데 이 정부는 오히려 더 쓰라고 독촉이다. 행안부는 지자체가 예산 집행을 적게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세금을 알뜰하게 쓰면 상이 아니라 도리어 벌 받게 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를 위한 경제 정책이 아니다. 선거 때 내세울 '숫자'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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