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군 분담금 증액 불가피하다면 안보 족쇄도 전면 해제돼야

조선일보
입력 2019.11.09 03:10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4일 서울에 온다. 방한한 국무부 차관, 차관보 등에 이어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이전보다 5배 오른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를 우리 측에 요구할 것이다. 협상에서 깎는다고 해도 동맹 분담금 인상을 대선 업적으로 삼으려는 트럼프 속셈을 감안하면 상당한 증액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동맹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미국이 관례와 합리적 선을 넘는 증액을 요구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한(對韓) 보상도 제시해야 한다.

한국 미사일에 대한 탄두 중량 제한은 2017년 풀렸지만 사거리는 800㎞가 최대치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민간 로켓에도 고체 연료를 쓰지 못하게 막고 있다. 한국은 총 추력 100만파운드.초(lb.sec) 이상 고체 연료 로켓을 만들지 못한다. 선진국 고체 로켓의 10분의 1 수준의 추력이다. 우주 선진국들은 액체와 고체 로켓을 병용하는데 우리는 미사일 지침에 묶여 '반 쪽짜리' 액체 로켓만 개발하고 있다. 반면 '전범 국가'인 일본은 고체 로켓도 맘대로 쏜다. 이 기회에 한·미 미사일 지침은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

지금 북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완성 단계에 이르고 있다. 동해 물밑에서 SLBM을 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북 잠수함 기지에서부터 밀착 감시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려면 수개월 이상 바닷속에서 작전할 수 있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자체 개발해도 '군사용 핵연료'를 금지한 한·미 간 협정 때문에 가동할 수가 없다. 이 족쇄도 풀어야 한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필요성에 대해선 찬반론이 있지만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는 자유는 이번에 얻어야 한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5배 더 내라는 것은 그만큼 대한(對韓) 방위에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국 방위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미 국방대학은 지난 7월 한·미·일이 '핵무기 공유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처럼 한·일이 미국의 핵무기 정책 논의에 참여하고 핵 사용 결정에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토에 배치된 핵무기는 나토 전투기가 투하한다. 한·미 간에 핵 공유 협정을 맺고 미국 대통령의 최종 승인권 전제 아래 한국 잠수함이나 전투기가 미국 핵탄두를 운용할 수 있게 되면 미국의 한국 방위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그만큼 미국이 쓰는 비용도 감소할 것이다.

여전히 불평등한 한·미 원자력 협정도 고쳐야 한다. 2015년 개정으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後) 핵연료 재처리의 문을 겨우 열었다. 그러나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저농축할 때도 사실상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은 세계적 원자력 기술을 보유한 원전 강국이지만 규제 때문에 우리 손으로 우라늄 연료봉 하나 못 만든다. 매년 1만6000다발씩 쏟아지는 사용후 핵연료도 재처리를 못 해 임시 저장만 하고 있다. 일본도 있는 농축·재처리 권한이 우리에겐 없다.

미국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든 계속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미국의 안보 부담을 우리가 나눠 맡는 것이 양국을 위해 더 도움이 된다. 트럼프는 한·일 핵무장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분담금 인상액 이상의 가치를 가진 안보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런 비전을 갖고 실행에 옮겨 국가 운명을 개척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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