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확장적 재정정책, '국채금리 상승' 효과에 발목 잡히나

입력 2019.11.10 10:00

적자국채 급증 우려, 국채금리 한달새 0.5%P 상승
전문가들 "재정확장, 피할 수 없지만 부작용 줄여야"

내년 정부 예산을 513조원 규모의 ‘수퍼 예산’으로 편성한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인해 채권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늘어난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적자국채 발행을 늘리자,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라가면서 가계의 소비여력을 제약하는 구축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현금살포성 복지 예산이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더불어 장기저성장 기조에서 구조적인 해결책 없이 재정지출만으로 경기를 부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재정지출 일변도의 정부 정책이 성장 여력을 감퇴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올해 재정집행률은 중앙재정 97%이상, 지방재정 90%이상, 지방교육재정 91.5%이상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현장에서 실집행률을 키워야 통상 85%수준에 머물던 집행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전기대비)에 머무른 건 지방재정의 실집행이 미미한 탓이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전 국회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전 국회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뿐 만이 아니다. 내년에는 513조5000억원에 이르는 '슈퍼예산'을 편성했뒀다. 역대 최대였던 올해보다도 43조9000억원(9.3%)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60조원 수준의 적자국채 발행을 감행하면서라도 재정 확대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적자국채 발행액(30조원)을 두 배 가량 늘리겠다는 정부 계획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적자국채 증가에 대한 우려는 채권시장에서의 장기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은행의 대출금리는 3.31%로 한 달 새 0.12%포인트(P) 치솟았다. 장단기 시장금리가 일제히 올랐기 때문인데, 채권의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수급 우려 탓으로 분석됐다. 주택금융공사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실행을 위해 20조원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를 발행할 계획을 밝힌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7일 1.386%에서 이달 7일 1.822%로 대폭 올랐다. 정부가 적자국채 소화를 위해 국채 10년물 등 장기물 발행을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게 금리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1.25%까지 내린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하고 있지만, 국채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국채금리에 연동된 은행 대출 금리가 올라 민간의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구축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채권금리 상승은 전세계적인 현상이어서 단정적으로 정부의 영향 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최근에 가파르게 오름세를 보인 건 수급적 요인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정부 예산에 재정승수 효과를 낮추는 현금성 복지 예산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실제로 정부 재정정책의 효과로 GDP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나타내는 재정승수를 두고선 각 연구기관마다 편차가 크다.

지난 9월 한국은행은 재정승수가 1.27, 즉 정부가 돈을 1조원 풀면 GDP가 1조2700억원 늘어난다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지만, 국회예정처는 재정승수가 최대 0.49 수준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현금성 복지는 민간투자로 이어질 수 없는 만큼 '승수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현금지원 예산은 54조원 수준으로 분석됐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축효과가 재정확대 정책의 효과를 줄이는 영향이 있다면 이전지출로 잡히는 현금성 복지는 경기부양 효과가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내년 정부지출이 상당히 커지는 데 반해 수입은 경기둔화로 그만큼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정정책만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다가는 적자만 증가할 수 있어 통화정책과의 조합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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