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선보인 오트쿠튀르의 진수

입력 2019.11.08 14:42 | 수정 2019.11.08 14:58

베이징 이화원에서 펼쳐진 발렌티노 데이드림 현장

 이탈리아 고급 패션브랜드 발렌티노의 디자이너 피엘파올로 피춀리(Pierpaolo Piccioli)에게 이제 불가능이란 없어 보인다. 욕망과 현실 괴리 속에 막연한 공상적 도피처 같은 백일몽(daydream)이 그의 손을 통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7일 중국 베이징 이화원(Summer Palace)에서 선보인 ‘발렌티노 데이드림 오트쿠튀르쇼’는 누구나 한번 꿈꿔봤을 극적인 아름다움을 눈앞에 그려놓았다. 이날 공개된 45벌의 쿠튀르 드레스는 핑크, 레드, 골드, 에메랄드 그린 등 다양한 색상의 원단으로 마치 유색 보석이 살아움직이는 듯했다. 표면의 풍부함으로 볼륨의 순수함이 증폭되고 각종 자수와 거대한 리본, 풍성한 볼륨의 볼 가운, 와이드 팬츠, 서걱서걱 소리가 나는 묵직한 원단의 롱 드레스는 극적인 순간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예상 수치를 한층 더 뛰어넘었다. 모양과 디테일은 꿈꾸는 프리즘을 통해 보여지고, 여러 겹으로 커져 새로운 의미를 갖는 새로운 스케일을 얻는다. 마법이 일어난다.
 피엘파올로 피춀리가 사랑한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예를 들어 성 프란체스코성당 안의 제단 벽화 ‘십자가 전설’을 완성한 화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수태고지’의 프라 안젤리코 등이 선보였던 성스러우면서도 명석한 빛의 처리가 돋보였던 벽화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숭고함마저 엿보였다. 피엘파올로 피춀리는 동시대의 가장 유능한 쿠튀리에로, 메종 발렌티노는 쿠튀르의 감성을 가장 잘 표출할 수 있는 하우스임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과시한 계기였다.
 다양성의 풍족함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춀리의 비전 안에서 발렌티노를 정의한다. 그러한 부유함을 포용한다는 것은 포용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메종의 정체성과 그것이 말하는 청중 모두에게 해당된다. 다양함은 틀림없이 이탈리아 정신과 완전히 정의 된 쿠틔르 감각과 노하우를 가진 대명사이다.
 데이드림은 베이징 행사를 위해 선정된 타이틀로 오늘날 발렌티노의 포괄적 층들을 묘사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행동을 전개한다. 데이드림은 눈을 뜬 채 꾸는 꿈이다. 그것은 현실과 소망 사이에서 현실이 되어 사라지는 경계로 만들어진 판타지이다. 이화원의 아케이드 아래에서 두 가지 다른 문화의 환상적인 만남은 관중이 눈을 뜨기 전에 펼쳐지는 꿈처럼 일어난다. 르네상스의 이탈리아 정신이 중국의 화려함을 만날 때 상징, 색상, 장식은 서로 합쳐진다. 데이드림은 가치, 문화, 성격 및 신화를 연결체처럼 여기는 아름다움의 이름으로 가능성을 열어주는 정서적 우회이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뷰티 아티스트인 팻 맥그래스가 모델의 얼굴과 입술 모두를 반짝이는 금속 느낌으로 탈바꿈시킨 장면은 전신 은빛의 새퀸 드레스와 어울려 환상 속의 환상을 걷는 듯한 기분을 준다. 붉게 타오르는 듯 반짝이는 입술. 새의 날갯짓 같은 커다라고 깊은 아이라인, 광택나는 은빛으로 얼굴 전체 감싼 모델은 3만2000개의 은빛 새퀸이 달린 드레스로 이화원 정원을 누빈다. 1300시간이 걸려 완성하거나, 600미터의 타프타 실크 원단을 봉제선 없이 완벽하게 구조화시키는 작업은 쿠튀르에 마법으로 우릴 안내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단순히 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피춀리는 중국 산리툰 플래그십 매장에서 다시한번더 현실 속으로 진격한다. 영국 유명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이 플래그십 스토어엔 오트쿠튀르 감성의 풍성한 볼륨을 살린 원피스와 아우터 등이 ‘실용적인’ 가격과 원단으로 한층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마작, 요요, 개목걸이, 성냥, 공책, 물병 등 생활 소품마저도 현실로 내려온 쿠튀르 감성으로 소화해냈다.
 산리툰 매장은 디지털 및 거리에 정통한 세대의 대도시 정신에 닿는 반면, 오트 쿠틔르 쇼는 메종의 진정한 뿌리, 대표적인 가치와 동시대의 발렌티노가 실제로 기원하는 창조적 장소를 묘사한다. 아름다움과 같은 가치와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아름다움은 데이웨어와 스트릿웨어에서 쉽게 느낄 수 있지만, 아틀리에 안에서 진정으로 일어난다는 걸 발렌티노는 힘주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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