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하는 펭수에 "속이 다 시원"… B급 감성에 열광

입력 2019.11.11 06:00

[이코노미조선]
남극에서 온 EBS 연습생
요들송·랩·양희은 노래 소화
라디오·TV 예능 접수

210㎝ 키의 펭귄 인형을 쓴 EBS 캐릭터 펭수. / 자이언트 펭TV 캡처
210㎝ 키의 펭귄 인형을 쓴 EBS 캐릭터 펭수. / 자이언트 펭TV 캡처
30대 직장인 민혜원씨는 퇴근길에 EBS를 챙겨본다. 고3 수험생 때도 안 봤던 EBS를 보는 것은 펭수 때문이다. 펭수는 EBS가 4월에 내놓은 펭귄 캐릭터. 민씨는 "퇴근길에 펭수를 보면서 힐링한다"며 "요즘 ‘펭하(펭수 하이의 줄임말)’를 모르면 아싸(아웃사이더) 취급받는다"고 말했다.

펭수는 210㎝ 키의 펭귄 인형을 쓴 캐릭터. 보통 인형탈 캐릭터는 성우의 목소리를 따로 더빙한다. 반면 펭수는 인형탈을 쓴 사람이 직접 말을 한다. 펭수는 걸걸한 목소리로 거침없이 입담을 쏟아낸다. 나이는 열 살에 불과하지만 목소리는 30대를 연상시킨다. 시청자들이 "열 살 펭귄에게서 30대 군필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표현할 정도다.

펭수는 남극 펭씨에 빼어날 수(秀)를 합친 이름이다. 고향은 남극으로 남극유치원을 졸업했다. 뽀로로와 BTS(방탄소년단)를 보고 대스타가 되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했다. 한국에 오는 도중 불시착한 스위스에서 요들송을 배웠고 프리스타일 랩, 비트박스에 이어 양희은의 ‘상록수’까지 소화한다. EBS 연습생으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의 EBS 소품실에서 살고 있다.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와 유튜브의 ‘자이언트 펭TV’ 등에 출연한다.

펭수는 데뷔한 지 6개월 만에 35만 명 이상의 유튜브 구독자를 모았다. 타 방송국 출연 제의도 끊이지 않는다. 10월 26일에는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사인회를 열고 250명의 팬을 만났다. 어린이 캐릭터로 출발했지만 오히려 20~30대에게 인기를 얻으며 ‘대세 스타’가 된 펭수의 인기 비결을 살펴봤다.

비결 1│직장인 애환 녹이는 스토리

펭수는 말과 행동에 거침이 없다. EBS 연습생인데도 불구하고 김명중 EBS 사장 이름을 시도 때도 없이 언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펭수는 어떤 존칭도 없이 ‘김명중’이라고만 부른다. 펭수는 참치가 먹고 싶을 때 "맛있는 건 참치, 참치는 비싸, 비싸면 못 먹어, 못 먹을 땐 김명중"이라고 하거나 "김명중의 돈으로 구독자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말한다.

수직적인 조직 체계에 저항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실제로 펭수의 인기는 지난 9월 ‘이육대(EBS 아이돌 육상 대회)’에서 선배 캐릭터들의 권위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선보인 이후에 불붙었다. 펭수는 MBC의 명절 특집 ‘아이돌 육상대회’를 패러디한 방송에서 EBS의 대표 캐릭터인 ‘뽀로로’ ‘뚝딱이’ ‘뿡뿡이’ ‘번개맨’ ‘당당맨’ 등과 육상 대회를 펼쳤다. 펭수는 ‘딩동댕 유치원’ 캐릭터였던 뚝딱이(1994년생)가 선배 노릇을 하자 은근히 대들며 ‘꼰대질’을 저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기존에 EBS에서 선보인 ‘뿡뿡이’ 등은 어린이를 위한 캐릭터였고 교육적인 목적이 강했지만, 펭수는 기존 캐릭터의 결에서 벗어나 있다"며 "직장인들은 할 말을 하는 펭수를 보며 ‘나를 대변해준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비결 2│‘병맛’ B급 감성, 20~30대 저격

펭수는 지금까지 등장한 펭귄 캐릭터의 정반대에 서 있다. ‘뽀로로’뿐만 아니라 유럽의 또 다른 펭귄 캐릭터인 ‘핑구’는 착하고 귀여운 성격에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성격이 강했다. 반면 펭수는 약간은 저질스러우면서고 코믹한 B급 감성을 보여준다.

펭수는 자신을 초청한 초등학교에 혁신을 일으키겠다며 교무실에 볼풀장을 설치하고, "여기 대빵 어디 있냐"며 교감 선생님을 볼풀장으로 호출한다. 진지한 순간에 허를 찌르는 코믹함을 보여줄 때도 있다. ‘친구가 절교하자고 하면 어떻게 하냐’는 초등학생의 질문에 "세상에 친구는 많고 지구는 넓으니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답해주고는 "(이제 고민이 해결됐으니) 그럼 나가"라고 호통을 친다.

사람들은 이런 펭수의 모습에 당황하기보다 열광한다. 시청자는 "아이들에게 ‘나가’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건 캐릭터계의 혁신 펭수뿐이다"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무심하게 던지는 말이 너무 좋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20~30대는 점잖고 근엄한 것에 질려있다"며 "B급 감성 문화에 익숙한 20~30대에게 펭수는 딱 맞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plus point
MBC·SBS 출연… "뽀로로도 못 한 방송국 대통합"

"방송국 간의 균등한 화합을 위해 tvN 드라마에도 불시착 부탁드립니다. 펭수님 메일로 연락드렸습니다 #즐거움엔끝이없다. #펭수에겐방송국경계는없다. 티비엔드라마 방송국놈 드림"

펭수가 SBS 배성재 아나운서와 만난 이야기를 담은 ‘자이언트 펭TV’ 영상에 tvN 관계자가 단 댓글이다. 펭수가 주인공인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계정에는 펭수를 섭외하고 싶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EBS가 만든 펭귄 캐릭터 펭수는 방송국의 벽을 허물고 있다. 초등학생은 물론 20~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타 방송국이 앞다퉈 펭수 섭외에 나선 것. EBS도 이를 막지 않는 분위기다.

펭수는 10월 13일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을 시작으로, 10월 23일 MBC 표준FM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에 출연했다.

10월 28일에는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2’에 등장해 입담을 과시했다. 방송 전후 펭수가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펭수의 출연은 화제를 모았다. 펭수는 11월 2일에 방송하는 SBS ‘정글의 법칙’ 내레이션도 맡았다.

펭수는 자신의 인기를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 "EBS에서 잘리면 KBS에 가겠다"거나 "EBS를 퇴사하겠다"라고 말한다. 이에 KBS 공식 유튜브 계정 관리자가 "환영한다"고 댓글을 달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펭수가 대한민국 방송국의 화합을 도모한다는 게 학계의 정설" "초통령 뽀로로도 못 한 방송국 대통합을 펭수가 했다"고 반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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