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시행에 한남3구역 휘청…압구정 현대·대치 은마 재건축 차질 불가피

입력 2019.11.06 14:33 | 수정 2019.11.06 18:02

서울 강남구를 비롯해 서초·송파·강동·영등포·마포·용산·성동구의 27개 동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이하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진행이 사실상 멈출 것으로 보인다. 안전진단 강화로 사업을 시작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상한제 등으로 일반분양 수익마저 기대하기 어렵게 돼서다. 상한제 적용지역뿐 아니라 나머지 서울 재개발·재건축시장도 당분간 ‘시계제로’에 빠질 것으로 같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일대 모습.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일반분양가는 조합원들 기대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연정 객원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일대 모습.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일반분양가는 조합원들 기대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연정 객원기자
◇서울 27개 동, 초기 정비사업 올 스톱

정부는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위)를 열고 상한제 적용지역을 발표했다. 강남구는 개포·대치·도곡·삼성·압구정·역삼·일원·청담동 등 8개 동, 서초구는 잠원·반포·방배·서초동 등 4개 동이 지정됐다. 송파구에서는 잠실·가락·마천·송파·신천·방이·오금동 등 8개 동, 강동구는 길·둔촌동 등 2개 동, 영등포구는 여의도동, 마포구는 아현동, 용산구는 한남·보광동 등 2개 동, 성동구는 성수동1가가 각각 지정됐다.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되려면 투기과열지구이면서 △최근 1년 평균 분양가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 △최근 2개월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모두 5대 1을 초과 △최근 3개월 주택거래량이 전년동기보다 20% 이상 증가 등의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해야 한다.

이번 지정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정비구역지정부터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있는 초기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다.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한 단지의 경우 상한제 시행령이 시행된 지난달 29일 이후 6개월 안에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면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회피를 시도할 여력이 있다.

◇한남3구역, 압구정 현대, 대치 은마, 여의도 재건축, 상한제 영향권

고민이 깊어진 대표 사업장은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이 앞다퉈 수주경쟁을 벌이는 용산구 한남3구역이다. GS건설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을 경우 일반분양가를 3.3㎡당 7200만원으로 제시했다. 한남3구역은 관리처분계획과 이주, 철거 등을 거쳐 일반분양을 하는 데까지 3~4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상한제가 유지될 경우 일반분양가는 조합원들의 기대치보다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를 택지비에 건축비를 더한 금액 이하로 정해야 한다. 가산비라는 항목으로 개별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지만, 분양가에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용산에서 2017년 7월 공급된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의 분양가를 밑돌 수도 있다"고 보기도 했다. 이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3630만원이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영등포구 여의도 재건축단지도 당분간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통과한다고 해도 상한제 적용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사업성이 크게 나빠지는 탓이다.

압구정동의 경우 압구정 1~7차와 10·13·14차 등이 모인 압구정 3구역(4065가구)과 현대 9·11·12차 등 2구역(1924가구), 미성 1·2차(1233가구) 등 1만여가구가 당장 영향을 받는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6800여가구도 마찬가지. 이들은 대부분 조합설립인가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5단지, 개포6·7단지와 대치동 은마, 미도, 선경, 개포우성1·2차, 대치쌍용1·2차, 대치우성1차,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신반포2·4차, 미도1차, 삼호가든5차,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장미아파트, 올림픽선수촌, 용산구 한남뉴타운 등도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모두 관리처분인가 신청까지 이르지 못한 곳이다.

관리처분인가 단계에 이른 단지도 내년 4월 29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지 못하면 상한제가 적용된다. 국토부는 이런 단지가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4차, 대치동 구마을1·3, 청담동 삼익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3·13·14·15·22차, 한신4차, 반포우성,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방배동 방배5·6·13·14, 서초동 신동아 △송파구 신천동 미성클로버, 진주, 문정동 136 △마포구 아현동 아현2 등이라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 집값 떨어질듯"

이번에 지정되지 않은 다른 지역 역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에 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지정 안 된 지역도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이 나타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며 "만약 과열이 재현된다면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일반분양가를 최대한 높여야 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특성상 사업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개발이익이 줄어들어 부담금이 늘기 때문에 당분간 집값도 내려갈 것"이라며 "수요자는 초기단계 재개발·재건축에 당분간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번 상한제 적용이 단기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동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지연되면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이 나타나고, 다시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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