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편향 논란’ 인헌고 교사, 전교조 활동으로 2번 해직...反美연극 논란에 "정당한 교육권"

입력 2019.11.05 16:56

인헌고 A씨, ‘전국국어교사모임’에 쓴 글 보니
전교조 활동으로 과거 두 번 해직
법정 최후진술서도 게재…"언젠간 국가 공로상 줄 것"
구치소서 쓴 일기엔 "아이들 위해 교사에겐 나쁜 체험도 유익"

정치편향 교육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 봉천동 인헌고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는 학생에게 ‘일베(극우 커뮤니티) 회원이냐’고 발언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국어교사 A씨는 교직 생활 38년 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활동으로 2번 해직 당해 7년 넘게 휴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과거 학생들에게 반미 사상을 주입하는 연극을 보여준 것에 대해선 "살아있는 풍부한 국어교육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5일 전국국어교사모임 홈페이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사랑방’이라고 이름 붙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일기 형식으로 자신의 수업 내용과 교육 후기, 경력 등에 관한 글 100여 개를 게재했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은 1988년 전교조 소속 국어 교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단체로, A씨는 이 단체의 회장을 역임했다.

당초 A씨의 글은 총 107건이 검색됐다. 하지만 ‘반미(反美) 연극 단체 관람 유도’ ‘수업 시간 광우병 괴담 연극 상연’ ‘조선일보 논조 비난’ 등이 보도된 4일 오후엔 절반에 가까운 글이 삭제돼 57건의 글만 남았다.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박소정 기자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박소정 기자
◇전교조 활동으로 두 차례 해직…"비좁은 독방 소중한 체험, 아이들 위해 유익"
A씨가 전국국어교사모임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보면 A씨는 1981년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1989년 전교조 출범 때 서울 K중학교 분회장을 맡아 처음으로 해임됐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전교조를 불법 단체로 규정해 약 1500명의 교사를 해직시켰는데 A씨도 그 중 하나였다고 한다.

1994년 김영삼 정부 들어 이들 해직 교사들은 대부분 복직했다. A씨도 서울 S중학교에 복직했다. 1999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교조는 합법화됐는데, A씨는 이때부터 전교조 1·2대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다.

2000년대 들어 두 번째 해직을 당했다. 그는 자신의 글에서 "2000년 10월 첫 단체교섭 백지화에 항의하다가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고, 징역 1년 6개월에 3년 집행유예를 받았다"고 썼다. 당시 전교조는 최초로 체결된 단체교섭이 효력을 갖지 못하자 정부청사 앞에서 항의 농성을 벌였다고 한다.

이때 구치소에 수감됐던 경험을 들어 일기를 쓰기도 했다. A씨는 "나는 비좁은 독방에 앉아서, 이 소중한 체험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나를 상상하며 미소 짓는다"며 "지난번, 자전거를 훔친 죄로 유치장에 갖혔던 OO, 오토바이 절도죄로 구속되었던 OO이, 본드 하다가 감호소에서 생활했던 OO이들에게도 두려움 없이 말해 줄 것이 있을 것 같다"고 썼다. 또 "교사에겐 나쁜 체험도 유익하다. 우리 아이들 위해서는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2001년 10월 교사들의 집단연가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두 번째 기소된다. A씨는 이와 관련 "2003년 6월 전교조 합법2기 연가투쟁과 관련해 두 번 째 기소된 후 1심 재판, 대표 최후 진술문"이라고 썼다. A씨는 그해 6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으나 법정구속은 되지 않았다.

A씨는 게시판에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당시 법정 최후 진술서를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법정 교사 수를 확보하기 위해, 교육 과정과 교과서를 바꾸기 위해, 무상 의무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참으로 많은 대안을 제시하고 노력해 왔다"며 "그러나 교육 당국은 끊임없이 교육 현장과는 거리가 먼 잘못된 교육 정책들을 내놨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모든 역사가 그러하듯이, 진실은 반드시 승리하며 그를 위한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언젠가는, 우리가 진정한 교육을 위해 싸웠음을 인정하여 국가 공로상을 줄 것"이라고 썼다.

2014년 전교조 위원장 선거 당시 후보로 출마한 A씨의 선거 홍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글. A씨가 2000년대 교사 연가 투쟁 주도 혐의로 구속된 뒤 자필로 작성한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란 제목의 법정 최후 진술서다. /페이스북 캡처
2014년 전교조 위원장 선거 당시 후보로 출마한 A씨의 선거 홍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글. A씨가 2000년대 교사 연가 투쟁 주도 혐의로 구속된 뒤 자필로 작성한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란 제목의 법정 최후 진술서다. /페이스북 캡처
그는 2004년쯤 서울 Y중학교로 복직했다. 교사 재직 중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나가기 위해 사표를 내려고 한 적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2011년 혁신학교로 지정된 서울 인헌고에는 2014년부터 국어 교사로 재직해왔다. 같은 해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에는 2017년부터 교사노조연맹을 만들어 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반(反)원전·탈핵(脫核) 관련 대안학교인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교사학생학부모연대(태양의 학교)’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전국국어교사모임’ 홈페이지에 2000년대 A씨가 작성해 올렸던 일기 형식의 수업 후기 글이 5일 삭제된 모습. 그는 ‘반미(反美) 연극 단체 관람’ 등 해당 홈페이지에 올린 자신의 과거 글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절반 가까운 글들을 지웠다. /전국국어교사모임 홈페이지 캡처
‘전국국어교사모임’ 홈페이지에 2000년대 A씨가 작성해 올렸던 일기 형식의 수업 후기 글이 5일 삭제된 모습. 그는 ‘반미(反美) 연극 단체 관람’ 등 해당 홈페이지에 올린 자신의 과거 글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절반 가까운 글들을 지웠다. /전국국어교사모임 홈페이지 캡처
◇15년前 제자 "수업 중 反美 발언·우파 인물 악평 등 기억"
이른바 ‘인헌고 사태’가 불거진 뒤 인헌고 재학생뿐만 아니라, 과거 A씨에게 수업을 받았던 일부 제자도 뒤늦게 비슷한 경험을 털어놨다.

Y중학교 출신으로 15년 전 A씨에게 수업을 들었다고 밝힌 B(28)씨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인터뷰에서 "수업 시간에 ‘광우병 괴담 연극’을 상연하고 ‘6·25전쟁 미국 유도설’을 설파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라며 "그 외에도 수업 시간에 ‘북한 사람은 미국에 의해 고립된 불쌍한 사람’이라고 한 것과 박정희·이승만·신익희 등 우파 관련 인물에 대해선 일방적인 악평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교사들은 보통 교과서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읽어주는 식이었는데, 그 교사는 현안에 관한 토론을 시키는 수업이 많아 특이했던 기억도 난다"고 덧붙였다.

B씨는 "당시 나는 사춘기였고 세상에 냉소적이어서 그러한 교육 방식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교사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거나 주입시켜선 안된다는 건 분명한 일"이라며 "공직자인 교사는 사실 만을 가르치며 기타 판단은 학생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해 과거 기억을 끄집어내 인헌고 학생수호연합 학생들에게 제보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대변인을 맡은 3학년 최모군(오른쪽)과 대표 3학년 김화랑군의 모습. /박소정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대변인을 맡은 3학년 최모군(오른쪽)과 대표 3학년 김화랑군의 모습. /박소정 기자
◇해명 요청엔 "조선일보와 통화 안 해"…편향 교육 논란엔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논란과 관련해 A씨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그는 "조선일보와는 통화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4일 일부 회원만 볼 수 있도록 비공개 전환해 둔 자신의 카페에 "(2005년 서울 시내 중학교 재직 시절 수행 평가 가산점을 준다며 중학생 제자들에게 반미 연극을 보게 했다는 논란에 대해) 살아있는 풍부한 국어 수업을 위한 것이며,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이라고 했다.

A씨는 2005년 5월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라는 글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할아버지의 필통'이라는 통일 연극을 보러갔다"면서 "어르신(당시 연극 출연자)들이 아이들에게 '너희가 그동안 배운 것은 몽땅 거짓말'이라고 열변을 토하시며 6·25전쟁 미국 유도설을 설파했다"고 했었다.

그는 또 광우병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6월 학생들에게 촛불 시위 연극을 시켰던 것에 대해서는 "국어시간에는 다양한 탐구수업과 토론수업을 하는데 ‘사형제 폐지’나 ‘성형 문제’는 물론 시사적인 문제로 토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도 마찬가지"라면서 "어떤 특정한 입장에 기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혜로운 해결책을 내는 학생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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