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다 마주하고 양미리 한 접시… 속초가 날 오라 하네

입력 2019.11.01 03:46

[그 곳의 맛] [17] 속초 양미리

- 10일까지 양미리 축제 열려
정식 명칭은 '까나리'지만 동해안에선 '양미리'로 통해
올해는 풍어… 1만원에 60마리, 숯불에 통째로 구워 먹거나 해풍에 말려 조림·찌개로

지난달 25일 오전 강원 속초시 동명동 속초항에 "양미리 배 들어온다"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조업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온 고깃배엔 양미리가 촘촘히 걸린 그물이 담겨 있었다. "영차! 영차! 으쌰! 으쌰!" 선착장에 일렬로 선 선원 7명은 구령을 붙여가며 그물을 당겼다. 선원 김봉식(59)씨는 "지난해엔 양미리 어획량이 형편없었는데, 올해는 양미리가 넘쳐난다"고 말했다. 다른 인부들은 그물코에 걸린 양미리를 벗겨 내느라 바삐 손을 놀렸다. 선착장 바닥은 그물에서 벗겨 낸 양미리로 금세 가득 찼다. 일일이 옮기기 어려워 커다란 삽으로 퍼 날랐다. 토박이로 30년간 양미리 조업을 해온 라승극(57)씨는 "올해는 기상 상황도 좋아 양미리 풍년이 예상된다"고 했다.

선착장 한편에 차려진 난전엔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제철을 맞은 양미리를 맛보려는 관광객들이 알이 통통하게 들어찬 양미리를 화로에 올리고 굵은 소금을 뿌려가며 노릇노릇 구워냈다. 가족과 함께 속초를 찾은 김규동(69)씨는 "알이 찬 양미리를 숯불에 구워 한 입 베어 물면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하다"며 "이맘때면 반드시 양미리를 맛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서는 까나리를 양미리라고 부른다. 서해에선 어린 까나리로 액젓을 담그고, 동해에선 큰 까나리를 구워 먹는다. 올해 강원도 양미리는 최대 풍어(豊魚)가 될 전망이다. 값이 싸져 1만원이면 60마리를 살 수 있다. 지난해 10월 속초항에서 석쇠에 구워지고 있는 양미리. 오른쪽은 이맘때 많이 잡히는 도루묵이다. 오는 10일 양미리 축제에 이어 16일부터 도루묵축제도 열린다.
강원도에서는 까나리를 양미리라고 부른다. 서해에선 어린 까나리로 액젓을 담그고, 동해에선 큰 까나리를 구워 먹는다. 올해 강원도 양미리는 최대 풍어(豊魚)가 될 전망이다. 값이 싸져 1만원이면 60마리를 살 수 있다. 지난해 10월 속초항에서 석쇠에 구워지고 있는 양미리. 오른쪽은 이맘때 많이 잡히는 도루묵이다. 오는 10일 양미리 축제에 이어 16일부터 도루묵축제도 열린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양미리는 10월부터 12월까지 제철이다. 냉수성 어종으로 해수 온도가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겨울에 해안가를 찾아 산란한다. 동해안에서 양미리라고 부르는 물고기는 원래 까나리다. 서해안에선 봄에 어린 까나리를 잡아 젓갈을 담그고, 동해안에선 산란기에 있는 큰 까나리를 잡아 구워 먹거나 찌개를 끓여 먹는다. 라씨는 "원래 까나리는 농어목 물고기, 양미리는 큰가시고기목 물고기"라며 "정식 명칭은 까나리지만, 동해안에선 양미리로 통한다"고 했다.

속초시는 동해안에서도 손꼽히는 양미리 주산지다. 1990년대만 해도 겨울이 되면 30척이 넘는 배가 양미리 조업에 나섰다. 어민들도 양미리 조업으로 돈을 벌어 겨울을 지냈다. 속초시는 양미리로 연간 10억원 이상의 경제적 유발 효과를 올리는 것으로 추산한다. 양미리 도시답게 지난 2006년부터 축제도 연다. 이진규(59) 속초시양미리협회장은 "동해안 겨울 바다의 주인이었던 명태가 실종되면서 양미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면서 "예전엔 못생겼다고 천대받던 생선이었지만, 지금은 어민들에게 귀중한 겨울 선물"이라고 했다.

바닷바람에 건조되고 있는 양미리.
바닷바람에 건조되고 있는 양미리.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양미리는 비린내가 적고 담백해 요리법도 다양하다. 싱싱한 양미리는 숯불에 통째 올려 구워 먹고, 해풍에 꾸둑꾸둑하게 말린 양미리는 조려 먹거나 찌개를 끓여 먹는다. 그중에서도 통째로 불에 올려 구워낸 양미리구이의 쌉쌀하면서 담백한 맛은 일품이다.

올해엔 양미리 풍년을 맞아 값도 싸다. 양미리 조업이 시작된 지난달 17일 이후 100t이 잡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43t이었다. 요즘 속초항에선 단돈 1만원으로 양미리 60마리를 살 수 있다.

양미리는 지역 경제에도 효자다. 지난해 강원 동해안에서만 1502t이 잡혀 39억3208만원의 어획량을 올렸다. 지난 2017년과 2016년에도 각각 595t, 1088t의 어획량을 기록해 19억183만, 29억 5396만원의 경제 효과를 냈다. 특히 속초와 강릉에선 동해안 양미리 전체 어획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강원 속초 양미리 어획량 그래프

오는 10일까진 속초항 부두 일원에선 '속초 별미 양미리 축제'가 열린다. 속초시양미리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축제는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축제장엔 10여 동의 먹을거리 부스가 설치돼 오동통 살이 오른 신선한 양미리는 물론 아바이순대 등 속초 특산품도 맛볼 수 있다. 생물 양미리와 해풍에 꾸덕하게 말린 양미리도 싼값에 살 수 있다. 볼거리도 이어진다. 축제장에선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어부들의 그물 손질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양미리 모형 포토존도 설치된다.

또 전문 요리사가 직접 나서 양미리 요리를 소개한다. 축제 기간 가요제와 축하 공연도 이어져 관람객의 흥을 돋운다. 김철수 속초시장은 "매년 겨울이면 양미리 때문에 속초항은 축제장이 된다"며 "고소한 양미리 냄새가 진동하는 속초야말로 겨울 진미를 맛보실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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