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일베냐' 그 선생님, 과제물 받는 카페에 정치글 1400건

조선일보
입력 2019.10.26 03:00

인헌고 '정치 편향' 국어교사, 전교조 1·2대 수석부위원장 출신

"한국당·기레기가 文정부 이간질… 이재용, 숨쉬는 것 빼고 다 불법"
親文 성향 글 지속적으로 올려

'자유한국당과 기레기들이 문재인 정부를 이간질한다.'

'숨 쉬는 것 빼고 모두 불법인 이재용은 어떻게 8조원 자산가가 됐나.'

지난 10년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은 국어 수행평가 과제물을 제출하려면 이런 글이 가득한 인터넷 카페에 접속해야만 했던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학생들은 "과제를 올리러 카페에 들어갔다가 정치색이 짙은 글들을 자연스레 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카페의 운영자인 국어 교사 A씨는 수업 시간에 '조국 전 법무장관은 거짓말쟁이'라고 말한 제자에게 "일베 회원이냐"고 말한 사람이다. 일베는 반(反)사회적 게시물이 많이 올라와 비난을 받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다.

25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헌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인헌고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햄버거와 피자 등 간식을 마련해 나눠주고 있다.
"학생들 힘내라" 햄버거 응원 - 25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헌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인헌고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햄버거와 피자 등 간식을 마련해 나눠주고 있다. /박상훈 기자
A씨는 2010년 1월 포털 사이트 다음에 '○○○의 국어수업'이란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다. 이후 10년에 걸쳐 제자들에게 이 카페로 독후감 같은 수행평가 과제를 올리도록 했다. 25일 기준 이 카페 회원 수는 1146명. 대부분 인헌고 재학생 및 졸업생이다. 카페에는 지난 10년간 A씨 제자들이 올린 논술, 창작 소설과 시, 영화 감상문이 2500여 편 올라와 있다.

그러면서도 A씨는 이 카페에 수업과 무관한 친여(親與) 성향 칼럼과 사설 등 정치성 짙은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이런 글만 총 1480편으로, 최근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두둔하는 내용의 '조국의 딸 특혜?', 검찰을 "절대 권한"으로 표현한 '한국과 주요 국가 검찰 권한 비교' 등을 게시했다. '문재인 정부를 까면(비판하면)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도 있었다.

삼성그룹에 대한 적개심도 드러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부정적으로 다룬 기사나 칼럼을 공유하면서 '고객의 돈으로 계열사 지배하는 삼성 이재용' 같은 제목을 달았다. '이재용이 감방에서 1년 썩었다. 기회를 봐서 이 정권에 복수 혈전을 벌일 것이다'란 내용도 있었다.

원자력발전을 반대하는 글도 올렸다. '핵없는 세상'이란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 '한빛 원전 수백개 구멍' '핵폐기물 답이 없다' 등 350편의 글을 올렸다. 친여 인사들의 비리 온상이란 비판을 받는 '미니태양광발전소'를 추천하기도 했다. 올해 4월 "샘(선생님)들께 좋은 소식 올린다"며 "아파트 베란다형 태양광발전을 설치하는 데 60만원 중 8만원만 내면 서울시가 지원한다"고 적었다.

A씨는 책도 600권 넘게 소개했다. 주로 페미니즘이나 여성주의 관련 도서였다. 지난 6월엔 '질의응답'이란 책을 소개하는 '여성의 몸, 더 까놓고 얘기하자'란 제목 기사를 공유하면서 "애널섹스(항문성교)의 방법, 피임과 임신 중단 등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담았다"고 적힌 부분을 인용했다.

A씨는 본인이 나온 언론 인터뷰 기사도 올렸다. "1989년 전교조 출범 때 회원으로 가입했고, 1999년부터 1·2대 수석부위원장을 지냈다"고 했다. 집시법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전력도 공개했다. 그는 2016년 "중앙집권적 시스템에 한계가 있다"며 전교조를 탈퇴했고, 이듬해 '교사노조연맹'을 만들어 위원장이 됐다. 카페에서 A씨는 이러한 자신의 과거 전교조 활동과 현재 노조 활동을 중계하다시피 했다. '새로운 노조를 만들기 위한 준비활동' '교원노조의 혁신 방안' 같은 글을 160편 올렸다.

한편 25일에도 인헌고 앞에선 학생들을 지지하고 정치 교사를 규탄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자유연대 등 보수 시민단체들은 "아이들에게 정치적 견해를 강조하는 편향 교육을 중단하라"고 했다. 인헌고에 대한 특별장학 결과와 그에 따른 특별감사 실시 여부는 다음 주 초쯤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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