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코앞인 高3이 나섰다 "끔찍한 사상주입 중단하라"

입력 2019.10.24 03:44

[인헌고 학생들, 정치편향 교사에 맞서 방과후 기자회견]

재학생 150명 지지·연대 의사 "정치교사 종속에서 벗어날 것"
'조국 집회' 주도 서울대 학생들도 참석… 시민단체 등도 지지

"학생들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주십시오!"

23일 오후 4시 30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헌고등학교 정문 앞에 이 학교 3학년 김화랑·최인호(18)군이 '학생은 정치적 노리개가 아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펼쳐놓고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외쳤다. 두 학생은 인헌고 교사들의 친여(親與) 성향 정치 사상 주입·강요에 반발해 결성한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이하 학수연)'에서 각각 대표와 대변인을 맡았다. 이들은 이 학교 전교생 500명 중 150명이 지지·연대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학수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헌고에서는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절대 용납되지 않고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다. 학생들은 정치 교사들의 정치적 시체로 전락했다"며 "생활기록부에 안 좋게 쓰이고, 수업 분위기를 흐릴까 봐 정치 교사를 묵인했던 게 지금의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며 "모든 학생이 정치 교사 종속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헌고 학생들로 구성된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이 인헌고 정문 앞에서 “교사들이 반일 사상과 친여 성향 정치의식을 강요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취재진과 유튜버 등 100여 명이 모였다.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헌고 학생들로 구성된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이 인헌고 정문 앞에서 “교사들이 반일 사상과 친여 성향 정치의식을 강요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취재진과 유튜버 등 100여 명이 모였다. /조인원 기자

학수연은 이날 정치 편향 교육 사례와 함께 교사 7~8명의 실명(實名)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명예훼손 등 법적 문제를 우려해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피해 사례 6건을 소개했다. 수업 시간에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분야 업적'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다가 교사에게 반(反)사회적 인물이란 의미의 '일베 회원'으로 매도당한 이후로 공개적으로 의견 밝히기를 꺼리게 된 학생, 반일(反日) 구호 아이디어 내기를 거부했다가 교사에게 "정신 못 차렸다"는 핀잔을 들은 학생,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가 교무실로 불려가 질책당한 학생 등이 있었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인턴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고 했다가 교사에게 '개·돼지'란 비난을 들은 학생도 있었다고 학수연은 전했다. 그러면서 최인호군은 "그 순간 수많은 학생은 개·돼지가 돼버렸다"며 "이제는 끔찍한 사상 주입을 끝내야만 한다. 비판할 줄 모르고 무조건 찬양하는 것이 진정한 개·돼지"라고 했다.

학교 측이 학생들 반발을 억누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인호군은 "현재 인헌고는 타 학급 학우끼리 만나지 못하도록 학급 간 출입을 금지하고 특별한 용무가 아닌 이상 교무실도 출입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학수연 회원 40여 명이 모였던 교실에 학교 측 관계자가 와서 해산시켰다고도 했다. 학생들은 "우리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의무와, 사상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학수연은 "전국의 다른 고등학생들과도 연대해 전국학생수호연합을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인헌고와 가까운 서울대에서 조국 반대 집회를 주도한 서울대 집회추진위원회 김근태(재료공학부 박사과정) 대표 등이 응원차 현장에 나왔다. 김씨는 "서울대에서는 '조국 사태'가 일어나고 공립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특정 정치적 시각을 강요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났다"며 "일방적이고 편향된 사상을 심어주는 일은 독재 시대에나 가능했던 적폐 행위"라고 했다. 서울대 재학생·졸업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 등에선 '서울대 재학생 300명 명의로 감사원에 (인헌고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하자' '편향된 교사에게 수업권을 박탈당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조하기 위해 서울대 학생들이 방과 후 교육 봉사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정치권과 시민 단체에서도 인헌고 학생들에 대한 지지 선언이 온종일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해당 학교와 관할청은 해당 정치 교사를 반드시 중징계해달라"고 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은 "학생들이 용기를 내서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밖에 도움을 청했다"며 "24일 지지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 책임자인 나모 교장 등을 '교원의 정치 중립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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