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재즈 연주자였던 아버지… 함께했던 무대서 추모 공연 엽니다"

조선일보
입력 2019.10.23 03:00

재즈 트롬본 연주자 정중화, 부친 정성조 기리는 앨범 내

음악인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에게 언제나 그늘이었다. 한 번도 '도레미' 같은 음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 대신 "시간을 잘 지켜라" "예의 바르게 행동해라" 같은 조언만 늘어놓았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5년, 아들은 그제야 '아버지는 그늘이 아니라 큰 나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경외심을 담은 곡을 만들었다.

재즈 트롬본 연주자 정중화
/이태경 기자
재즈 트롬본 연주자 정중화(48·큰 사진)가 5년 전에 작고한 아버지 정성조(1946~2014·작은 사진)를 추모하는 앨범을 지난 15일 발매했다. 정성조 교수는 한국 1세대 재즈 색소폰 연주자다.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재즈를 공부한 1세대 한국인이기도 하다. 1988년 서울예대 실용음악과를 만들었고 '영자의 전성시대' '이장호의 외인구단' 등 영화음악 감독도 맡았다.

22일 서울 이태원 재즈 클럽 올댓재즈에서 만난 정중화는 "아버지에 대해 마음 편히 이야기하는 건 추모 앨범을 내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서 추모 음반 제목도 '아버지'다. 음반에 담긴 여덟 곡 가운데 다섯 곡은 노래곡, 세 곡은 연주곡이다. 8곡 모두 그가 작사·작곡했다. 베이스와 트롬본도 직접 연주했다. 정중화는 베이스를 치기 시작했던 10대 시절부터 언제나 아버지 이야기만 들었다고 했다. 그는 "곡에 가사를 붙인 건 처음"이라며 "연주곡만으로는 아버지를 향한 마음이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서 노랫말도 직접 썼다"고 했다.

정성조
첫 곡 '아버지'엔 '오늘 저기 저 무대 위에 항상 그대 있을 것 같아/ 언제 그대와 만난다면 내 맘 다해드려요'라는 가사를 붙였다. 정중화는 "아버지는 외동아들에게도 단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에 낸 적이 없다"며 "말수가 적은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나도 한 번도 '감사하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뒤늦게 음반을 통해 그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 발표를 기념하는 공연도 한다. 오는 26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이태원 올댓재즈에서 열린다. 아버지의 기일이다. 올댓재즈는 지난 10여 년간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연주했던 무대이기도 하다. 생전 아버지는 색소폰을 연주했고 아들은 트롬본을 연주했다. 아들은 "매달 두 번씩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하는데 그 시간에 연주하는 전통도 아버지가 물려주신 것"이라고 했다. 정중화는 "20대 시절 혈기로는 음악계에서 아버지 이야기만 듣는 게 정말 싫었지만 아버지가 있어서 재즈 음악에 눈뜰 수 있었고, 아버지가 터준 큰길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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