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다시 정권 입맛 맞는 여론조사, 수사로 신뢰성 검증해야

조선일보
입력 2019.09.05 03:19

한 여론조사 회사가 4일 조국 법무부 장관 찬성과 반대 여론이 오차 범위 안인 5.4%포인트로 좁혀졌다고 발표했다. 5일 전 이 회사 조사는 반대가 12%포인트 높았다. 많은 사람이 이곳이 이런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대로 되고 있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 이후 임명 찬성 여론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다음에는 찬성이 더 높은 여론조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일반 상식과는 동떨어지지만 정권 의도에 맞는 숫자들이 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발표되고 있다. 정권은 이를 무리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한다.

거액 주식 투자로 논란이 됐던 헌법재판관의 경우 처음엔 이 회사 여론조사에서 부적격 여론이 적격보다 두 배나 높았다. 그러나 며칠 뒤 '찬성과 반대가 비슷하다'고 돌변한 결과가 나왔다. 청와대는 그 직후 임명을 강행했다. 나중에 조사 질문을 바꾼 것이 드러났다. 처음엔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자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두 번째는 '대통령이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것이다. 이것은 여론조사의 기본을 망각한 것으로 속임수와 같은 것이다. 막말 논란이 벌어진 통일부 장관과 다주택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민감한 정치 현안을 두고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선거법을 두고 여야 논란이 벌어지던 지난 4월 말 이 회사는 여권안에 국민 절반 이상 찬성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그 후 여당은 선거법 강행 처리에 들어갔다. 당시 이 회사가 조사에 사용한 질문은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편 등 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여야 4당, 합의, 개혁' 등의 표현으로 사실상 찬성을 유도하는 질문을 한 것이다. 이 회사는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 차이가 거의 안 나는 결과를 내놓았다가 민주당 대표가 "10~15% 차이가 나야 정상"이라고 하자 일주일 만에 그 말대로 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여론조사는 조작해도 당장은 확인할 수 없다. 단 한 번 현재의 여론조사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 4월 보궐선거 때 경남 창원지역의 사전 여론조사에선 여권 후보가 야당 후보보다 무려 두 배나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 하지만 실제 투표 결과는 사실상 50대50이었다.

여론조사 조작은 민주주의 작동 자체를 방해하고 기만하는 범죄와 같다. 여론조사가 정권의 무리한 행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면 더 심각한 국가적 문제다. 이 역시 검찰 수사로 흑막이 있는지 가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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